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부터 기온이 급깅하. 노숙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밤새 달달 떠느라 고생이 심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손님들이 밥을 어찌나 급하게 먹는지요. 추우니 배가 더 고프다고 합니다.
고우신 할머니 한 분이 커다란 상자를 힘겹게 들고 오십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사위가 작아서 못 입는 겨울옷을 급히 챙겨서 가져오셨습니다. 벌써 할머니의 정성이 가득한 나눔이 여섯 번째입니다.
손님들은 고기 요리를 참 좋아합니다. 생선 요리도 참 좋아합니다. 나물 요리도 좋아합니다. 샐러드도 참 좋아합니다. 매운 청양고추도, 상추로 쌈 싸 먹는 것도 참 좋아합니다. 요즘은 김치를 제일 맛있어 합니다.
올 여름부터 김치를 담기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배추가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깍두기를 담고 열무김치를 담고 쪽파김치도 담았습니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묵은지 김치까지 얻어다가 볶아서 내곤 했습니다. 며칠 전에야 겨우 배추를 사다가 제대로 김치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김치 때문에 속앓이를 합니다. 우리 손님들이 다른 곳에서는 거의 김치 구경조차 못했다면서 듬뿍 접시에 담습니다. 좀 아껴서 드시면 좋을텐데.... 얼마나 김치가 맛있으면 저렇까 마음이 쓰리기도 합니다.
밀양의 남천식육점에서는 오래 전부터(10년도 넘은 것 같습니다) 매달 몇 상자씩 돼지고기를 보내주십니다. 손님들께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를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장조림도 하고, 고기를 갈아서도 합니다. 돼지 불고기로도 내고, 수육으로도 내면 참 좋아합니다. 매달 삼산농산물 도매시장 근처에 있는 명품 도매정육센터에서는 아주 품질 좋은 돼지 불고기감을 듬뿍 주십니다. 돼지불고기를 해서 내면 눈깜짝 할 새 없어집니다.
강남의 압구정동 “동천홍” 중국음식점 사장님께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매 주일 마다 맛있게 볶은 짜장과 매콤한 굴짬뽕을 직접 차에 싣고 오셔서 선물해 주십니다. 짜장 덮밥으로도, 짜장 라면으로도 잘 드십니다.
남동공단의 숨은 후원자께서는 십년도 훨씬 넘는 동안 매달 두 번씩 싱싱한 닭을 손질해서 백 마리 씩 보내주십니다. 닭백숙, 닭볶음탕을 해 드립니다. 또 닭죽도 끓여 드립니다,
목포 대상수산과 연안부두 어시장의 아네스 자매님도 정기적으로 맛있는 생선을 나눠주십니다.
오징어젓, 간장게장 등등 젓갈도 손님들이 좋아하는 반찬입니다. 꽃게철이라 간장 게장을 담아볼까 꽃게구경 같다가 1Kg에 이만 원도 넘어서 단념했습니다. 얼마 전에 고마운 분이 간장게장을 조금 선물해 주셨습니다. 손님들께 조금씩 나눠드렸는데 금새 동이 났습니다. 어떤 손님은 게장 국물만이라도 조금 달라고 해서 국물마저 금새 동이 났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전에는 손도 대지 않았던 음식이 과일 샐러드, 채소 샐러드 종류입니다. 요즘은 얼마나 좋아하는지요. 얼마 전에는 샐러드를 더 맛나게 만들기 위해 아몬드 얇게 썬 것, 상큼한 맛을 내는 레몬 분말도 준비해서 함께 낸답니다.
사랑으로 하는 일은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일들은 작은 일들입니다. 배고픈 이웃들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작고 보잘것없는 일입니다.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는 일이어서 누구나 쉽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2003년 4월 1일에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했습니다. 도로시 데이와 피터 모린의 환대의 집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1930년경 미국에서 피터 모린과 도로시 데이에 의해 시작된 ‘가톨릭 노동자’ 운동에서 ‘환대의 집’은 교부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소외된 이들을 맞아들이고, 갇힌 이들을 방문하며,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고, 집 없는 이들에게 방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 이 집은 언제나 가난한 이들과 병든 이, 고아, 노인, 여행자, 순례자 그 밖의 곤궁한 사람들에게 열려 있었다. 이 집은 가난한 이들에게 따뜻한 안식처이면서 독서실과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기도와 토론과 공부를 하는 곳이다. 누구나 환영하는 이 집에선 항상 커피가 난로에서 끓고 있었고, 있는 재료를 아무거나 넣고 끓이는 ‘잡탕 찌개’가 난로에서 굶주린 사람들을 기다려 주었다”(잣대는 사랑).
