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6th SHOT
6집 발표하며 돌아 온 '더이상 어리지 않은 왕자'
이승환
2년 2개월 동안 이 남자가 벌인 수상한 수작?
5집 를 발표한 지 2년 2개월 만에 마침내 많은 변화를 담은 6집으로 우리들의 '어린 왕자' 이승환이 돌아왔다. 늘 깨끗한 동화적인 이미지로 유난히 소녀팬들의 '마음속의 왕자'로 남아 있는 이승환. 가요계 데뷔 10년이라는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 다소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3집때부터 시도하려고 했던 다양한 장르의 파격적인 수용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특히 대만 최고의 이호(二湖) 연주자인 온금룡과 함께 동양 특유의 '슬픔'을 표현해 낸 것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궁금해했을 이승환의 근황과 6집 앨범, 콘서트 소식 등을 자세히 전한다.
□취재/여병구기자 □사진/이원기기자
꿈 공장장 첫 번째 꿈
결혼이라~ 꽉 찬 여자랑 해야죠!!!
이승환을 인터뷰한 날짜가 언제냐면 지난 3월 10일이다. 목동에서 그 멀고도 먼 곳에 있는 드림팩토리에 간신히 도착하니 이승환이 4층 사무실에 있는 대형 거울 앞에서 우아하게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솔직히 여기가 미장원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머리만 다른 쁘와송 같은 헤어디자이너가 날렵한 솜씨로 이승환의 머리를 다듬는 동안 이승환은 거울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
한 30분쯤이 지나서 머리 손질을 다 끝내고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은 이승환의 모습은 10년전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었다. "혹시 젊어지는 묘약을 드시나봐요?" "묘약요?(웃음)
그냥 남들과는 다르게 사니까 그런가봐요. 전 평범한 것을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다소 엉뚱한 생각이나 행동도 하면서 나름대로 즐기면서 사니까 나이를 먹는다는 기분은 들지 않더라구요." "아직도 '어린 왕자'라는 타이틀이 마음에 드세요?" "(질색을 하며) 마음에 들기는요. 쑥쓰러울 뿐이에요. 솔직히 3집때부터 '어린 왕자'라는 타이틀에 대해 조금씩 거부반응이 들더군요. 그 타이틀 때문에 스타일에 많은 신경이 쓰였어요. 이제는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일부 광적인 팬들의 협박(?)에 대놓고 거부하기도 그렇더군요.(웃음)
제 팬들은 좀 특별하거든요. 광적인 팬과 정상적인 팬으로 확연히 구분되니까요. 하지만 전 그 모든 팬들을 모두 사랑해요." "이제 나이도 꽉 차신 것 같은데 결혼 생각은 없으세요?" "(강한 목소리로) 가야죠, 빨리 가야죠! 하지만 결혼을 빨리 하게끔 할 여자가 없더라구요. 그동안 주위사람들로부터 몇번 소개를 받았지만 느낌이 별로 오지를 않았어아요. 제가 좋아하는 여성상이요? 먼저 제 일을 이해할 수 있어야겠죠. 그리고 외모보다는 내적으로 꽉찬 여자가 좋아요.(그렇다고 몸이 꽉찬 여자는 절대 아님을 강조)
남자에게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나약한 여성은 싫어요. 항간에 여자를 보는 눈이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라는 편견이 지배적인 것 같은데요. 저 그렇지 않아요. 평범한 가운데서 자그마한 변화를 시도할 수있는 여자를 좋아하는 제가 아직도 까다롭게 보이나요?"
꿈 공장장 두 번째 꿈
음악 생활 10년… 위기, 그리고 탈출을 꿈꾼다
"6집 작업을 하면서 많은 위기를 느꼈어요.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내오면서 차츰 쌓였던 음악적 한계라든가 치고 올라오는 신인들때문에 말이에요. 저를 발라드 가수로만 알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아니, 발라드가수로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 말이에요. 여기에는 광적인 팬들의 역할이 상당히 큰 것은 물론이구요.(웃음) 하지만 <이오공감> 때부터 변화가 시작됐어요. 그리고 3집때부터 다소 냉소적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4집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록 스타일의 음악을 담았고 5집에서는 이런 음악적 스타일로 다소 어려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이제 변화를 시도할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6집의 타이틀을 '삶의 고비'로 지었구요." 현실이 아닌 꿈속의 왕자로만 알고 있었던 팬들에게는 이런 이승환의 현실적인 고민이 다소 의외의 일로 여겨지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보다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워낙에 즉흥적인 성격의 소유자라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변화를 줄 지는 자신도 모른다는 것이 이승환의 생각이다. 현재 신인가수 이소은을 키우는 제작자이기도 하고 기획사인드림팩토리에서 나오는 이라는 잡지의 편집장도 맡으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승환의 미래? 한마디로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는 현실의 서스펜스'으로 표현하고 싶다.
