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석. 보통은 거의 실장석의 생명이라고 취급받는, 보석만큼 가치있지는 않지만 보석처럼 반짝이며, 그 이름처럼 허황된 꿈을 꾸는 생명체의 그 헛된 거짓을 마치 진실처럼 지탱해주는 가짜 돌이다.
생명을 지탱 해주는 돌 답게, 실장석을 넝마로 만들어도 이 돌이 무사히 버티면 그 실장석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다. 허나 이 돌이 부서지면 이 부질없는 생명은 마치 실 끊어진 연극인형 마냥 무너지며 그 찰나의 생을 마감한다.
나는 실장석 전문 병원의 수의사이다. 원래는 다른 동물을 맡았지만, 수 많은 경쟁업체가 바다를 이루는 레드오션을 벗어나고 싶어 이 길을 택한, 전형적인 먹고사는 길을 가는 사람이다. 그런만큼 이 일이 그다지 즐겁지 않았고, 그저 내 생애 잘 먹고 잘 살았으면 하는 소시민적인 삶을 이어왔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그래왔을 삶이었다.
약 1달전에 도저히 올 일이 없을만한 사람이 다급하게 내 병원을 찾았다. 굳이 자기소개를 안하더라도 금세 공원 경비인걸 알 수 있는 복장을 입은 중년 남성이 케이지에 포획된 실장석을 들고 나를 다급하게 찾았는데, 처음에는 올 일 없는 사람의 방문에 어리둥절했다.
"으헉 헉, 원장님 계시는교? 이, 이거좀 보이소! 마 공원 큰일났심더!"
"네, 네? 아니 무슨 일이신지..."
"이, 이거좀 봐 주이소. 이딴게 마 지금 공원에 뜸성뜸성 생기가 돌아다님더!"
"이딴거요?"
실장석 공원에 돌아다니는게 하루이틀인가 생각하고 잡혀온 실장석을 봤는데 어딘가 좀 이상했다.
"데게에에에에엑! 데캬아아아앍!"
"히익?!"
눈물자국도 없이 시커매진 눈, 옷보다 연한 녹색빛 피부, 보랏빛으로 물든 혀. 아무리 봐도 이녀석은 죽은 실장석인데, 살아서 미치광이처럼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링갈이라도 갖다 대봤지만 마치 고장이 난 듯 '번역 불가' 메세지만 띄울 뿐이었다.
"아저씨 이거 어디 공원에 있던 놈이에요?"
"쩌그, 두루마리 공원이예."
"두루마리 공원이요? 그 2일전에 구제작업 한 데 아니에요?"
"맞심더 맞심더!"
구제작업을 한 곳은 보통 그 약기운이 적어도 1주일은 공원을 맴돌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은 실장석이 근처에조차 얼씬거리지 못한다. 1주일이 지나도 잎이나 바닥 등에 그 약품성분이 남아 있어서, 구제지역만 들어가면 실장석이 목을 부여잡다 쓰러져 죽는다. 비가 두어번은 와야 완전히 씻겨 내려갈만큼 그 약이 독하다.
그런데 지금 공원 경비아저씨 말 대로면, 그런 맹독지대에 실장석이 돌아다닌다는 소리밖에 안된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인지라, 나는 경비아저씨를 돌려보내고 놈을 자세히 연구관찰 해보기로 했다.
"졸업하면 이런거 안할 줄 알았는데..."
나는 이 산건지 죽은건지 알 수 없는 녀석에게 일반적인 실장석에게 쓰이는 네무리를 뿌려봤다
[치익 치익]
"응?"
이상하게도 약이 안듣는다. 아종이고 카오스고 일단 마시면 잠드는 강력한 약품인데, 녀석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연신 소리만 질러댔다.
뭔가 잘못됨을 느낀 나는 실장석에게 코로리를 포함한 온갖 약품을 다 써봤으나, 어느 약도 놈에게 먹히는건 없었다. 그저 놈의 성질만 더 자극하여 웬종일 캬악거리는 소리만 들을 뿐이었다.
