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른 우주 팽창 속도’ 허블상수,
어떻게 나왔나
우주 팽창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는 상식입니다. 더 먼 곳에 있는 천체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우주 공간 전체가
팽창을 겪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우주 팽창은 지금까지 수많은 천문학자들이 먼 우주에 있는 초신성들과 은하들을 정밀하게 관측하여 이끌어 낸
결론이며, 지금도 정확한 우주 팽창 속도를 구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분투하고 있습니다.
» 그림 1. 새로운 허블 상수를 측정한 애덤 리스의 사진. 출처 / Wikimedia Commons 지난 4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애덤 리스(Adam Riess) 연구팀은 새로운 우주 팽창 속도를 측정해 발표했습니다 [참조: ‘우주팽창속도’ 서로 다른 두
값이 던진 물음의 의미는? http://scienceon.hani.co.kr/393812 ].
이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우주 팽창 속도보다 우주가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7월에는 이 연구가 국제
천체물리학회지(The Astrophysical Journal)에 게재되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애덤 리스는 이전에도 초신성(supernova)을 이용해 우주 팽창 속도를 측정하였고, 그 결과 우주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빨리 팽창하는
‘가속 팽창’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가 있습니다. 그는 그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까지 수상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주 팽창
속도는 왜 중요하며,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우주 팽창 속도를 밝혀낸 두 가지
원리
천문학자들은 우주
팽창 속도를 측정하는 데 크게 두 가지의 기본 원리를 이용합니다. 첫 번째는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입니다. 도플러 효과란,
파동이 발생하는 파원과 관측자 사이의 운동에 따라 전달되는 파동의 파장이 변하는 효과입니다. 파원과 관측자가 서로 가까워지고 있다면 전달되는
파장의 길이는 더욱 짧아지고, 서로 멀어지고 있다면 파장의 길이는 더욱 길어집니다. 도플러 효과는 일상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구급차가 관찰자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올 때엔 높은 음(짧은 파장)의 사이렌 소리가 나다가, 관찰자를 지나쳐 멀어질 때엔 낮은 음(긴 파장)의
소리가 나는 현상도 도플러 효과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먼 우주의 어떤 천체에서 방출되는 빛을 관측했는데 예상되는 파장보다 더 길게 보인다면, 그 천체와 관측자 사이의 거리는 멀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때 측정된 파장의 길이 변화를 천문학자들은 ‘적색 이동(redshift)’이라고 부릅니다. 적색이동이란 관찰된 빛의
스펙트럼이 파장이 긴 붉은색 쪽으로 치우쳐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스펙트럼의 적색 이동 현상은 관측한 천체가 멀어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또한 적색 이동 값이 클수록 후퇴 속도(관측자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있죠.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우주 공간이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 천체들의 적색 이동을 관측함으로써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 그림 2 움직이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사이렌 소리는 도플러 효과의 좋은 예이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두 번째 원리는
‘허블의 법칙(Hubble’s law)‘입니다. 허블의 법칙은 1929년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1889-1953)이 외부
은하들을 관측하여 발견하였는데, 은하들의 거리가 멀수록 은하들의 후퇴 속도가 빨라진다는 법칙입니다. 앞서 언급한 적색 이동을 관측함으로써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면, 허블의 법칙을 통해서는 그 우주 팽창이 거리에 따라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은하들의 거리에 따른 후퇴 속도의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그림 2]와 같이 그려지는데, 이 때 직선의 기울기 값을 바로 ’허블 상수
(Hubble constant)‘라고 합니다. 이 허블 상수 값이 크면 클수록 우주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 그림 3 허블의 법칙을 나타낸 그래프. 우주의 팽창으로 인한 은하의 후퇴 속도는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한다. 그리고 이러한 거리-속도
관계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기울기가 허블 상수이다. 출처 / http://www.astro.cornell.edu/
허블 상수 측정의 핵심, 거리
측정
허블의 법칙은
거리와 후퇴 속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매우 간단한 법칙이지만, 실제로 천문학에 적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천체에 허블의
법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거리, 후퇴 속도, 허블 상수라는 세 가지 양을 알아야 합니다.
그 중 후퇴 속도는 앞서 설명한 적색 이동 값에 의해 비교적 쉽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먼 천체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통계 표본으로 삼을 만한 천체들을 많이 골라내어 관측해야하는 어려운 작업입니다. 이처럼 거리를 구하는 방법이
확실치 않다보니 허블 상수 값 역시 측정할 때마다 매번 바뀌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천문학에서 먼 외부 은하까지 그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절대적이고 정확한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신뢰도가 높은 거리 측정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s)과 Ⅰa형
초신성(Type Ⅰa supernova)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일정한 주기로 밝기가 변하는 별인 변광성(變光星)의 한 종류입니다. 이 종류의 변광성들은 밝기가 변하는 주기와 절대
밝기(32.6광년에서 측정한 천체의 밝기)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절대 밝기는 32.6광년의 일정한 거리에서 본 밝기이므로, 절대
밝기를 알고 있으면 지구에서 겉보기 밝기를 측정하여 천체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먼 외부 은하라도 그 은하에 속한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를 측정할 수 있다면 쉽게 거리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 그림 4.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광도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는 중요한 거리 지표가 된다. 출처/
hyperphysics.phy-astr.gsu.edu
Ⅰa형 초신성은
무거운 별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빛나는 초신성의 한 종류인데, 이 천체에서는 시간에 따른 밝기 변화와 절대 밝기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참조: “두 백색왜성의 충돌” -초신성의 기원을 엿보다 http://scienceon.hani.co.kr/393248 ]. 즉, Ⅰa형 초신성이 폭발한 이후 밝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하면 그 초신성이 속한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거리 측정법들을 통해 거리를 구하면 허블의 법칙을 이용해
허블 상수 값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 그림 5. Ⅰa형 초신성의 밝기 곡선과 절대 밝기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 Ⅰa형 초신성의 시간에 따른 밝기 변화 역시 거리의 중요한
지표이다. 출처 / hyperphysics.phy-astr.gsu.edu
우주론을 뒤흔드는 허블
상수
허블 상수 값은
우주론에서 마치 ’제왕‘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만약 허블 상수 값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기만 한다면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매우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적색 이동 값으로 측정한 은하의 후퇴 속도와 알려진 허블 상수 값을 대입만 하면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허블 상수 값이 정확하지
않다면 허블의 법칙을 이용해 구한 모든 천체들의 거리 측정도 신뢰성을 잃게 됩니다. 한 마디로, 허블 상수 값 하나가 모든 천체들의 거리를
바꾸고 우주론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허블 상수 측정 연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져왔습니다.
