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선언, 공산당 선언의 현대적 의의 고찰 :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을 읽고>
(마르크스-엥겔스, 권혁 역, 『공산당 선언』, 돋을새김, 2017.)
우리는 『공산당 선언』 이라는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곤 한다. 한국 전쟁을 통해 극심한 이념대립을 겪었던 대한민국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북한을 떠올릴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공산당이라는 단어에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공산당 선언의 파급력은 인정하나, 그 가치에 대해서는 폄훼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현대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단순한 충격과 파급, 그리고 세계 간의 갈등을 넘어서 이 책이 우리 현대 사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나는 지금 다루어보고자 한다.
일단 우리가 왜 이 책에 대하여 거부감과 거리감을 갖는 지부터 이야기해보겠다. 『공산당 선언』 은 공산주의의 강령을 다룬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서이다. 이 책에서는 당대의 극단적인 자유지상주의적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공산주의의 원론적인 원칙들과 개념들을 다루고 있다. 이렇게 사전적인 서술을 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이 책에게 아직 거부감과 거리감을 느낄 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사회에는 이미 이 책의 논리와 주장들이 수용되어 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절대 믿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에 있는 몇 가지 구절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하루에 8시간 근무를 법제화해야 한다",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 구절들은 놀랍게도 실제 이 책에 쓰여있는 내용이다. 이런 진술에 동의하지 않을 한국인이 있겠는가? 이미 수 년 전부터 시행되던 근무시간의 제한과 의무교육에 대해서 우리들은 아무런 거부감도 없고 의문도 없다. 하지만 『공산당 선언』이라는 이름만 듣게 되면 우리는 학습된 거부감을 보인다. 이는 우리가 지배이념에 경도되었기 때문이다. 긴 시간 동안 군부 정권은 반공을 국시로 삼고 공포와 폭력을 통해 정치를 이어왔다. 군부가 몰락 한 후에도 그 이념을 잇는 보수우파 세력들이 그들의 가치를 지키며 계승해왔고 그들이 실제로 현재 정권을 잡고 있기도 하다. 이런 긴 지배의 과정 속에서, 그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적 감정을 우리의 뇌리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지배이념을 제거하고 이 책의 내용을 편견없이 바라본다면, 이 책의 의의와 가치는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물론, 나는 이 책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과 막시즘은 분명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인간을 너무나도 이상적인 존재로 설정하여 인간의 태업과 나태의 욕망을 이 이론은 고려하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사상의 실현 방법론적 문제도 분명하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는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인 방법을 사상의 실현방법으로 규정함으로서, 이 사상은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이 사상을 기초로 해서 세워진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은 개혁, 개방의 과정에서 내재된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붕괴했다. 또한 중국의 경우에도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의 일환으로 사회주의의 근본적 한계와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그토록 반대했던 자본주의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결국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현실에서 실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책의 현대적 의의인 것이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격돌하며,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상호의 영향을 주고 받았다. 사회주의는 근본적 경제이론을 보완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받아들여야만 했고, 자본주의 또한 체제 유지를 위해 복지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여러 논리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용된 여러 논리들이 우리 사회에 복지와 사회권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즉, 『공산당 선언』의 논리는 지금 우리 자본주의 사회 속에 녹아서 우리의 실질적 삶과 함께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편견없이 바라보고 이 역사성과 현대적 가치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임종현, 202311241, 국어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