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장애
초등학교 3학년인 민혁이(가명) 엄마는 3월이 다가오는 것이 걱정입니다. 겨울방학 중에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줄었던 민혁이의 틱 증상이 매년 3월이면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3학년 때 친구들은 이제 익숙해져서 민혁이가 눈을 깜박이거나 고개를 뒤로 젖히고, “킁킁” 소리를 낼 때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데, 새로 만나는 친구들이 민혁이를 놀리지는 않을지 엄마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틱장애란?
틱은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눈을 계속 깜박거리거나, 머리를 흔들거나 어깨를 실룩거리는 것과 같이 신체의 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경우 운동틱이라 하고, 킁킁거리는 소리, 기침 소리와 같이 소리를 내는 경우를 음성틱이라고 합니다. 심한 음성틱의 경우 욕설이나 야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틱은 파도가 밀려오듯이 갑자기 증상이 심해졌다가 며칠 뒤에는 잠잠해지는 식으로 증상의 정도에 변화가 많고, 그 위치도 자주 변합니다.
틱장애는 얼마나 흔한가요?
틱은 학령기 아동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납니다. 전체 아동의 10~20%에서 일시적으로 틱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틱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일과성 틱장애는 5-15%에서, 1년 이상 틱 증상이 지속되는 만성 틱장애는 1%의 아동에서 나타납니다. 운동틱과 음성틱을 모두 경험하는 경우, 뚜렛병(Tourette’s Disorder)이라고 합니다. 뚜렛병 아동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 강박증 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틱장애는 왜 생기나요?
뇌 신경전달체계의 이상, 유전적인 요인, 출산 과정에서의 뇌 손상이나 세균감염과 관련된 면역반응 이상 등이 틱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밖에도 학습 요인, 심리적 요인 등이 틱의 발생과 악화에 관련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틱의 증상을 오해하고 창피를 주거나 벌을 주어서 증상을 제지해 보려고 한다면, 아동이 정서적으로 불안해져 증상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심리적인 원인이나 양육방법의 잘못으로 틱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틱장애의 검사와 진단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와의 면담, 임상적 관찰, 심리평가 등을 통해 진단합니다. 신경과적 질환이나 상동증, 강박행동 등과의 감별진단이 필요합니다.
틱장애는 어떻게 치료하나요?
현재까지는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는 중등도 이상의 틱장애의 치료에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과성 틱장애가 아닌 만성 틱장애, 뚜렛병의 경우에는 대개 약물 치료가 시행된다. 약물 치료 기간은 환자의 증상의 호전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2~18개월 정도 복용한 뒤에는 양을 줄이기도 합니다. 인지행동치료나 이완요법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틱장애는 나이가 들면 좋아지나요?
틱장애는 분명 만성적인 질병이지만 전체적으로 예후는 좋은 편입니다. 음성 틱은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고 근육 틱 역시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뚜렛병의 경우 30~40%는 완전히 증상이 없어지며, 30%는 증상이 있더라도 심하지 않은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나머지 아동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틱을 가진 아동청소년의 부모가 할 수 있는 것들
1. 틱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틱 증상을 무시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입니다. 일과성 틱의 경우 무시하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없어집니다. 틱이나 뚜렛병은 뇌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동이 이러한 소리나 움직임을 고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참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동을 나무라고 비난하거나 놀려서는 안 됩니다. 부모가 벌을 주거나 선생님이 꾸중한다고 그 아동이 틱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아동의 자긍심만 손상시키게 됩니다.
2. 대부분의 경우 만성 틱이나 뚜렛병을 가진 사람들도 모든 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틱장애 아동의 부모는 우리 아이가 틱 증상이 있더라도 여느 사람과 똑같이 성취하고 인정도 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마음에 새기고, 긍정적인 마음과 배짱, 유머와 장기적인 안목과 미래를 바라보는 융통성 있는 사고로 아동을 대해야 합니다.
3. 틱이 지속되는 경우, 틱을 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대신, 아동이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틱 증상이 빨리 없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학업과 과외활동을 줄여서 아동이 충분한 놀이시간과 휴식시간을 갖도록 도와주고 지나친 꾸중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학교숙제나 일상생활관리와 같은 기본적인 활동에서 있어서 아동의 책임을 덜어주는 것은 오히려 자존감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좋지 않으며,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칭찬을 많이 함으로써 자신감을 증진시켜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틱이 너무 빈번히 발생하거나, 일년 이상 지속되거나, 학교 공부나 친구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틱 증상으로 인해 관련된 근육의 통증이 있는 경우, 기침소리, 욕설 등을 포함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의사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소아정신과 의사는 자세한 의학적 평가를 통하여 틱장애 뿐 아니라 동반될 수 있는 다양한 정서, 행동, 학습의 문제를 밝혀 내어 적절한 조치를 취합니다.
5 틱 장애 아동뿐만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학교 선생님과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친구들이 틱 아동을 받아들이지 않고 따돌리게 되면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선생님이 교실 내에서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환경을 제공해 주게 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김효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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