"이건 아냐... 얘 뭔가 이상해."
결국 목덜미 신경을 끊어 놈을 멈추게 하고 몸을 뒤졌다. 실험을 하려면 어차피 위석을 꺼내야 하니. 하지만 이놈은 위석을 학대파에게 도둑맞은 독라마냥 아무리 몸을 뒤져도 그놈의 위석이 보이지를 않았다.
"학대라도 당했나 이놈 위석 어딨... 어?"
"데캬아아어워붸에에엙!"
분명 신경이 끊어진놈이 해괴한 소리와 함께 분대에 든 운치를 입으로 죄다 토해버렸다. 보통 사람들이면 질색을 했겠지만, 난 아픈놈들을 진찰하면서 자주 봐왔으니 무던하게 넘어갈 수... 있지 않았다.
"이게 뭔..."
왜냐면 놈이 방금 자기 운치와 함께, 검은색으로 산산조각난 지 위석을 토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데끼이이이이이!"
"너 도대체 뭐하는 놈이니...?"
지금 당장은 녀석에 대해 알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 난 놈을 원래대로 봉합해놓고 아크릴 상자에 영양제와 같이 가둬놓듯 집어넣었다.
"영양제는 먹히네..."
원래 실장석보다는 서너배 느린거 같았지만, 녀석의 몸이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난 소리지르는 녀석을 진료실에 가둬놓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녀석이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꿈에서 녀석에 쫓기는 꿈까지 꿨다. 그 흉물스런 살덩이에 쫓기는 꿈을. 그 덕에잠도 제대로 못자고 출근하는 불행을 맛봐야 했다. 꿈에서도 해충이구만 이자식들.
하지만 나는 녀석을 병원보다 그 다음날 아침 뉴스에서 먼저 보게 되었다. 정확히는 녀석처럼 죽은 녹색피부를 한 검은눈빛 실장석들이 길거리를 배회하며 사람들한테 덤벼든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알 수 없는 이유로 광폭화된 실장석들이 사람에게 덤벼들고 있어 공원 근처 도로가 폐쇄 되었습니다. 정부는 이것을 감염성 질환으로 추정하여 역학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전염의 우려가 있으니 국민 여러분들 께서는 야생 실장석 근처에 접근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X된거 같은데..."
난 아무래도 말려들면 안될 것 같아서 병원 입구에 '임시휴업' 팻말만 걸고 집으로 되돌아왔고, 이건 다시없을 훌륭한 선택이 되었다.
[현재 광폭화된 실장석들이 거리를 배회중입니다. 약품이 통하지 않아 무력으로 방역할 인력을 투입하였으니, 국민 여러분들 께서는 야생 실장석 근처로 접근하지 마시고 반드시 우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까도 말했듯 이게 1달 전 이야기이다. 지금의 나는 집 밖으로도 못나가고 그저 집 안에 갇힌 꼴이다. 밖에는 이미 난장판이 된 지 오래이다.
"데에에에... 붸에에엙! 데에에엙"
"뒈에에에... 드우에에... 붸에에에엨!!"
길거리엔 병걸린 실장석, 실장석 코스프레 한 것 같은 거대한 것들이 번갈아서 바닥에 토를 싸지르고 있다. 뉴스에서방독면을 쓰라고 한 게 아마도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 이었던것 같다.
아니, 인실공통감염병(人実共通感染病) 인가?
이젠 저 미친것들중에 말도 하는 놈도 있단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드우에에... 문... 배고파... 붸에엙..."
"데에엙... 데에에에스으으으" [배고파...]
이젠 뭐가뭔지도 모르겠다... 저것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우욱... 어...?"
근데 난 누구더라...?
첫댓글 이거 보고 무서워져서 근처 공원에 똥벌레들 멸종시켰습니다
머, 머선일이 일어나는것이여 ㅎㄷㄷ
실장아포칼립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