민들레국수집에는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는 언제든지 와서 식사할 수 있습니다. 두세 번 와도 괜찮습니다. 다른 배고픈 사람들을 생각해서 음식을 남기지만 않는다면 몇 번을 드셔도 괜찮습니다.
전에는 오전 열 시전이라도 식사 준비가 되면 밥을 차려드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손님들이 점점 오시는 시간이 일러져서 시작하는 시간이 오전 열 시라는 것을 잊어버릴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오전 열 시에 밥을 차려드립니다. 몇 분이 먼저 와서 줄을 섭니다. 그러면 꼴찌부터 식사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민들레국수집에서는 줄을 서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민들레국수집의 하루는 오후 다섯 시에 끝이 납니다. 그런데 다섯 시가 조금 넘어서도 뛰어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드립니다. 시간이 지났다고 그냥 떠나게 한다면 다음날까지 굶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는 손님들이 직접 자신의 밥과 반찬을 접시에 담아서 자유롭게 먹습니다. 반찬은 보통 일곱 여덟 가지입니다. 국은 항상 작은 국솥에서 뜨겁게 데워져 있어서 조금 위험합니다. 그래서 손님이 원하시는 만큼 봉사자가 담아드립니다. 국을 차려드리면서 손님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시중을 듭니다. 물도 따라 드리고, 식탁도 항상 깨끗하게 닦아드립니다. 치아가 부실해서 제대로 못 드시면 가위로 잘게 썰어드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작고 보잘것없는 일들로 민들레국수집의 하루가 바쁘게 지나갑니다. 어떤 때는 술 취한 손님의 주정을 들어주느라 진이 빠지기도 합니다. 몸은 노곤하지만 마음은 평화롭습니다. 사랑으로 하는 일은 희생도 아니고 고통도 아닙니다. 단지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첫댓글 이렇게 꾸준히 넘치는 사랑의 나눔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귀하고 축복가득한 정성이네요^^ 기적의 민들레국수집 입니다~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있지만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것만큼 뿌듯하고 소중한 일이 없는거 같습니다. 민들레 국수집 훌륭합니다!
항상 고맙고 감사합니다.
저도 힘든 이웃들에게 작은 기쁨이고 싶습니다!!
민들레 국수집이 시선 돌리는 곳마다 우리사회의 그늘이 있습니다.
그 그늘에 밝은 미소를 불어넣는 민들레 국수집입니다.
파이팅~~~!
민들레 국수집의 행보 하나하나가 정말 감동입니다.
제가 생각으로만 그친 사회의 그늘들을 가려운 등 긁어 주듯 시원하게 긁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따뜻한 밥상이 생각이 납니다...
시렵고 팍팍한 세상에 민들레국수집의 따뜻한 나눔이 최고예요^^ 힘내세요!!
서영남 대표님과 베로니카님의 실천하는 삶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자체가 빛나는 삶의 모습입니다. 존경합니다!
겨울날의 따뜻한 난로같은 민들레 국수집을 사랑하고 응원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의 희망이 살아서 온 세상의 어둠을 밝힙니다.
오늘도 하느님의 향기를 느끼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비록 찬바람 부는 계절이 다가오지만, 그래도 민들레국수집은 사랑으로 따뜻할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민들레국수집 파이팅!!
함께 걷는 세상을 민들레국수집 안에서 봅니다
여러 상황과 사람들을 통해 진정한 만남이 가져다 주는 기쁨과 감동을 봅니다/
아주 특별한 사랑을 배우네요^^
민들레 국수집 파이팅!! 입니다.
진실하게 동행하는 사람들과 함께 삶의 기쁨을 나누며 사는 세상을 꿈꾸며... 언제나 건강하시고 언제나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 국수집!
정이 넘치는 민들레 국수집!
민들레 홀씨의 사랑을 온세상으로 퍼뜨리는 민들레 국수집!
응원합니다.
날씨 추울수록 따뜻한 마음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희망으로 삼고, 더 힘찬 미래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민들레 국수집 멋집니다.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시길....
오늘의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민들레공동체 나눔이 특별한 선물입니다. 해피 감동!!
나는 오늘도 민들레국수집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아멘!!
건강하시죠..
민들레 국수집 안에서 아름다운 이야기에 같이 도취되어
행복해하며 소탈한 웃음을 마음껏 웃어봅니다.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가난한 이웃들... 작은 행복을 지켜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미치도록 밉습니다. 민들레국수집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