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 병마개를 발명하다... 기름을 따를 때 찔끔 흘러내리는 건 아까워서라기보다 손에 묻으니 짜증나서다. 기름을 부을 때마다 손을 몇 번씩이나 닦아내는 걸 본 아버지가 2022년 병마개를 고쳐주려고 나섰다. 알코올램프를 사다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손으로 만져가며 병 주둥이에 모양을 냈다. 마개 끝을 길쭉하게 혹은 더 짤막하게, 뾰족하거나 세모꼴로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마개를 끼워 기름을 부었으나 모두 허사였다.
어느 날 밤새 꼬박 연구하던 아버지가 잠깐 조는 사이 기름병을 넘어뜨렸다. 쓰러진 기름병에서 흘러나오던 기름이 멈췄고 더는 찌질하게 새어 나오지 않았다. 2년이나 걸린 실험은 무위에 그쳤지만 발명은 순간에 이루어졌고, 간단했다. 병마개를 넓혀주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따르는 양이 많아지면 장력(張力)에 의해 기름이 똑 끊어지며 더 흐르지 않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2년여 만에 그렇게 우연히 흐르지 않는 병마개를 발명했다. 특허(特許)는 식용유 회사에 팔려 ‘알뜰 마개’란 이름으로 탄생했다.
“발명은 집중력의 소산(所産)이다. 누구에게나 집중력이 있다. 집중력은 의지에서 나온다. 의지는 바가지와 같다. 깨진 바가지로는 물을 뜨지 못한다. 의지력을 만드는 게 간절함이다. 결국, 간절함이 집중력을 높인다.”
고사성어가 있다. ‘중석몰촉(中石沒鏃)’이다. 화살이 돌에 깊이 박혔다는 말이다. ‘정신을 집중해 온 힘을 다하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다’라는 뜻이다. 史記 李將軍列傳에 나온다. 이 장군은 漢武帝 때 李廣이다.
이광은 궁술과 기마술에 남다른 재주가 있는 맹장이었다. 키보다 팔이 긴 원숭이처럼 그는 활 쏘는 방법이 독특했다. 적이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명중시킬 수 없겠다고 판단하면 애초부터 활을 쏘지 않았다. 이광이 사냥하러 갔다가 풀숲에 잠자는 호랑이를 보고 급히 화살을 쏘았다. 명중했다.
가까이 가 보니 그가 맞힌 것은 호랑이처럼 생긴 바위였다. 다시 화살을 쏘았으나 이번에는 튕겨져 나왔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집중력은 한 가지 일에 마음이나 주의를 기울이는 힘이다. 집중력은 한 곳만 바라봐야 하고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생긴다. 그래서 얻기 쉽지 않다. 집중하는 힘은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간절함에서 나오고 그 간절함은 결핍에서 생긴다.
유지하는 일은 더 어렵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모든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 꼽추’를 쓴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오죽했으면 글 쓸 때 집중하려고 종이와 펜만 들고 서재에 알몸으로 들어갔다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