꿈 공장장 세 번째 꿈
앗!우슈를 배우고 있다고?
이승환의 달라진 모습이 또 한가지 있다. 바로 작년 5월부터 중국 무술 '우슈'를 배우기 시작한 것. "그동안 앨범 작업하면서 몸이 정말 안좋았어요. 그래서 몸을 단련해야겠다는 생각에 지겨운 태권도 보다는 좀 새로운 것을 시작해 보자는 의미에서 작년 6월부터 기획사 식구들과 다 함께 도장에 나갔어요. 그러다 앨범 마무리 때문에 10월경에 중단했다가 이번에 다시 시작했죠. 도장에 처음 나간 날 우슈라는 무술에 대한 호기심때문에 무척 긴장이 되더라구요. 하지만 관장이라는 사람이 처음부터 반말하는 바람에 상당히 신경쓰였죠. 제가 보기에도 나이가 어린 사람 같았는데…"
자신이 가수라고 해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은 원치 않았지만 그래도 나이로보나 형님뻘인 자신에게 반말을 하는 관장이 미웠다는 이승환. 하지만 이를 눈치챘는지 그 관장은 연습대련때 실전을 방불케하는 동작으로 이승환의 몸에 적지 않은 멍 자국을 남겼다고 한다. "상당히 격렬한 운동이에요. 동작 하나하나에 많은 힘이 들어가고 빨라요. 유단자들이 그냥 치는 팔을 막았을 뿐인데도 팔뚝에 멍이 들더라구요. 비록 앨범 작업때문에 중간에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했지만 이제 초급단계는 넘었어요. 한번 보여드릴까요?"
잠깐! 여기서 이승환이 설명하는 우슈(WUSHU)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어보자. "우슈는 武術의 중국식 발음이며 현대화된 경기 종목을 말해요. 1950년대부터 새롭게 제정된 신편 무술을 우슈라고 하며, 100년 이상의 역사와 전승 계보가 유지되고 있는 실전 위주의 권법을 전통권이라 하여 우슈와 구분하죠. 우슈는 전능, 남권, 태극권, 산타로 이루어졌는데 권술부문에는 장권, 남권, 태극권, 기계부문에는 도, 곤, 검, 창, 남도, 남곤, 태극검이 있어요. 자, 여러분도 한번 배워보세요. 정말 재밌게 배울 수있어요."
꿈 공장장 네 번째 꿈
앗, 6집이 정상? 비정상?
2년 2개월만에 발표한 이승환의 6집 에는 '삶의 고비'라는 타이틀처럼 치열하고 열정적인 16트랙, 러닝타임 62분 30초의 꽉 찬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이번 음반은 그동안 발라드 가수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던 이승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있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 평소 그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아끼는 팬들을 위한 '정상 SIDE'를 통해 여전히 아름다운 그의 음성을 접할 수있게 했고, 다소 급진적이고 강렬한 곡들은 '비정상 SIDE'에 담아 파격적인 이승환의 새면모를 경험할 수있게 했다.
50여곡의 곡 중에서 23곡을 녹음한 뒤, 그 중 16곡만을 수록했는데 여기에는 의 유희열, 이소은의 '작별'의 작곡자 MGR, 무서운 신예 이규호, 황성제 등과 윤상, 지누 등이 참여했고 특히 김진표, BOBBY의 랩도 들을 수가 있다. 김세황의 강력한 록기타도 특징. 타이틀 곡인 '그대는 모릅니다'는 '천일동안'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발라드 곡으로 좀 더 묘한 감동을 받을 수있다. 주 악기로 쓰인 '아이리쉬 플룻'과 중간의 급작스런 아이들의 합창이 슬픔을 배가시키고 있다. 95년부터 이승환의 앨범에 참여하고 있는 그래미 위너의 스트링 편곡이 여기서 그 빛을 더욱 발하고 있다. 좀 더 성숙해지고 자유자재로 감정을 이입하고 있는 이승환의 보컬이 멋지다. '비정상 SIDE'에 수록된 '당부'라는 곡은 대만 최고의 이호(二湖) 연주자인 온금룡의 연주와 가야금, 해금 등의 국악기들이 동양 특유의 '슬픔'을 표현해 내고 있다.
고어(古語)체의 가사가 색다르며 삭히는 이승환의 노래가 이제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온금룡과의 인연은 이승환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그사람의 사이트를 발견하게 되었고 6집 앨범의 새로운 컨셉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에 접촉. 허락을 받아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이번 6집은 이승환 자신의 스튜디오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총 녹음시간 1100여시간, 단일 곡 최다 믹싱 시간인 42시간, 단일 곡 최다 트랙 사용 90트랙 등의 진기록을 세웠다. 늘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소리와 감동을 찾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승환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팬레터주소:서울시 강동구 성내1동 465-2 '드림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