40여년 前
82년도 대입 학력고사일 아침
떨리는 마음으로 배정된 자리에 앉아 있는데
바로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어깨를 툭치며
- 잠깐 저랑 얘기좀 할수 있나요?
- 네 무슨..
- 여기서 말고 복도에 나가서요
工高 교복을 입은 그를 따라 복도에 가니
주머니에서 따뜻한 음료수를 건네며 말을 한다.
자긴 5대 독자여서 어떻게든 대학을 가야한다.
그런데 공고를 다니다 보니 실력이 안되서
답안지를 좀 보여달란다
답안지를 몸쪽말고 최대한 오른쪽 끝에 두고
가리지만 않으시면 재주껏 베끼겠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거절을 못하고
달라면 막 주는 스타일이라
그러마 하고 자리에 앉았다.
지역에서 유일한 인문계 교복을 입고 있었고
공부를 잘 하는것 처럼 보였는지
지딴엔 날 믿고 있었나 보다
짜식..탁월한 선택 이었어
시험이 끝나고 모두 베꼈다며
이름과 집 전화번호를 적어가며
대학 들어가면 꼭 연락하겠다고 몇번을 고맙다고..
두달 후 쯤인가?
모르는 학생이 전화와서
청주에 있는 모 국립대학에 합격했다고 전해 달라고
어머니가 전해 주신다.
점수 꽤 나왔을텐데(?)
서울로 가지 왜 청주를..사정이 있었겠지 ㅎ
그 후론 깜깜 무소식..
매년 수능때가 되면 그 아이가 생각난다.
덩치도 있고 참 잘 생긴걸로 기억하는데..
자녀나 손주들 중에 수능을 치르는 가정이 있는 분들
화이팅 하세요 !!
첫댓글 동시 패션으로 같이 떨어진것이 아닌지..ㅎㅎㅎㅎ
사람은 선택을 잘해야..
나도 한국서 이민 온 한국인들을 내 주위에 앉게 하고 죄다 가르켜주면서 시험을 봤음...
나로 인하여 낙제 안하고 졸업들 했음....ㅎㅎㅎ
이반중 늦장가 간사람은 지금 수능보는 자식이 있을..
거의 자식 하나 ..
또는 미혼들..ㅎㅎ
나도 4년전에 아들 수능 봤어요
충분히 있을 수 있죠
외손주가 이번에 수능을 보게되어 엊그제 토요일 딸네 집에 가서 맛있는 거 사주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왔는데 종교도 없는데 자꾸 기도하는 마음이 드네요 ㅎ
그나저나 탄천님은 나이 어려서나 좀 들어서나 어떤 이유가 되든간에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았네요 ㅎㅎㅎ
저 인기 없어요
어제도 그제도 혼자 외로이..
반짝하던 것만 골라 쓰다보니 그렇게 보일 뿐
늘 혼자 랍니다 ㅠ
" 그 후 깜깜 무소식"이 주된 명제인 것 같다. 글 속에는 서운함과 약간의 배신감이 서려 있다.
약속은 신뢰였고~ 은혜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최고 품성 이다.
역시 탄천님^^
머리좋고~~
글 잘쓰고~~
인물은~~모름
그래도 최고 입니더~~^^
저는 예비고사 세대죠.
예비고사를 통과해야
본고사를 볼 수가 있죠. 학력고사, 그 뒤로 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었죠.
늘 이 시기만 되면 대학 가고 싶은 마음에 내 가슴이 떨렸는데 졸업후 12년만에 치른 학력고사~~~그리고 대학 입학~~ 하늘을
날 것 같은 마음이었는데 벌써 나이가 이렇게 먹고
그 날을 회상 해 보네요
은근 깨알자랑 점수 꽤 잘나왔을텐데 ㅎㅎㅎ
탄천님 글 보믄 하바드 수석감이긴 하죠 ㅎ
그러나 저러나 탄천님은 사회 전반으로 구석구석 살피시는 마음은 아주 미남이시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