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숲’이 되고, 함께 노래가 되어...
‘더불어 숲’은 성공회 대학 교수셨던, 그리고 그 유명한 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이신 신영복 선생님께서 즐겨 쓰신 글입니다. 그리고 그 분의 수필집 제목이기도 하고요. 혹여 그 분을 잘 모르신다면 우리가 차가운 소주 한잔으로 속을 달랠 때 흔히 만날 수 있는 상표의 글씨 ‘처음처럼’을 보시기 바랍니다. 그분의 글씨지요.
그러고 보면 하나의 잘난 나무가 아니라 ‘더불어 숲’을 이루자는 용서와 배려를 통한 공존의 지혜는 그분이 일관되게 처음처럼 끝까지 들려주는 깨달음인 듯 싶습니다.
서두가 길었군요. 어제는 강수님 가을 분위기가 흠뻑 밴 검은 색 무대의상으로, 그리고 약간 창백한 느낌의 가벼운 화장으로 차분하게 무대에 섰습니다. 피아노와 키보드의 반주자 이박님과의 시작은 놀라운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박님의 아름다운 연주에 싸인 강수님의 노래는 들꽃이 화병에 담긴 순간을 느끼게 하였지요, 하지만 제가 더 감동한 것은 그런 음악을 강수님이 작곡하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뮤지션 이박님을 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오빠라고 불리며, 그리고 강수님의 음반마다에 성함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긴 세월 음악의 길을 함께 걸어온,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지음(知音)의 도반이 아닐까 여겨봅니다.
강수님의 7집 음반에 실린 노래 ‘인생은’이 자신의 노래라고 하는.... 채워 온 삶의 무게가 무거운 그분에게 ‘가진 게 없다’는 것은 한 단면일 수 있겠지만 음악 속에서 이룬 것이 많은 또 다른 단면이 있는 것이겠지요. 어제 모이신 관객분들...사,오십을 넘어 각자의 자리에서 깊이 있는 무엇인가를 이룬 사람들이었기에 모두들 이박님의 연주에 담긴 세월의 힘과 음악에 대한 사랑을 읽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차분하고 따뜻하게 강수님의 음악에 색을 입혀준 정성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대구에서 주로 활동하다 최근에 강수님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박창근님은 미성의 가수이면서 음악에 대한 꿈이 특별히 크신 분으로 여겨집니다. 온 마음과 혼을 담아 부드럽게, 또한 외치듯 힘차게 노래부르지요. 그리고 강수님과 함께 또 다른 이 시대의 포크 음유시인라 할 수 있는 분이시더군요. 그분의 노래 ‘바람의 기억’에 강수님의 음색이 더 해지자 참 듣기에....그리고 보기에 혼자 부르는 것보다 훨씬 좋더군요. 그런 느낌은 그 분들에게도 있었던가 봅니다.
제 대학시절 졸업반쯤이었을까요? 1992년 그 즈음 나와서 공전의 히트를 하였던 하드바 ‘메로나’를 연상시키는 듀엣곡 ‘바로 나’를 이미 준비하여 처음 선을 보였지요. 박창근님이 작사 작곡을 하였더군요. 세월을 넘어 여전히 사랑받고, 유사품까지 나오는 메로나처럼 그 노래가 오래도록 사랑받고 기억되기를 희망합니다. 암만 생각해도 두 분이 서로 돕고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한국 포크계의 내일을 더불어, 함께 열어가야 하는 것은 필연인 듯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한 2시간 여를 함께한 관객들이 있었지요. 대부분 긴 세월 같이 걸어 온 관객들이었으나 어제는 유난히 새 관객들이 많으셨지요. 그러나 이내 동화되어 함께 ‘박강수’를 연호하였습니다. 다들 행복한 금요일 저녁시간을 가셨습니다.
더불어 가는 길에는 종적인 연대와 횡적인 연대가 있다 할 것입니다. 무대 위의 강수님과 객석의 팬들은 그를 바라보고 따르는 종적 연대의 동지들입니다. 반면 무대 위에 함께 하였던 이박님과 박창근님은 횡적 연대를 이룬 도반이지요.
어제 공연은 이러한 종횡의 가로와 세로가 촘촘히 박강수님에 대한 기대와 사랑으로 완성된 공연, 더불어 숲이 된, 함께 노래를 이룬.... 모르는 누구인들 아름답지 않을 수 없는 가을날의 공연이었습니다.
첫댓글 씨줄과 날줄의 숲에서 함께한시간 즐거웠읍니다.
"잠들지 못한기억"을 듣노라니 온몸에 전율이~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러던어느날" 오래전의 감회가!
산증인이시라...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저도 한국 포크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포크 가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해야한다는데 절대 공감합니다. 토요일 행복한 글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나 몇번째 듣는지 모릅니다. 한줄 한줄 쓰신 글들이 제 마음속에 착 달라 붙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메로나 보다 훨씬 달콤하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선택과 집중이 무척 잘 된, 빼어난 글입니다.
제가 느꼈고, 쓰고 싶었던 내용들이로군요. 고맙습니다. ^^♡
귀담아 듣고 기억해주는 것은 사랑의 세 가지 요소인, '열정' '헌신' '이해'를 모두 충족시키는 기초인듯합니다.
이박님의 힘있는 피아노 반주와 강수님의 빼어난 열창,여러공연 가운데서도 기억될만한 공연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젠 정말 대단했습니다.가슴이 멍할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분들도 그런 기분였을까요.^^ㅎㅎ
그럼요. 가수나 관객이나 모두 만족한듯해요.
오감을 자극 받고 돌아온 후 며칠은 후기도 읽고, 동영상 보고, 표정과 손짓과 그날의 분위기를 반추하고,
그제서야 그 축제가 마무리 되는 느낌입니다.
감동의 지점이 일치함에 우리만 아는 기쁨으로 다시 설레이기도 하지요.
그 기쁨들을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팔찌 축하드려요^^
원장님의 글이 감동을 주는데는 문학적 소양,삶의깊이,폭넓은 지식등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는 표리가부동하지않은 진심을 담아내기에 여운이 오래 남는거 같습니다.
글에서 느껴지는 강수님에 대한 무한사랑을 느낄수 있어서~~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