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사는 길[4]《광주 5.18. 이 무서운 진실!》
춥네요.
2017년 12월 12일 오늘 아침 일곱 시 현재
대문 밖 마당에 걸어놓은 온도계는 영하 13도.
집 안의 부엌과 화장실은 0도, 내 방은 16도.
방 안에 연탄난로를 설치했고,
그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에서는 보글보글 물이 끓고 있어
그 물로 커피도 마시고 생강차도 타 마시면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겨울잠에 빠진 북극곰처럼
나도 내 동굴 안에서 아늑하게 겨울을 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면, 이제 그만 그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언젠가는 하겠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하는 사람은 없고
언제라는 기약도 없이 세월만 속절없이 흘러
봄인가 했는데 여름이고, 낙엽 지는 가을을 탓할 새도 없이
창문 밖 들판엔 어느 샌지 모르게 새하얀 눈밭입니다.
불러도 대답 없고,
부르다가 내가 죽을,
그 이름을 오늘은 불러야 하겠습니다.
약 15년 전, MBC 였는지 KBS 였는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여하튼 어느 지상파 방송국에서 사람을 찾는 광고를 크게 낸 적이 있었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00 주년 기념 특집 방송을 제작하기 위하여
80년 당시 전남 도청 앞 광장의 시위 장면의 사진을 내보내며
인터뷰를 위해 그 사진 속 인물들을 찾는다는 광고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는 거예요.
방송국이 낸 그 광고 사진을 나도 봤는데요, 사진이 또렷하게 잘 나와서
사진 속 얼굴을 알아보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고
광주 5.18이 난지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라
그 인물들이 다 생존해있을 만한 때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주 5.18은 이미
민주화 운동으로 정부와 법적으로도 인정을 받아 교과서에까지 실렸고,
유공자와 유가족들에겐 거액의 보상금과 함께
사망자 유해는 5.18 민주 묘역을 만들어 거기에 안치하는 등
5.18 에 참가한 사실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었던 때라
방송국에서 찾는 사람이 나타나면
곧바로 영웅이 되는, 그러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광고를 내보냈지만 전화 한 통이 없었고
결국은 사진 속 민주화 투사는 한 사람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기, 전라도 광주에 사는 40살 먹은 남자가 하나 있다고 합시다.
그에겐 부모님이 계시고, 형제자매가 있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초· 중· 고· 대학교 친구와 직장 동료와 이웃과 친척들이 있어요.
40년을 살면서 알게 된 지인들을 다 합치면 적게 잡아도 1천 명은 넘을 겁니다.
1980년 5월에 그는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20년 후 그의 얼굴 사진이 KBS 화면에 저녁마다 나오면서 그를 찾는다면
당사자가 아니라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야 정상입니까, 없어야 정상입니까?
그런데 사진 속 인물들 중 아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 전화가 한 통도 없었고
그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엄청 이상한 일이었지만
별다른 의심 없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면서
곧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 버렸습니다.
그로부터 대략 15년 후쯤,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하나 터지게 되는데요,
미국에 사는 교포 한 사람이
북한의 노동신문에 난 사진 한 장을 보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평양의 어느 넓고 커다란 홀에서 무슨 집회가 열리고 있는 사진인데
객석 특별석에 앉아있는 몇 명의 얼굴이 어디서 본듯한 낯익은 얼굴 이더랍니다.
어디서 봤지? 설마 북한에 사는 사람을 자기가 만났을 리는 없고,
그래서 그땐 그냥 넘어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마치 번개치듯 생각이 나더라는 겁니다.
『아, KBS!
그래! 방송국에서 찾던 광주 5.18 그 시위대 사진!』
그러니까, 노동신문에 난 사진 속 얼굴들이
남한 방송국에서 찾던 5.18 시위자들과 닮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말이 됩니까?
80년 5월에 전라도 광주 전남도청 앞에서 시위하던 사람이
지금 현재 북한에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런데, 곧 다른 기억이 뒤를 이었습니다..
『가만, 그때 방송국에서 사진 속 인물들을 찾으려다가
결국은 못 찾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그들이 남한에 없다는 이야긴데......』그런 생각이 떠올랐고
그래서 이 사람이 급히 방송국에 전화를 해서 확인한 결과,
당시 광고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도 찾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
이 미국 교포는 가슴이 곧 터질 듯 뛰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떨리는 가슴을 부여 안고 노동신문에 난 사진과
KBS에서 광고로 나왔던 그 사진을 어렵게 구해서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고는
이 미국 교포는 그 충격에 정신을 잃고 잠시 쓰러지고 맙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KBS에서 찾으려던 광주의 민주화 투사들과
북한 노동신문에 난 사진 속 인물들은 그가 보기에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그런 사람이 더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80년 광주에서 시위하던 사람 중 현재 북한에 있는 사람이
더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뒤,
이 미국 교포는 만사를 제쳐놓고, 식음을 전폐하고, 마치 미친 사람처럼,
그 확인 작업에 온몸을 불사르게 됩니다.
