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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매매용 자금 거래를 방조한 혐의로 제소돼 피해자들에게 합의금 3741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이체방크도 같은 이유로 967억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억만장자인 엡스타인은 2019년 수감 중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사후에도 범죄 연루자에 대한 단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엡스타인은 2008년 미성년자 성범죄로 13개월을 복역했지만 JP모건은 그와 금융거래를 끊지 않았다. 엡스타인은 JP모건 등을 통해 미성년자에게 성착취 대가로 거액의 돈을 이체했다고 한다. JP모건 직원들이 감사팀에 ‘의심 거래’로 신고했지만 경영진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연방법원은 피해자들 증언을 듣고 JP모건 임직원과 CEO를 법정에 세우며 끝까지 책임을 물었다. 과거 엡스타인과 어울렸던 앤드루 영국 왕자와 빌 게이츠 등 정·재계 인사들은 줄줄이 사임하거나 사과했다. 그에게 고액 후원을 받은 대학 총장과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성범죄자가 죽은 후에도 주변에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그냥 덮으면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성착취범인 엡스타인의 성매매 관련 자금 거래를 방조한 혐의로 제소된 JP모건체이스가 피해자들에게 천문학적 합의금을 내기로 했다. 성범죄자 사후에도 범죄 연루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은 결과다.
우리는 이와 정반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자 민주당은 그를 “맑은 분”이라고 칭송했다. 피해자를 위협하고 조롱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피해호소인’이란 해괴한 용어를 만들어 냈다. 미국이라면 이들도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했을 것이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측근과 서울시 간부들의 성추행 방조 혐의에 면죄부를 줬다. 피해자가 제시한 증거와 호소는 묵살당했다. 국가인권위와 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공식 인정했는데도 일부 인사들은 박 전 시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다큐까지 만들었다. 이들은 “성폭력이 전혀 없었고 피해자가 그냥 마음대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피해자에 대한 공격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미국처럼 박 전 시장 사후에도 명확히 진실을 밝히고 주변의 책임을 물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성범죄를 방조한 사람들,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이런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