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자 한국경제신문 칼럼. 저명한 교수 한 분(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교수)이 <신용불량자의 심리학적 해법>이란 글에서 한달 후 another0415에 실릴 신불자의 고백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에~ 살인의 충동을 느끼지만 무기가 없다면 살인을 할 수 없겠죠.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카드가 있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손이 카드로 가고, 그래서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사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카드 사용을 전면 금지하거나, 청소년이나 무직자, 자기 통제력이 약하거나 중독경향이 있는 사람에게 카드 발급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누가, 어떻게?'란 질문이 예상됐나 보지, 심리학자들은 그런 사람을 가려낼 수 있다는 문장을 덧붙인 걸 보면. 계속되는 그분의 해법을 들어보자.
"빚을 무조건 탕감해줘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어떤 처벌이 뒤따라야 하죠. 우선 정부가 할 일은 심리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신용불량자들을 몇 개의 집단으로 나누어야 합니다. 농촌에 젊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많은 신용불량자를 농촌에 이주시켜 이들이 선진국형 농업기술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녀를 막론하고, 아직 군대를 필하지 않았다면 직업군인으로 취업하게 해야 합니다. 일반 무직자 집단의 경우에는 일손이 부족한 3D업종에 배치해야 합니다. 기술이나 능력이 부족한 신용불량자는 각종 사회봉사활동에 투입해야 합니다."
나는 문득 이분 교수님의 발언 배경을 심리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어졌다. 내 결론은 이랬다. 이분은 한번도 신용불량자의 처지에 처해본 적도 없거니와, 지인 중에도 신용불량자가 없었던 게 확실하다. 아니면 신용불량자들이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을 이렇게 모를 리 없고, 자기 자식을, 자기 부모를, 사랑하는 친구나 애인을 군대나 농촌, 3D 업종으로 보내야 한다는 망발을 꺼낼 리가 없으므로.
이런 글은 쓰여지지 말았어야 했다. 근본적인 대책은 신문사용을 전면 금지하거나, 자기 통제력이 약하거나 중독 경향이 있는 사람은 글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일 지 모른다. 살인의 충동을 느끼지만 무기가 없다면 살인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굳이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충분히 가려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첫 번째 시선, 두 번째 공상
지난 3월 17일, 대통령 탄핵으로 점철된 뉴스의 끝자락에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에헴, 자못 심각한 표정의 그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신용불량자 사태의 해법을 발표했다.
자산관리공사와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출자해 올 5월중에 "배드뱅크"를 설립한다. 배드뱅크의 지원대상은 2곳 이상의 금융기관에 원금 기준 5,000만원 미만을 연체한 다중채무자들로, 원금의 3퍼센트를 상환하면 기존의 연체이자를 전액 감면해 주고, 남은 원금은 5-6%의 이자와 함께 최장 8년에 걸쳐 분할 상환케 한다.
안 돼~. 곧이어 익숙한 저항이 고개를 쳐들었다. 정부가 깡패야? 이자가 꽁돈이니? 자기 돈 아니라고 너무 막말하는 거 아냐? 생돈을 날리게 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당연히 볼멘 소리를 냈다.
이들은 주장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도덕군자의 옷을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시장의 기본질서를 뒤흔들면 안됩니다. 성실히 빚을 갚아온 선량한 이들을 역차별 해서는 안되겠죠. 신용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지도 않습니까?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서 국가의 운명을 논하는 고성이 오고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실 중요한 대부분의 문제에는 입장을 같이 하면서, 채무재조정과 관련된 몇몇 세부사항을 놓고 격론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공유하는 동의지반은 이렇다. 신용불량자들은 남의 파이를 훔쳐먹은 자들이다. 빼앗긴 파이는 어떻게든 되찾아야 한다. 이자감면과 저리의 이자율 부과만 해도 엄청난 혜택이요, 신용불량자를 구제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안이다.
