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과 경기 출신 국회의원들이 인천지법과 수원지법을 한데 관할하는 (가칭)경인고법을 수원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천이 사법서비스의 '변방'으로 내밀리는 것 아니냐는 인천 소외론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인천지법과 수원지법의 상급법원인 (가칭)경인고법을 수원에 신설키로 하고 옛 서울대 농생대 부지(15만3천㎡)를 무상 관리전환해 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앞서 한나라당 정미경(수원 권선)·원유철(평택갑) 의원은 각각 (가칭)경기고법 설치를 뼈대로 한 각급법원의설치와관할구역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경기도 법조계와 정치권은 그동안 꾸준히 수원지역을 중심으로, 인천을 관할권에 포함하는 고법 설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거나 입법 발의하는 등 여론 형성에 나서온 터라서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수원에 고법이 신설되고 인천지법까지 관할하게 되면 현재 항소사건 처리를 위해 서울고법을 찾는 인천·부천·김포 400만 시민들의 교통불편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고법은 수도권지하철과 제2외곽순환도로 등을 통해 비교적 편리하게 오갈 수 있지만 수원은 만성체증을 빚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경인국철 구로역을 경유해야 해 시간낭비가 크다.
송도·청라·영종 3개 경제자유구역, 검단신도시, 한강신도시 등의 건설로 인구 유입과 사법서비스 수요가 폭증하는 인천·부천·김포의 지역적 특성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인천지법은 비송사건을 포함 연간 150만건 안팎의 사건을 처리, 국내 지법 가운데 4위를 차지하고 있고 항소사건도 급증 추세이지만 인천고법 설치 방안은 뒷전에 밀려 있다. 인천은 법조 출신 국회의원이 4명(황우여·홍일표 이상 한나라당, 송영길·신학용 이상 민주당)이나 되지만 인천고법 및 고검 유치 문제는 논의조차 안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김민배 인하대 법대 학장은 "수원 경인고법 설치 방안은 지역의 독립성과 생활권을 고려치 않고 행정구역으로만 묶으려는 잘못된 발상"이라며 "사법분권 차원에서도 인천고법 설치 등 별도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기문 직전 인천지방변호사회장은 "경기지역만 관할하는 경기고법 설치는 상관없지만 인천권 주민에게 불편만 미칠 경인고법 설치엔 반대한다"며 "상급법원 신설에 앞서 고법의 합리적인 지역안배 방안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 홍일표(인천 남갑) 의원은 "신설 경인고법에 포함될 바에야 차라리 서울고법 관할로 존치되는 게 인천권 입장에선 바람직하다"면서 "경인고법 설치 추진의 진위와 경과를 철저히 파헤쳐 인천권 시민들이 불이익 당하지 않도록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