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보의 간판 김현섭(30·삼성전자·속초 출신)이 한국 육상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3회 연속 톱10에 진입했다.
김현섭은 23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 일원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 경보에서 1시간21분40초를 기록, 10위에 올랐다.
이로써 김현섭은 2011년 대구 대회 6위, 2013년 모스크바 대회 10위에 이어 세계선수권에서 3회 연속 10위권에 진입했다. 1997년 아테네 대회 8위, 1999년 세비야 대회 6위에 오른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을 넘어 한국 최초로 3회 연속 톱10 진입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날 김현섭은 경기 후반까지 10위권밖에 머물러 있었다.
베이징 국립경기장을 출발해 경기장 동쪽 아스팔트 도로를 19번 왕복한 뒤 다시 국립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이날 코스에서 김현섭은 마지막 19번째 바퀴까지 13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무서운 스퍼트로 3명을 따라잡는 뒷심을 발휘, 10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결국 김현섭은 레이스 막판 르보강 샹지(남아공·1시간21분43초)의 추격을 따돌리고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9위 천딩(중국)에게 불과 1초 뒤졌다.
김현섭은 경기 뒤 “이제는 많은 분이 기대하시는 세계 대회 메달을 따야 하는데,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속초 설악중 3학년 시절 중장거리 육상 선수에서 경보로 전향한 김현섭은 2004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동메달을 따며 한국 경보의 희망으로 떠올랐고 10년 넘게 한국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김현섭의 마지막 꿈은 올림픽 메달이다.
김현섭은 “36살까지 뛰는 게 목표다. 부상 안 당하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올림픽 메달을 꿈꾼다. 올림픽 메달은 하늘에서 주어진 선수만 딸 수 있다고 하는데 메달에 근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레이스에서는 무더위로 인해 이변이 속출했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일본의 스즈키 유스케는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고 미겔 로페즈(스페인)이 1시간19분14초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김현섭과 함께 출전한 남자 경보 차세대 주자 최병광(24·삼성전자)은 1시간28분01초로 46위에 올랐다. 박주석 jooseok@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