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이란성쌍둥이 여동생 앨리사를 찾아 냉혹하고 부조리한 세상과 인간들 사이를 묵묵히 헤맸던 열세 살 소년 조니 메리멈은 스물세 살 청년이 되었다. 마을에서 벗어나 가족에게 물려받은 6000에이커의 거대한 숲과 늪지인 허쉬 아버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조니는, 당시의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아직도 마을의 유명인사이자 괴짜로 불린다. 10년 전, 함께 여동생을 찾아 나선 친구 잭 크로스는 불우한 과거를 뒤로하고 유망한 신입 변호사가 되었지만, 조니에 대한 책임감과 기형인 팔로 인한 자격지심을 떨쳐내지 못한다. 거대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별 쓸모 없어 보이는 허쉬 아버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조니는 땅에 대한 엄청난 대가까지 거부하며 득될 것 없는 소유권 소송전에 휘말리고, 잭은 조니의 집착에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아챈다.
1853년 조니의 조상이었던 존 메리멈은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노예 아이작 프리맨틀에게 허쉬 아버를 양도했고, 프리맨틀의 집안에 아들이 없을 경우 땅을 메리멈가에 반환시킨다는 계약을 맺었다. 땅의 소유권이 부당하게 다시 넘어갔다고 생각한 프리맨틀가의 자손 루애나가 소송을 시작했고, 루애나를 도우며 소송 비용을 대는 뉴욕의 억만장자 윌리엄 보이드에게는 또 다른 어두운 속내가 숨어 있다. 『허쉬』는 허쉬 아버의 자연과 동물들을 지키면서 이에 과하게 집착하는 조니, 허쉬 아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그 역사를 아는 루애나와 딸 크리, 허쉬 아버의 비극을 직접 겪은 할아버지의 기록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윌리엄 보이드의 이야기를 펼치며, 허쉬 아버의 폭력적인 역사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현재의 주인공 조니와 함께 직접 허쉬 아버의 숲과 늪지를 거니는 듯한 현실적인 묘사도 압도적이지만, 아프리카 노예 무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허쉬』의 후반부 이야기에서는 독자들에게 마치 최면을 건 듯한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가 느껴진다.
어떤 땅에는 과거에 행해진 폭력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현실의 방문자들을 놀라게 한다. 존 하트는 마치 역사가 시대를 넘나들며 오늘의 인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려는 것처럼 정교하게 『허쉬』의 세계를 창조하고 놀라운 몰입력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프리퀄인 『라스트 차일드』는 물론이고 존 하트의 다른 작품들과도 결을 달리하기에, 출간 당시에도 『허쉬』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들이 쏟아졌다. 초자연적인 배경과 모호한 장르의 경계는 확실한 분야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존 하트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으려는 작가의 놀라운 도전에 새롭게 감동할 것이며, 소설을 읽은 이후에도 다시 없을 환상적 배경인 허쉬 아버에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