이번에도 나는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신용불량의 상황에 처해 본 적이 없거니와 신용불량자를 지인으로 둔 적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확신한다. 그랬다면, 이처럼 공허하고 지리멸렬한 논쟁에 적어도 진지하게 임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신용불량자들이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까닭을 이처럼 모를 리 없고, 신용불량자의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의 자식이, 부모가, 사랑하는 친구와 애인이 이번 조치로 무언가 획기적으로 달라진 삶을 살 수 있다는 망발은 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현실
올해 나이 서른 둘에 총 2,000만원의 빚을 짊어지고 있고, 월 100만원을 버는 내 친구 한 명을 이곳으로 초대하고자 한다. "국가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잠재적 위험요인, 신용사회에 부적합한 인물, 무분별한 소비자, 도덕적으로 해이한 인간"이라는 낙인이 찍힌 커다란 죄수복을 입고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그의 이름은 신용불량자이다.
그가 젊은 나이에 이처럼 큰 빚을 지게 된 데는 부모를 잘못 만난 것도 큰 몫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아직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이승을 떠나셨다. 변변한 재산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편모 슬하에서 지방의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의 대학에 입학한 그는 대학 1학년 때부터 빚을 저축해왔다. 대학등록금은 매년 두 자리 숫자의 퍼센트로 인상됐다. 그는 4년 동안의 대학 등록금 거의 대부분을 학자금 융자와 카드 빚으로 충당했다. 하숙비의 상당부분도 현금대출로 충당했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입는 것도.
뭐, 매일 탱자탱자 논 건 아니고 누구보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긴 했지만, '따라올 테면 따라 와봐'라며 달려나가는 빚의 속도를 따라잡을 길이 없었다. 졸업 후 처음 몇 년간 취직이 안 돼서 또다시 신용카드에 의존해 생활하다 보니, 빚은 어느덧 2,000만원으로 불어 있었다.
그의 욕구가 문제라면 최소한 인간답게는 살아보려 한 게 문제일 수 있다. 그가 도덕적으로 문제라는 말은 가난한 게 죄라는 말밖에 안 된다. 신용불량자가 될래야 될 수가 없는 있는 집 자식으로 태어나지 않은 게 그의 원죄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렇게 얘기하는 게 그나마 솔직하고 정확한 지적이다.
도덕적 해이가 염려된다고? 모든 경제활동을 제약당하는 식물인간 상태의 신용불량자들 중에서 비참한 현실을 벗어나고픈 "의지"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문제는 "지불능력"이고 가난한 이들의 지불능력은 오직 그의 임금수준에 의해 결정될지니, 금융자본의 이해에 따른 경제의 구조조정과 실질임금 하락을 꾀하는 한편, 그래도 노동자들이 어디에 뭔가를 숨겨 놓지 않았을까 의심하는, 염세적 공상이 가공할 따름이다.
하나의 결론
배드뱅크의 지원이 그에게 어느 정도의 혜택을 가져다줄까? 간단한 계산을 통해 이를 한 번 따져보자.
만기가 8년으로 늘어날 경우, 연간 상환액은 대략 250만원 정도. 연간 250만원을 상환하기 위해선 매달 20만원의 돈을 채무 상환에 지출해야 한다.
지하철 역이나 공원에서 신문 덮고 자라는 것은 너무한 요구이니까, 그가 지금처럼 매달 30만원을 월세로 지출하며 이불 덮고 향후 8년을 살아간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남은 금액 50만원. 그의 입에 안성맞춤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라면 중에 가장 싸다는 이유로 그가 매일 저녁은 500원짜리 안성탕면으로 때우고 점심만 밖에서 해결하면서, 삽겹살에 소주, 노가리에 호프를 멀리해도 월 식비가 20만원. 간염 치료를 위해 하루에 두 번씩 복용하는 알약 값이 매일 5,000원이니까 월 15만원. 국민연금 7만원. 전기세, 수도세, 교통비, 휴대폰 요금, 인터넷 사용료에 어머니 용돈까지... 계산이 너무 서글퍼지니 이쯤에서 그만하자.
