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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핵심 선수인 박주영과 김정우의 부상 공백으로 대회 직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좀 있었지만, 첫 경기인 바레인전을 놓고 보자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님께서 '박주영 공백은 절대적이지만 뭉치면 우승할 수 있다' 고 했는데, 팀이 하나로 잘 뭉쳐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한 수 아래인데다가 요즘 기세가 떨어진 바레인을 상대로 한 손쉬운 승리였지만, 선수들이 거침없이 약속한 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광래 감독이 자기 의도대로 팀을 잘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 안심입니다. 그 동안 조광래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혹시 아시안컵을 그냥 지나가는 대회로 생각하고 있지 않나, 팀 빌딩 과정의 하나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걱정이 됐는데 그냥 기우였던 것 같아요. 감독과 선수들이 모두 아시안컵 우승의 염원을 가슴속에 담고 똘똘 뭉쳐있는 것 같아 기대감이 커집니다. 바레인전에 뛴 몇몇 선수들의 활약을 중심으로 감상을 말해보렵니다.
정성룡
바레인의 슛은 거의 골키퍼 정면으로 갔고 이렇다 할 위기상황은 없었지만 골키퍼로서 볼 공급을 잘 했다고 봅니다.
이정수
전방까지 폭넓게 움직이면서도 수비진의 빈공간을 잘 관리하고 수비라인 조절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차두리
특유의 폭발력과 신체적인 재능에 냉정함과 여유, 정확성도 더해졌습니다. 신속한 판단력으로 시종 빠른 볼처리를 해냈고, 빠른 발로 측면을 파는 능력은 여전하네요. 전반전의 그 말도 안 되는 부스터는 ㅋㅋㅋ 차두리밖에 못 하는 재주죠. 다른 선수가 볼을 그렇게 차면, 욕먹죠..
기성용
많은 분들이 기성용이 터프해졌다고 입을 모아 칭찬하는데 제 생각도 같습니다. 김정우의 공백을 의식해서인지는 몰라도 거친 몸싸움에 상대 수비와의 신경전도 도맡아 하더라고요. 구자철에게 주역을 맡기고 중원 장악에 치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구자철
2골을 넣었는데 길게 말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박지성 이청용 같은 슈퍼 에이스들을 제치고 주인공으로 우뚝 섰네요. 작년부터 리그 최고의 활약으로 잠재력이 폭발하더니 이젠 국대 붙박이 주전 먹을 기세네요. 저 실력으로 왜 겨우 스위스 같은 곳을 가는지 좀 안타깝습니다. 제주에 좀더 남아서 챔피언스리그도 나가면 좋을 텐데.
박지성
국대 마지막 대회라서 그런지 한층 투철한 사명감을 두르고 나온 것 같습니다. 헌신적인 플레이는 기본이고, 흐름이 상대 쪽으로 넘어가려 할 때 적절하게 끊어주는 등 숨은 1등공신이라 하겠습니다. 상대의 거친 태클에 넘어지기도 했는데, 마지막 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니 되도록이면 다치지 않고 끝까지 뛰어주었으면 합니다.
지동원
측면까지 폭넓게 움직이면서, 시간 대비 활동량으로 치면 가장 바쁘게 뛰었습니다. 패기 넘치는 신인답지 않게 욕심을 접고 팀 플레이에 치중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염기훈
역시 염기훈의 테크닉은 독창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훌륭하게 볼 간수를 잘 해내면서, 짧은 시간을 뛰었지만 공헌도가 높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 때의 염기훈을 기억하지만 사실 그때의 염기훈은 염기훈이 아니었죠. 이것이 진짜 모습입니다.
조광래 감독
조광래 감독이 안양,경남 시절에 이어 국대에서도 과감하게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는 건 자신의 전술을 빠르게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어제의 경기를 보면 조광래호의 미래가 더 기대됩니다. 허정무 감독도 세대교체에 충실했지만 좀더 안정감 있는 느낌이었다면 조광래 감독은 모험적인 이미지인데, 팬 입장에서도 그 모험에 동참해서 즐기고 싶을 만큼 믿음이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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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전 수비수인 곽태휘의 어이없는 퇴장인데요, 곽태휘가 상대 공격수의 옷을 살짝 잡긴 했지만 페널티에이리어 안에서는 오히려 바레인 공격수에게 잡혀 넘어졌는데 페널티킥에 퇴장까지 당했습니다. 일단은 심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기에 편파판정이 있다고 속단할 순 없습니다만 서아시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에선 모든 서아시아팀에게 홈 어드밴티지가 주어진다고 해야 할 만큼 최근 축구계에서 서아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고.. 모든 경기를 12대 11로 싸운다는 각오로 빈틈없이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날카로운 분석에 의한 좋은글 감사합니다.
근데 염기훈 월드컵떄 생각외로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그 엽기적인슛팅이 너무 임펙트가 커서 그렇지
감독이 지시한 것을 잘 수행했죠. 그런데 본인의 경기 스타일을 완전히 발휘할 만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 좋은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