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 떠들어 믿게 만든다 ◈
지난주 가장 재밌게 본 정치쇼는
국회 공소취소 특위의 ‘연어 술 파티 회유’ 현장 조사였어요
‘소주 4병을 생수병 3병에 담아 수원지검 검사실로 배달’하는
장면을 재연해 보였지요
360mL 소주 4병(1440mL)이 500mL 생수 3병(1500mL)에
알맞게 채워진다는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산수이지요
그런데도 방송 카메라 앞에서 과학 실험처럼 진지하게 진행했어요
그러곤 집권당 의원들이 “연어 술 파티 의혹이 확인됐다”고 감격했지요
블랙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어요
수원지검 검사들이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연어회덮밥과 소주를 먹게 해준 뒤 “이재명 지사에게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했다”는 허위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연어 술파티 회유’ 의혹이지요
이 전 부지사가 2024년 4월 4일 62차 공판에서 ‘폭로’했어요
이 전 부지사는 재판에서 파티 날짜가 “2023년 7월 초순경”이라고 했지요
이후 “6월 30일”로 특정하더니 “7월 3일 유력”, “5월 29일 17시 40분”을 거쳐
“5월 17일 18시쯤”으로 변경돼 왔어요
장소도 처음엔 “1313호 검사실 맞은편 1315호 창고”라고 했다가
검찰이 말이 안 된다는 이유를 대자 “영상 녹화실” “검사 휴게실”로
오락가락했지요
연어 구입은 “검찰청 인근에서 4만9000원짜리”였다가
“검찰청서 차 타고 10분쯤 떨어진 곳에서 20만원 어치”로 정리됐어요
이 전 부지사는 재판에서 “소주 마시고 얼굴이 벌게져 깰 때까지
기다렸다 구치소로 돌아갔다”고 했다가
“종이컵 냄새를 맡아보니 술이어서 안 마셨다”고 입장을 바꿨지요
지난주 현장 조사는 쌍방울 법인카드 내역에 맞춰졌어요
날짜 5월 17일, 장소 영상 녹화실이지요
쌍방울 관계자가 18시 34분, 37분 두 차례에 걸쳐
소주, 생수, 담배를 구입한 뒤 검찰청 입구에 도착한 게 18시 41분이었어요
13층 현장까지는 3~4분이 더 소요됐을 것이지요
이화영씨 변호사가 19시에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음식도 술 냄새도 없었다고 했어요
연어회덮밥 도시락과 소주를 마시며 이화영씨를 회유한 뒤
깨끗이 방을 정리할 때까지 15분쯤 걸렸다는 얘기이지요
이씨는 초(超)스피드 회식에 감읍해서 평화부지사 자리까지 신설해
자신을 임명해 준 이재명 지사를 검찰에 제물로 바친 셈이지요
은전 30냥에 예수를 팔아넘긴 ‘배신의 아이콘’ 가롯 유다를 떠올리게 하고 있어요
그런 괘씸한 작자가 뭐가 예쁘다고 민주당 열혈 지지층은
현장 조사를 따라다니며 “이화영은 무죄다, 이화영을 풀어주라”고 외쳤지요
거기다가 민주당 의원들은 7년 8개월 확정판결을 받은 이씨 혐의를 벗겨주려고
안달을 내고 있어요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반복해서 들으면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환각적 진실 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고 부르지요
1977년 심리학 연구를 통해 입증됐어요
몇 주 동안 같은 진술을 반복했더니 실험 대상들이 옳다고 믿는 강도가
점차 강해졌지요
진술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참가자들의 지적 능력이 높은지 낮은지는 상관이 없었어요
“청담동 바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어울렸고
윤석열 대통령이 뒤늦게 합류한 술자리가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는
‘청담동 바 의혹’은 현실성이 제로였지요
한 장관은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시고 검찰 선배가 불러도
술자리에 안 간다는 게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법무장관이 부른다고 김앤장 변호사 30명이 모인다는 것도
일류 로펌 문화와 동떨어져 있어요
당시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터뜨린 이 의혹은
제보자가 “지어낸 얘기”라고 실토하면서 허위로 확인됐지요
그런데도 1년 뒤 여론조사에서 “사실일 것”이라고 믿는 응답이 39.6%,
“거짓일 것”이라고 믿는 응답이 40.3%로 팽팽했어요
김 의원의 반복된 주장이 ‘환각적 진실 효과’를 초래한 셈이지요
민주당이 ‘연어 술파티 의혹’을 주장하기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어요
작년 이재명 정권이 출범하자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인 조모씨가 등장했지요
강남 고급 횟집 실명까지 대면서 세 차례에 걸쳐 17인분, 25인분,
68인분이 수원지검 검사실에 배달된 현장에 자신도 있었다고 했어요
그러나 수원지검 배달을 목격했다는 그 시점에 조씨는
가석방상태였으며 수원지검에 출입한 기록이 전혀 없었지요
그런데도 민주당은 조씨를 ‘조작 기소 국정조사 증인’으로 신청했어요
이런 점으로 보아 민주당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니지요
국민이 ‘연어 술 파티 회유’를 사실로 믿게 만들
‘환각적 진실 효과’가 필요할 뿐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
▲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9일 경기 수원지검 인근 편의점에서
'당시 쌍방울 직원이 소주를 사서 생수병에 넣었다'는 주장에 따라 현장 재연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