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PGA·LPGA투어의 귀환 경쟁
올 시즌 세계 골프계에 귀환(歸還) 바람이 거세다.
귀환의 사전적 의미는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거나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어린 시절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듯 진정한 의미의 귀환은 불가능하지만 떠났던 곳, 좋았던 시절, 마음을 빼앗긴 때로의 회귀본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
특히 다른 스포츠에 비해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긴 골프의 경우 전성기 시절로의 귀환을 벼르고 시즌을 맞는 선수가 유난히 많다. 유독 올 시즌에는 귀환 경쟁이 더욱 치열한 느낌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귀환 시도는 단연 화제의 중심에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귀환을 시도해 실패도 하고 성공도 했지만 그의 귀환 드라마의 흥행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 2013년 3월 세계랭킹 1위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무려 11차례에 걸쳐 도합 683주 동안 랭킹 1위 자리를 차지했던 우즈는 지난 1월 22~25일(미국시간) 열린 PGA투어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에서 컷을 통과하고 공동 23위에 오르면서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긴 공백 기간 때문에 정밀도를 요하는 어프로치나 퍼팅에서 가끔 실수가 나타나곤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샷 감각을 되찾아 그를 숭배하는 골프팬들로 하여금 부활의 드라마를 꿈꾸게 하고 있다.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에서 6차까지 가는 연장전 끝에 우승한 호주의 제이슨 데이도 랭킹 1위로의 귀환을 노리는 선수 중의 하나다.
지난해 허리 부상에다 어머니의 암 투병, 아내의 유산 등 집안의 우환으로 슬럼프에 빠져 더스틴 존슨에게 랭킹 1위 자리를 물려준 그는 랭킹이 14위로까지 밀렸으나 이번 대회 우승으로 10위로 뛰어올라 랭킹 1위 탈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2015년 제이슨 데이로부터 세계랭킹 1위를 넘겨받아 1년가량 왕좌 쟁탈전을 펼쳤던 세계랭킹 3위 조던 스피스도 랭킹 1위로의 귀환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랭킹 3위인 스페인의 신예 존람과 랭킹 4위 미국의 저스틴 토머스, 랭킹 5위 마쓰야마 히데키도 랭킹 1위 가시권에 있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볼만하게 됐다.
지난 2015년 9월 제이슨 데이에게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빼앗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역시 유러피언투어 오메가 두바이클래식에서 준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를 향한 귀환전에 가세했다. 그는 이 대회에서 거의 우승을 예약해놓은 듯 했으나 중국의 리 하오통의 거침없는 플레이에 밀려 한 타 차이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부상과 결혼 등 코스 밖에서 바빴던 그는 올해 열린 두 차례의 유러피언투어에서 3위와 2위를 차지, 기량이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증명하며 세계랭킹도 11위에서 8위로 끌어올렸다.
아쉽게도 한국 선수들의 ‘소박한 귀환’ 경쟁은 좀처럼 불이 붙지 않고 있다.
김시우, 강성훈만이 중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예열(豫熱) 중이고 군에서 돌아온 배상문은 지난해 전역하자마자 참가한 신한동해오픈을 시작으로 PGA투어 6개 대회에 참가했으나 모두 컷 통과에 실패해 예전에 머물렀던 중상위권으로의 귀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회 참가횟수가 늘어가면서 절정기의 기량이 나타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희망적으로 보인다.
LPGA투어에선 이제 겨우 개막전만 치른 상황이라 올 시즌의 경쟁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흐름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세계랭킹 1위 펑산산과 뒤이은 박성현, 유소연, 렉시 톰슨, 안나 노르드크비스트 간의 랭킹 경쟁은 물론 김인경, 박인비, 전인지, 리디아 고, 미셸 위, 브룩 핸더슨, 김효주, 김세영 등의 대반격이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PGA투어 못지않은 귀환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