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에 우연히 본 영화.
오늘은 내가 태어난 날이다. 아침 일찍 배낭을 매고 뒷산을 오르니 마침 찬란한 태양이 떠 오르고 있다. 7시51분에 전화메시지가 온다. 들여다 보니 아들의 생일축하 메시지다. ' 아버지 생신축하 드립니다. 올해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많이 보내셨음 좋겠어요. 설에 뵐께요.'한다. 부모에게 자식이란 뭘까 하고 생각해 본다. 자식이란 사랑이며 고통이기도 하다. 생일날 산에서 떠 오르는 태양을 보니 그 기분이 평소와 사뭇 다르다. 우리 나이로 일흔네살의 생일. 옛사람들을 생각하면 제법 나이가 든것 같기도 하고 요즘 얘기대로 9988 234하면 아직 괜찮은 나이다. 어찌 되었던 사는 동안은 자식들 애 안 먹이고 건강하게 살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은 내 생일이 1월 23일이란 걸 까먹고 있었는데 그저께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내가 ' 여보 모레가 당신 생일인데 어디 좋은 데 가서 식사라도 해야지요 ' 해서 글쎄 생각해 볼께 했는데 어제 아침에 다시' 어디 식사할 곳 정했어요 ? '한다. 당신과 전에 한 두번 간 적이 있는 이수역옆 '개화'란 중국집에 갈까 하니 아내가 그럼 거기서 점심을 하고 그 앞에 있는 메가박스에서 좋은 영화 있으면 영화 한 편 보고 오지 뭐 한다. 12시반에 둘이서 지하철을 타고 이수역에 내려 '개화'로 들어갔다. '개화'란 중식당은 내가 젊어서 신세계 백화점에 근무할 때 국제우체국옆에 있는 중국사람이 직접 운영하던 중식당 이름으로 나는 가끔 거기서 짜장면이나 짬뽕을 사 먹었는데 양이 부족한듯 하고 맛이 깔끔했던 곳으로 이수역에 있는 '개화'는 그 집 남자주인의 여동생부부가 같은 이름으로 낸 중식당이다. 사천해물요리와 탕수육을 시켜 먹는데 뭔가 좀 허전해서 아내 눈치를 보면서 조그만 이과두주 한 병을 시켜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메가박스 영화관으로 가서 골라보니 볼만한 게 없어 신용산 CGV로 갔다.
CGV에서 뭘 볼까 하다가 ' 타 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란 외국영화가 눈에 띈다. 매표아가씨에게 이 영화가 어떤 영화예요 하니 동성애 영화인데요. 옆에서 아내가 그러면 별로인데 하는데 시간에 맞는 영화가 없어 이 영화를 보기로 하고 들어갔다. 가만히 보니 프랑스 영화로 내용은 젊은 여류화가가 귀족집 결혼 할 아가씨의 초상화를 그려주러 그 집에 들어갔다가 젊은여인끼리 서로 사랑을 하게 되는 동성애 영화인데 그 행동 하나하나가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되어 감동을 주며 바닷가 아름다운 풍광이 여인들과 아주 기찬 조화를 이룬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체크해보니 이 영화가 칸영화제에서도 우리의 '기생충'과 경합을 벌였던 영화이며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도 지금 경합을 벌이는 우수한 영화라고 한다. 우연히 본 영화가 참 좋은 영화를 골랐다는 생각이 들어 시간을 내어 다시 한 번 더 볼까 한다.
이번 내 생일은 아내덕분에 수수하고도 알찬 하루를 보낸것 같다. 그런대로 마음이 뿌듯하다. 5월의 아내 생일날에는 뭘 할까 곰곰히 생각을 해 본다.
2020.1.23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