북한 사이트 우리 민족끼리와 북한에서 발행하는 신문, 잡지 등
찾을 수 있는 북한 매체들의 인물 사진을 이 잡듯 뒤져서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1980년 5월 광주사태 때 거리에서 찍힌 사진 속 얼굴들과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그 결과, 놀랍게도 불과 몇 개월 만에
그런 사람을 무려 470 명이나 찾아냅니다.
1980년 5월 광주 전남도청과 금남로 일대에서 찍힌
시위를 주도한 핵심 인물 중 470 명의 얼굴을
지금 현재 북한 고위급 자료 사진에서 찾아낸 것입니다.
그리고 명백한 그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그는 선언합니다.
광주 5.18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북한 김일성의 특수군이 주도한 남한 전복 기도였다고!
그 임무를 마치고 그들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고
지금은 북한 고위급 지위에 올라 있다고!
미국 교포는 그 자료 사진 수천 장을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사이트에 올렸고
그 즉시 전라도와 광주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런데, 일이 참 기가 막히게 돌아가게 되는데요,
광주 5.18 주도 세력은 북한 특수군이었다는 사실을
다름 아닌 광주 5.18 유족회와 기념재단 측에서 증명하는
놀라운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미국 교포의 사진 자료가 대거 지만원의 시스템 클럽에 오르자
5.18 유가족과 기념재단 측은 지만원을 즉시 검찰에 고소하는 동시에
곧바로 증거수집에 돌입하는데요,
북한 특수군이라며 미국 교포가 올린 사진들을 대량으로 확대, 복사하여
광주역, 광주 터미널, 전남도청 앞과 금남로 등
광주의 모든 길거리에 쫙 깔아서 그 사람들을 찾는 전시를 시작한 것입니다.
5.18 유가족과 기념재단 측은 자신만만했습니다.
전시만 하면 그들을 단시일 내에 전라도 안에서
다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였고,
그들을 찾기만 하면 미국 교포와 지만원의 죄악은
자동적으로 증명되기 때문에!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없었습니다.
거리 전시뿐만 아니라
전라도 지역 언론들이 그 사진들을 보도하면서 맹렬히 찾아보았지만
거리에 전시된 사진 앞이나 언론사에 찾아와 의분에 찬 울부짖는 목소리로
『이 사람이 바로 나요!』혹은,
『이 사람이 우리 남편이요!』혹은,
『이 분은 내 아버지입니다!』혹은,
『이 아이는 내 아들이요!』혹은,
『이 사람은 내 중학교 동창이요!』혹은,
『이 사람은 우리 옆집 살던 사람 이외다!』혹은,
『이 사람은 내가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던 내 제자요!』혹은,
『이 사람은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요!』혹은,
『이 사람 결혼식 때 내가 주례를 섰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보수건 진보건, 아니면
박근혜 지지자이거나 문재인 지지자를 떠나서
한번 생각해 보자구요.
미국 교포가 북한 특수군이라고 올린 광주 5.18 주동자 470명이
광주에, 전라도에, 대한민국에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겁니까?
그러면, 이쯤에서 아래의 사진을 한번 봐주세요.
내 컴퓨터 실력은 아직 사진을 올릴 정도가 못되어서
아래 몇 장을 가져와서 올리는데도 몇 시간이 걸렸구요,
지만원의 시스템 클럽에는 이보다 더 확실한 사진이 수도 없이 많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찍은 사진과
북한에서 입수한 사진을 잘 구별해서 봐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강봄입니다.
자, 어떻습니까.
이보다 더 확실한 사진이,
누가 봐도 북한 특수군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진들이
지만원 시스템 클럽엔 차고 넘칩니다.
아니라구요?
얼굴은 비슷하지만 같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구요?
같은 한국땅에서 비슷한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느냐구요?
그렇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요, 광주에서 찍힌 저 470명이
광주에, 전라도에, 대한민국에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건 5.18 유가족과 5.18 기념재단 사람들이 증명해 주었구요.
나 강봄이 엄숙히, 그리고 양심적으로 선언합니다.
저 470 명은 북한 사람들이 맞습니다!
여기서 놀랍고도 의아한 일 하나는 언론의 일치단결 된 침묵인데요,
그건 왜 그런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그리고,
빨갱이 때려잡자며 같은 보수쪽에서 일하는 단체들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지지했다가는
회원과 후원금을 지만원에게 다 빼앗기기 때문에
오로지 돈을 바라고 뛰는 그들이 입을 꾹 닫고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이해도 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는 기관은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입니다.
그들은 이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안 뒤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요,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은... 뭐랄까...
대한민국 역사를 통틀어서 국정원의 죄악을 능가하는 죄악은
아직 없었다고 표현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에겐 아직 길이 있습니다.
그들이 몸을 돌이켜 이 나라를 살리면서 조국에 충성할 수 있는 길이 없다면
내가 이 글을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기대합니다.
조국을 위한 국정원의 마지막 몸부림을!〈계속〉
2017년. 12월. 12일. 전두환, 노태우가 쿠데타 일으킨 날에.
민중혁명이 온다. 강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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