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 위주였던 서울 재건축·재개발 수주 시장에 중견 건설사들이 가세하고 있다. 공공택지지구 등 땅이 부족해지면서 도시정비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인데, 그중에서도 사업성이 좋은 서울에 깃발을 꽂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 용산·강동·서대문 등에 이미 깃발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서울 강동구 둔촌동 삼익빌라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총회에선 한라가 시공사로 뽑혔다. 현장설명회에는 12개의 건설사가 참여했고 한라와 한양이 최종 응찰해 2파전으로 진행됐다. 지하 2층∼지상 10층의 아파트 201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중견 건설사 간 격돌로 눈길을 끌었었다.
▲ 서울 서대문구 영천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완공 후 예상 모습. /반도건설 제공
지난 15일엔 서울 서대문구 영천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이 총회를 열고 반도건설을 시공사로 뽑았다. 서대문구 영천동 69-20번지 일대에 지하 5층~지상 23층, 총 371가구(아파트 199가구, 오피스텔 172실)의 주상복합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업 외에도 서울 지역 내 사업성이 있는 현장을 면밀히 검토해 앞으로 도시정비사업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 (5,790원▼ 50 -0.86%)도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효창6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지하 3층~지상 최고 14층의 아파트 385가구와 상가 1개를 짓는 사업으로, 태영건설은 낮은 공사비와 높은 이사비 지원 등을 내세워 쌍용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지난해 8월엔 서울 성북구 보문5구역 재개발 조합이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정했다. 지하 5층~지상 26층의 아파트 총 186가구를 짓는 소규모 사업인데, 호반건설이 서울에서 처음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이다.
중견 건설사들은 용산 한성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신림2구역 등 현장 설명회에도 대거 참여해 수주를 노리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도 도시정비 알짜 사업지로 꼽히는 강남권 수주 현장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작년 말 서울 강남구 대치2지구 재건축 조합이 진행한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는 물론, 한라와 중흥건설, 제일건설, 태영건설 등 중견사들도 여럿 참여했다.
◆ 핵심 입지 노리기에는 브랜드·영업력 한계
중견 건설사들은 주로 택지지구 땅을 매입해 분양하는 방식으로 주택 사업을 키워왔다. 하지만 택지지구 공급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사업거리가 부족해진 이들 중견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해 공공주택 용지는 109개 필지(403만㎡)만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해(212개 필지·775만㎡)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중견사들의 서울 진출이 늘고는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영역을 확대해 나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브랜드 경쟁력이 대형 건설사에 비해 달려 서울 강남권 등 핵심 단지 수주는 버거워 보인다. 대형사보다 도시정비사업 경험이 적어 영업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도 있다.
▲ 중흥건설이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 전경.
일례로 중흥건설은 서울 강남구 대치 구마을 2지구 시공사 수주전에 참여했지만, 롯데건설과 대림산업 (82,000원▼ 300 -0.36%)의 양강 구도 속에 묻혀 시공권을 따내지 못했다. 호반건설도 서초구 방배경남과 신반포7차 등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참여했지만 역시 대형 건설사에 밀려 수주에 실패했다. 용산구 한성아파트 역시 신영건설과 신일이 재건축 수주전에서 맞붙었지만 다수의 조합원들이 인지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원해 최근 시공사 선정 총회가 무산됐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는 기술력과 주택 브랜드를 많이 보는 편인데, 아직까지는 대형사들의 주택 브랜드 이미지가 압도적이라 특히 강남권의 경우 중견사가 수주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