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실학자인 청담 이중환(1690~1752년). 23세의 나이로 병과에 급제한 후 탄탄대로를 걷던 그는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큰 시련을 겪는다. 남인 출신 목호룡에 의해 촉발된 신임사화(1722년)에 연루되면서 그의 꿈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이후 이중환은 관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30여 년 동안 조선의 구석구석을 답사하며 풍습, 인물, 문화, 자연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택리지다. 이 택리지를 통해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고장으로 전남 구례, 경북 성주와 함께 멋과 풍류의 고장 남원이 선택되었다.
▶▶실상사, 혼불문학관 등 명소 많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남원은 명산 지리산과 청류 섬진강을 품은 멋과 풍류의 고장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전문학인 춘향전과 흥부전의 무대이며, 동편제 판소리와 추어탕의 본고장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남원 어딜 가나 정겨운 우리 가락이 들려오고, 발길 닿는 곳마다 우리 조상들의 해학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남원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전통사찰은 실상사다. 실상사는 통일신라 흥덕왕 때인 828년 홍척국사(증각대사)에 의해 창건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호국사찰이다. 지리산 끝자락의 평지에 가람이 배치되어 있지만 선종의 구산선문 가운데 맨 처음 문을 연 사찰로 매우 유서가 깊다. 구산선문은 9~10세기 무렵 당나라에서 공부한 선승들이 귀국해서 개산한 아홉 사찰을 가리킨다. 구산선문에 속한 사찰로는 실상사를 비롯해 곡성 태안사, 장흥 보림사, 보령 성주사, 강릉 굴산사, 문경 봉암사, 영월 흥령사(법흥사), 창원 봉림사, 해주 광조사 등이 있다.
실상사로 들어가는 길목의 다리 양쪽에는 조선 영조 때인 1725년에 만들어진 돌장승 3기가 세워져 있다. 사천왕상이나 인왕상처럼 잡귀의 범접을 막는 절의 수호신이다. 하지만 벙거지를 쓴 머리에 왕방울 같은 눈을 부라리고, 꾹 다문 입술 사이로 어금니와 송곳니가 드러난 형상이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실상사는 배일사상(排日思想)이 짙은 사찰이다. 오랜 옛날부터 "실상사가 흥하면 일본이 망하고, 일본이 흥하면 실상사가 망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올 정도다. 풍수지리상 이곳에 절을 세우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정기가 일본으로 빠져나간다고 해서 실상사가 세워졌다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지리산 천왕봉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실상사 약사전에 철제여래좌상을 봉안한 것도 우리나라의 정기를 일본으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실상사에서는 통일신라 석탑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삼층석탑과 불을 켤 때 올라갈 수 있도록 돌계단을 만들어 놓은 석등(보물 제35호)을 눈여겨볼 만하다.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노봉마을에는 혼불문학관이 있다. 소설가 최명희(1947~1998년)가 병마와 싸우며 17년 동안 쓴 대하소설 '혼불'의 무대이자 작가 아버지의 고향이다. 작가는 소설에서 매안 이씨 집안의 3대에 걸친 종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제 강점기 당시 민초들의 생활상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2004년 개관한 혼불문학관에는 작가의 육필원고와 유품 그리고 효원의 혼례식, 강모와 강실의 소꿉놀이, 청암 부인 장례식 등의 소설 장면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디오라마(축소모형)가 전시돼 있다. 혼불문학관 근처에 있는 서도역 역시 '혼불'의 주요 무대 가운데 하나다. 전라선 철도의 복선화공사로 인해 사라질 뻔했던 옛 서도역은 1930년대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나무로 지은 역사 건물과 수동 신호기, 그리고 녹슨 철길이 눈길을 끈다.
▶▶이번 주말 '칠월칠석 페스티벌' 열려
남원은 어느 때 찾아도 좋은 여행지다. 역사유적지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고, 이것저것 구경거리도 많다. 재미있는 축제도 많이 열린다.
올해로 두 번째 열리는 남원 칠월칠석 페스티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산품 소개와 흥미위주의 행사로 꾸며지는 다른 지방축제와는 달리 전통설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축제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 사랑의 광장 등에서 열리는 올해의 축제는 칠석(8월 7일) 이틀 뒤인 8월 9일(토)과 10일(일)에 열린다.
'한국적인 사랑의 도시'를 표방하는 남원에서 열리는 칠월칠석 페스티벌의 특징은 연인이 함께 참여해 서로의 애정도 과시하고 몇몇 경연대회(커플가요제, 쌍그네 뛰기, 커플장기자랑 등)를 통해 베스트 커플을 선정한다는 점이다.
또 추첨을 통해 행운의 칠석 커플로 선정된 세 커플에게는 각각 500만원(견우직녀), 200만원(몽룡춘향), 100만원(방자향단)의 상금이 수여된다. 행사참여를 원하는 커플은 8월 6일까지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 참가비는 커플당 3만원. 선착순 300쌍.
△문의=남원시관광발전협의회(063-633-5353)
△교통편=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함양 분기점까지 간 다음, 88올림픽 고속도로를 이용해 지리산 나들목에서 빠지면 실상사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실상사에서 남원읍까지는 88올림픽 고속도로 또는 24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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