사이보그 또는 화성인과의 대결이 펼쳐질 줄만 알았던 밀레니엄 21세기에 안성탕면 편식으로 인한 영양실조와 싸우면서 빚 갚는 기계로 살다가 빚을 모두 갚고 나면 그의 나이 마흔. 배드뱅크가 그에게 선사하는 혜택이 바로 이런 내용의 미래이다. 어디서 어디로 구제한다는 거지? 남의 삶이라고 적어도 막말을 하지 말자.
가진 자의 입장에서는 이자감면과 만기연장만 해도 엄청난 선심이다. 더 이상은 못해준다. 하지만 없는 이의 입장에서는 그런 조치가 별다른 의의를 갖지 못한다. 어차피 상황이 이렇다면 오늘이나 내일이나 비참하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조우가 있을 수 없으니, 각자 네 멋대로 하자. 심리학자들은 신용불량자들의 내면세계를 분석하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에 연구를 거듭할 일이고, 정부와 금융자본은 매일 그렇게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과 이자감면의 폭을 놓고 아웅다웅 다툴 일이다. 없는 이들은 꾸준히 투쟁을 통한 돌파를 시도하면서 가끔씩 로또나 사고 웃을 일이다. 가끔은 안성탕면 말고 스파게티도 먹고, 삽결살과 소주에 화해를 청할 일이다.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합리적 선택이라고 칭찬해 마땅한 일이다. 게다가, 없는 이들이 힘들게 번 돈을 자기 분수를 모르고 가진 자에게 갖다 바치며 사는 것보다 자신을 짜르고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키워낸 자기 파이를 되찾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면서 사는 게, 사실 분수에도 맞고 도덕적으로도 옳은 일 아닌가.
하지만 3%를 선납해야지요..5000만원이면 당장 150만원을 내야하는데 그돈을 어찌 마련하시겠습니까?워크아웃은 5만원 입금하면 됩니다..통과 되기까지 3개월이 걸리고 통과후2개월뒤부터 월 납입을 하는것이니 5개월동안 열심히 돈 벌어 놓은다음 나중에 실직을하여 돈을 벌지 못할떄를 대비해야합니다..
전 배드뱅크를 부정합니다..일단은 3%와 국민세금15%를 합하여 18%를 채권자에게 선 지급을 합니다...이는 채무자를 살리려하는것이 아닌 채권자를 살려주기위한 이헌재식 방법입니다.예전에도 이헌재식 카드사 감싸기로 인하여 많은 채무자의 숨통을 조인일이 생각납니다...다시는 이러한 제도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첫댓글 배드뱅크라는게 워크아웃과 다른점이 무엇인지를 따져보아야합니다....계산기 두들겨 볼까요?아자율은 워크아웃과 별반 다를게 없으리라봅니다..총부챌르 100%로 보았을떄 워크아웃시엔 월1.04166%씩 납부하고 배드뱅크시엔 3%선납이니 월 1.0104%납부합니다..워크보다 0.031%를 다달이 덜낸다는것입니다.
하지만 3%를 선납해야지요..5000만원이면 당장 150만원을 내야하는데 그돈을 어찌 마련하시겠습니까?워크아웃은 5만원 입금하면 됩니다..통과 되기까지 3개월이 걸리고 통과후2개월뒤부터 월 납입을 하는것이니 5개월동안 열심히 돈 벌어 놓은다음 나중에 실직을하여 돈을 벌지 못할떄를 대비해야합니다..
전 배드뱅크를 부정합니다..일단은 3%와 국민세금15%를 합하여 18%를 채권자에게 선 지급을 합니다...이는 채무자를 살리려하는것이 아닌 채권자를 살려주기위한 이헌재식 방법입니다.예전에도 이헌재식 카드사 감싸기로 인하여 많은 채무자의 숨통을 조인일이 생각납니다...다시는 이러한 제도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