현대 우주론에서 적용하고 있는 허블 상수의 대략적인 값은 약 70 km/s/Mpc (1Mpc[천문학적 거리 단위로 약 326만 광년]
거리에 있는 천체가 초속 70km의 속도로 후퇴하는 팽창 속도)입니다. 지금까지 허블 상수를 측정한 연구들은 거의 대부분 70 km/s/Mpc
근처의 값을 허블 상수로 결론지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정확한 값이라고 여겨지는 측정값은 두 우주선 관측 장비에서 나왔습니다. 2001년부터 관측을 수행한 윌킨슨 마이크로파
비등방성 탐색기(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 더블유맵[WMAP]) 위성이 측정한 허블 상수가 69.3
km/s/Mpc(오차 범위 0.7 km/s/Mpc)이었고, 2009년 발사된 플랑크 위성(Planck spacecraft)이 측정한 허블 상수가
66.93 km/s/Mpc(오차 범위 0.62 km/s/Mpc)이었습니다. 이 값들은 다른 측정 연구들에 비해 정확도가 높아서 그동안 허블
상수의 표준값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애덤 리스 연구팀은
앞서 언급한 세페이드 변광성과 Ⅰa형 초신성 거리 측정법을 모두 이용하여 새롭게 허블 상수 값을 측정하였습니다. 19개의 가까운 외부 은하들에서
약 2400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했고, 300여 개의 Ⅰa형 초신성을 이용하였습니다. 그렇게 애덤 리스 연구팀이 제시한 허블 상수 값은
73.24 km/s/Mpc에 오차 범위는 1.74 km/s/Mpc였습니다.
이 결과값은 오차 범위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이전의 더블유맵이나 플랑크 위성의 관측 값보다 약 6~9% 정도 더 큽니다. 즉, 애덤 리스가
새롭게 측정해 낸 허블 상수 값은 우주가 그동안 예상된 것보다 더 빨리 팽창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또한, 지금까지 허블의 법칙으로 구한 천체의
거리들이 실제로는 조금 더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 그림 6. 애덤 리스 연구팀이 거리 측정에 이용한 외부 은하의 세페이드 변광성들을 빨간색 원으로 나타낸 그림. 출처/ A. Riess et
al., arXiv:1604.01424v3, 2016
» 그림 7. 플랑크(Planck) 위성(파란색 실선)과 더블유맵(WMAP) 위성(연두색 실선)이 측정한 허블 상수 값과 애덤 리스의 값(빨간색
실선)을 비교한 그래프. 출처/ A. Riess et al., arXiv:1604.01424v3, 2016
허블 상수, 더 정확한 값을
향해서
허블 상수 측정 방법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애덤 리스 연구팀의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앞서 측정된 허블 상수 값이 무조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애덤 리스 연구팀이 사용한 세페이드 변광성과 Ⅰa형 초신성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거리를 측정하여 허블 상수를 추정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허블 상수를 정밀하게 측정하려는 노력이 계속 이루어질 것입니다. 더 먼 우주까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관측 장비들이 등장할수록 거리 측정 방법과 함께 허블 상수 측정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평소에 단순히
70km/s/Mpc라고만 알고 대충 써왔던 허블 상수가 실제로는 이렇게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는 것을 보면 천문학에서는 정말 확실한 것이 없는
듯합니다. 허블 상수 하나를 둘러싼 천문학자들의 논쟁은 과연 어떻게 끝날까요? 어쩌면 서로 다른 측정법으로 인해 끝까지 해결되지 않을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꽤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 그림 8. 허블 상수를 구하는 단계를 나타낸 그림. 첫번째, 도플러 효과로 은하들의 후퇴 속도를 구하고 두번째, 여러 거리 측정 방법으로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결정한 다음, 허블의 법칙을 적용하여 허블 상수를 구하는 과정을 나타내었다. 출처/ NASA/ESA
[참고]
▒ NASA’s Hubble Finds Universe is
Expanding Faster Than Expected. Astronomy Magazine 2 Jun 2016
http://astronomy.com/news/2016/06/nasas-hubble-finds-universe-is-expanding-faster-than-expected
▒ Adam G. Riess et al., A 2.4%
Determination of the Local Value of the Hubble Constant, arXiv:1604.01424v3,
2016
http://scienceon.hani.co.kr/421734
이정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석박사통합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