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후편
꽝! 개미집 문이 닫혔어요.
베짱이는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볼을 떼어버릴 것 같이 겨울바람보다 개미의 말과 문 닫는 소리가 더 추웠어요.
한 동안 베짱이는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몸의 감각도 느낄 수 없었어요. 그러다 곧 무릎이 꺾이고 의식이 희미해졌어요.
겨우겨우 나뭇잎 밑으로 기어갔지만 정신을 잃었답니다.
다음날 아침 베짱이가 눈을 떴어요.
굼벵이네 집이었습니다.
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굼벵이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베짱이는 영락없이 얼어 죽었을 거에요.
잠에서 깬 베짱이는 자꾸 울었어요.
개미의 말이 자꾸 생각났어요.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굼벵이가 베짱이의 눈물을 닫아주며 이유를 묻자, 베짱이는 개미와 있었던 일을 다 말했어요.
베짱이 이야기를 듣자 굼벵이는 빙그레 웃었어요.
“베짱아, 하지만 너야말로 모두를 즐겁게 해주잖아. 개미는 자기밖에 모르는 구두쇠고 이기주의자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나누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니? 나는 오히려 네가 더 부러운 걸?”
굼벵이는 베짱이를 다정하게 안아 줬어요.
자기 노래가 모두를 즐겁게 해준다는 말에 베짱이는 힘이 났어요.
다시 봄이 왔어요.
개미는 멋진 결혼식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초대한 숲속 친구들이 아무도 안 왔어요.
검은 작업복만 입은 가족들만 모였지요.
숲속 친구들은 개미가 너무 인색해 개미가 개미 눈꼽 만큼밖에 밥을 안 내놓을 거라 생각해 아예 오지 않았답니다. 물론 축가도 없었지요. 개미는 우울했답니다.
그때였어요. 베짱이가 찾아왔답니다.
베짱이는 개미의 결혼을 축하해주고, 멋지게 노래도 불러주었답니다.
개미는 부끄러웠어요.
여름이 오자 숲은 더욱 요란해졌답니다.
베짱이랑 같이 매미가 된 굼벵이가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못 하는 개미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답니다.
후기 : 아무래도 이솝의 우화에 나오는 개미는 자본주의적 인간의 전형일 것이다. 일의 노예거나 인색한 수전노, 혹은 자본가. 혹자는 베짱이는 후기산업사회의 아이돌스타로 보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몰인정보다 인정이 필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