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음악에 빠지고 물건에 집착하고 이야기에 감동하는가?
음식, 섹스, 예술, 쇼핑, 영화, 스포츠가 우리를 매혹하는 이유
철학, 심리학, 행동경제학의 성과가 어우러져 처음으로 밝혀지는 놀라운 이야기들
똑같은 와인도 상표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같은 그림도 유명 화가의 작품으로 밝혀지면 가격이 치솟고 위작으로 밝혀지면 가격이 추락한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구별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는 맛을 결정하는 건 콜라의 맛이 아니라 브랜드라는 결과도 나왔다. 미녀는 평범한 외모의 남자에게 빠지기 쉽고, 유독 이웃집 아가씨가 매력적으로 보인다. 마크 맥과이어의 홈런볼이 300만 달러에 팔리고, 끔찍한 사고 현장을 보려고 자동차는 속도를 줄인다. 음식, 예술, 섹스, 물건, 영화, 이야기 등이 인간에게 쾌락을 주는 진짜 이유를 설명하고,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사람의 심리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보여주는 책.
우리는 왜 음악에 빠지고 물건에 집착하고 이야기에 감동하는가?
사람의 심리를 움직이는 기상천외한 쾌락 실험실
2007년 1월 12일 아침,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야구모자를 눌러쓴 젊은이가 워싱턴 지하철역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이날의 연주는 평범한 거리 연주가 아니었다. 젊은이는 조슈아 벨이라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였고, 그날 지하철에서 연주한 악기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713년에 직접 제작한 350만 달러짜리 바이올린이었다. 수천 명의 인파가 그 앞을 지나갔지만 모인 동전은 32달러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사람들에게 위대한 예술이라고 말해 주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위대한 예술을 접하고 어떻게 반응할까를 연구한 실험이었지만, 사람들은 위대한 음악을 알아보지 못했다.
진품이라고 믿었던 그림이 위작으로 밝혀지면 그 순간 그림에서 느꼈던 즐거움은 눈 녹듯 사라진다. 똑같은 그림도 박물관에 있을 때와 카페에 있을 때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다. 예술에 얽힌 사람들의 판이한 반응에는 인간의 얄팍함과 속물근성, 집단 사고와 지적 태만이 드러난다. 피에로 만초니는 자기의 똥을 담은 캔 90개를 제작했고, 2002년 테이트 미술관은 캔 하나에 61,000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우리는 예술의 어느 부분에서 쾌락을 느끼는 걸까?
똑같은 와인에 상표만 다르게 붙인 실험에서 와인 전문가들은 최고급 와인 상표가 붙은 와인 맛을 높게 평가했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구별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는 맛을 결정하는 건 콜라의 맛이 아니라 브랜드라는 결과도 나왔다. 미녀는 평범한 외모의 남자에게 빠지기 쉽고, 유독 이웃집 아가씨가 매력적으로 보인다. 마크 맥과이어의 홈런볼이 300만 달러에 팔리고, 조지 클루니가 입던 땀에 전 스웨터가 고가에 팔린다. 브래드 피트와 제니퍼 애니스턴의 결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드라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열광한다. 잔혹한 영화를 보려고 극장 앞에 줄을 서고, 선혈이 낭자한 교통사고 현장을 자세히 보려고 차의 속도를 줄인다.
개인의 취향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이고, 음식은 우리의 숨은 내면을 어떻게 드러내는가? 인간은 어디에서 성적 매력을 느끼고, 외모는 얼마나 중요한 걸까? 우리가 상상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이고, 소설과 영화는 왜 감동을 줄까? 물건이 인간의 쾌락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사무실 금고에서 5달러를 꺼내는 것은 안 되고 5달러 상당의 문구류를 집으로 가져오는 일에 대해선 죄의식을 안 느끼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자기가 선택한 물건은 좋아하고 선택하지 않은 물건은 싫어하는 게 인간의 기본 심리라는 실험결과도 있다. 인간은 왜 이렇게 불합리한가?
2002년 대니얼 카너먼에게 노벨 경제학상의 영광을 안겨준 연구를 보면 인간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99.99달러짜리 스피커는 사도 100.00달러라고 하면 지나친다. 집안에 총이 있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훨씬 심각한 수영장의 위험에는 무관심하다.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성형수술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똑같은 아파트지만 센트럴파크의 녹지가 내려다보이는 집이 반대편 집보다 훨씬 비싸다. 세상에는 우리가 지각하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불합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과학은 인간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인간이 좋아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쾌락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인간의 욕구와 관심과 취향은 균형 잡힌 잘생긴 얼굴이나 음식에 함유된 설탕과 지방이나 아름다운 그림을 넘어선다. 이 책은 인간이 좋아하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파헤친 획기적인 연구다. 쾌락은 단순히 감각기관의 반응이라는 기존 이론에 반박하면서 쾌락은 대상의 심오한 본질이나 본성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짝퉁이 아니라 진짜 롤렉스시계를 차고 싶어 하고, 위작이 아닌 피카소 진품을 원하고,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 형제 중에서도 자기가 사랑하는 그 사람만 원한다는 것이다.
풀 블룸은 흥미롭고 재치 있는 실험과 고찰을 통해 인간의 숨겨진 본성과 욕망을 드러낸다. 철학, 신경과학, 아동발달, 행동경제학을 바탕으로 고상하거나 추악하거나, 교양 있거나 저속한 쾌락을 설명한다. 우리는 이 책에서 아직 온전히 밝혀지지 않은 인간 심리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북미 페리에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인 브루스 네빈스는 북미 사람들에게 페리에 생수가 얼마나 맛있는지 홍보해야 했다. 그런데 라디오 생방송에서 물이 든 컵 7잔 가운데 페리에 생수를 골라내던 날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다섯 번 시도한 끝에 겨우 페리에를 골라냈다. …… 네빈스는 라디오 방송에서 고배를 마시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여전히 페리에 생수가 맛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페리에는 정말 맛이 좋다. 다만 그 좋은 물맛을 음미하려면 그 물이 페리에라는 걸 알아야 할 뿐이다. _80-81쪽
와인 연구는 자주 논란을 일으킨다. 한 종류의 와인에 상표를 다르게 붙이고 와인전문가를 비롯한 사람들의 맛 평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볼 수 있다. 어느 연구에서는 똑같은 보르도 와인이지만 한쪽에는 최고급 와인을 의미하는 ‘그랑 크뤼 등급’을 붙이고 다른 하나에는 일반 와인을 의미하는 ‘뱅 드 따블’을 붙였다. 와인 전문가들 가운데 40명이 최고 등급이 붙은 와인을 좋은 와인이라고 평가하고 12명만 낮은 등급이 붙은 와인을 좋은 와인으로 평가했다. _82쪽
고통에서 쾌락을 얻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다른 동물은 다른 음식이 있으면 고통을 주는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철학자들은 인간 고유의 특징을 언어, 이성, 문화에서 찾는다. 나는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인간은 타바스코 소스를 좋아하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_90쪽
예일 대학 학생들은 바쁘고 돈에 쪼들리지 않는 편이라서 설문지를 작성해 주면 2달러를 준다고 제안해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돈 대신 음료수나 M&M’s 초콜릿을 준다고 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2달러어치도 안 되지만 돈을 줄 때보다 반응이 좋다. 돈을 주면 상업적 거래, 그것도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 거래가 되지만, 간식을 주면 인간의 본능적인 호의를 끌어낼 수 있다. _ 143쪽
중요한 인물의 손길이 매일 닿은 물건이면 가치가 크게 상승한다. 예를 들어 1996년에 경매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골프채가 772,500달러에 팔렸고, 케네디의 집안에 있던 줄자는 48,875달러에 팔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먹다 만 아침 식사가 경매에 올라오기도 하고(경매 사이트에서 삭제되기 전에 입찰가가 1만 달러 이상으로 올라갔다. 음식 판매를 금지하는 조항 때문에 곧바로 삭제됐다.) 이 사이트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씹던 풍선껌이 올라온 적도 있다. _150쪽
렘브란트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때는 <야경꾼>을 좋아했는데 다른 아무개의 작품으로 밝혀졌다고 해서 덜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슈아 벨의 연주를 평가해서 돈을 낸다면 지하철의 젊은이가 연주한 음악도 좋아해야 한다. 캔버스 위의 똑같은 그림이고, 똑같은 소리의 배열이다. 그러나 판이한 반응에는 인간의 얄팍함과 속물근성, 집단 사고와 지적 태만이 드러난다. _173쪽
피에로 만초니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그의 대변을 담은 캔 90개 시리즈가 있다. 모두 잘 팔렸다. 2002년에 테이트 미술관은 캔 하나에 61,000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 우리가 어떤 물건에서 쾌락을 얻는 이유는 그 물건을 만든 사람이나 사용한 사람의 흔적이 물건에 배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초니는 “진정 예술가의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물건을 원한다면 그의 똥을 가지면 된다.”고 말한다. 게다가 훌륭한 유머도 구사했다. 일부러 캔을 완전히 압열멸균하지 않고 조금 틈을 두어서 나중에 똥이 든 캔 절반 정도가 박물관이나 개인 소장품으로 전시되다가 터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_205쪽
첫댓글 폴 블룸 지음 / 역자 문희경 옮김 / 출판사 살림 | 201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