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 울리네.
새 아침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그 곳엔 그녀가 있었네.
신께서 내려주신 듯
하늘의 천사같이.
하지만 어쩔 수 없네.
우린 같기에.
종이 울리네.
새 비극을 알리는.」
두 명의 소녀였다. 아니, 두 명의 소년과 소녀였다. 소년은 검 하나를 들고, 소녀는 검 두 자루를 양손에 들고 마주보고 서 있었다. 그 둘은 ‘ㄷ’자 형으로 만든 탁자 한 가운데에 서 있었고, 그 밖엔 마을 사람들이 몰려서있었다.
촌장이 소년에게 말했다.
“미루 님, 그만 두십시오. 조안나 저 아이가 그저 미루 님을 떠 보려는 것일 겁니다.”
소년은 루카스테 미루이다. 하지만 그는 예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전 다치지 않을 겁니다.”
루카스테가 조안나라고 불린 소녀를 향해 다시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전 본래 마법사입니다. 마법을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저부터 가도록 하지요. 하압!”
조안나가 기합소리를 내며 루카스테에게 다가와 칼을 휘둘렀다.
채애앵-!
루카스테는 가볍게 칼을 휘둘러 조안나의 왼쪽 검을 막아냈고, 다시 그 검은 스릉,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듯이 빠져나와 조안나의 오른쪽 검을 막아냈다. 그리곤 상체를 낮춘 후 몸을 돌리며 조안나의 왼손을 발로 차 검을 떨어뜨리게 했다. 조안나는 약간 당황했지만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루카스테에게 달려들었지만, 검이 한 자루 뿐인 조안나와 루카스테는 호각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본래 마법사인 루카스테는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체력을 다하여 검을 휘둘렀고 조안나 또한 이 싸움을 끝내고 싶었는지 받아내는 척 미끄러지며 바닥에 떨어뜨린 칼을 주웠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퍼엉!
조안나의 눈 앞에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콜록, 콜록!”
조안나와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정신없이 기침을 했다. 그리고 연기가 모두 사라진 순간, 루카스테의 칼날이 조안나의 목에 닿아 있었다. 조안나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나자 루카스테가 피곤한 듯한 그의 얼굴에서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물었다.
“마법이 반칙이라고 한 적은 없었죠…?”
조안나는 멍한 눈빛으로 루카스테를 바라보다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스테는 체력의 한계가 다했는지 그대로 조안나의 무릎으로 쓰러졌다.
호화로운 궁궐이다. 성벽에서 문고리까지 모두 황금인데, 너무 무래서 주황색에서 붉은색을 띄는 듯 보였다. 그리고 궁궐의 지붕은 돔형으로 루비와 에메랄드, 사파이어 등이 박혀 있어 정말이지 호화찬란하게 보였다. 하늘에서 봤을 때의 지붕 한가운데엔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었고, 다이아몬드의 중앙엔 청동으로 만들어진 가느다란 막대가 꼽혀있었는데, 하늘에 가까울수록 가늘어졌다.
문은 아치형이고 문을 지탱하는 벽돌들은 모두 백금으로 이루어져있고 바깥 부분의 면에는 큼직한 루비가 가장 가운데의 벽돌에 박혀 있고, 그 루비의 좌우로 손톱만한 루비가 각각 5개씩 박혀있었다. 또 안 부분의 면에는 바깥의 루비 대신 사파이어가 루비 대신 장식되어 있었다.
문 안은 햇빛이 거의 들지 않아 어두컴컴했지만 곳곳에 벽에 붙어있는 술잔에 든 불들이 안을 밝혀주었다. 궁궐의 벽 또한 호화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벽은 모두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져있었는데, 그림들을 색칠한 것들은 보석이었다. 궁궐의 바깥 쪽 벽은 이 궁궐의 사람들이 원하는 세상을 그려 넣었는데, 무엇을 뜻하는 건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궁궐의 안 쪽 벽은 사람들의 만찬 광경을 그려 넣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사람들이 벽에 붙어있는 보석을 떼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나쯤은 떼어가도 잘 모를 텐데 말이다.
궁궐의 밖 또한 성벽 안까지는 낮에도 곳곳의 기둥에 달린 컵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탈 이물질을 집어넣지 않아도 되는 듯 컵이 비어도 불은 타올랐다. 성벽에는 문이 단 두 군데뿐이었다. 북쪽에 위치한 비상문쯤으로밖엔 여겨지지 않는 작은 문과 남쪽에 위치한 거대한 문. 성벽은 어른 남자의 키 10배 정도의 높이였고, 문은 성인 남자 8명의 키 정도 되어보였다. 하지만 문이나 성벽이나 궁궐처럼 호화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민간인의 집은 수수했다. 여전히 황금 벽, 황금 돔형 지붕이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집은 몇 채 되지 않았고, 그런 집에도 보석의 양은 궁궐의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탈색이 된 듯한 백금빛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머리칼이 새털처럼 가벼워보였고, 머리가 긴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게다가 옷은 제한이라도 있는지 전부 비슷한 옷을 입은 데다 흰색이었다. 사람들은 딱히 큰 소리를 내고 다니지 않아 무척 조용했다.
끼이이이이익-!
남쪽에서 큰 소리가 들리더니 거대한 문이 열렸다. 그리고 열린 곳 사이로 보인 건 열대여섯 되어 보이는 소년이었다. 소년은 문에 접촉하지 않고 문을 조금 열더니 궁궐을 향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쏠렸다. 그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옷에 금실로 물결을 그리고 있었다. 문 밖은 검붉은 안개가 자욱히 깔려있었다.
사람들은 단 한번도 나가보지 못한 문 밖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지만 소년은 낑익거리는 소리도 없이 문을 닫아버렸다. 그러자 사람들은 시선을 돌려 궁궐 방향을 향하는 소년을 부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소년의 표정은 온화해 보였지만 사람들에겐 눈길하나 주지 않고 묵묵히 궁궐로 걸어갈 뿐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궁궐의 시종의 안내에 따라 최고지휘관이 있는 서무실에 들어갔다. 소년이 최고지휘관에게 경례를 하자 최고지휘관이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미스터 칼. 임무를 완수하였습니까?”
최고지휘관은 여자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앉아있는 곳은 커튼이 쳐져있었지만 비치는 그림자를 보면 베레모를 쓴 듯 보였고 머리를 길게 길러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림자였지만 머리칼이 춤을 추는 듯 보였다.
“예. 최선을 다하여 임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칼이 대답을 하자 잠시 침묵했다. 조용해진 서무실 안은 최고지휘관의 종이 넘기는 소리뿐이었다.
“‘그’ …아니, ‘그녀’가 뭘 묻던가요?”
최고지휘관이 침묵을 깨고 물었다. 그리고 동시에 구름이 해를 가려 어두워졌다.
“‘그 분’께서는 제가 왜 「불의 돌」을 주었는지 궁금해 하시더군요.”
“그렇습니까? 또 뭘 궁금해 하시던가요?”
최고지휘관이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전수호자님의 「불의 정령」을 물으셨습니다. 효녀시죠.”
칼이 빙긋 미소를 지었고 커튼 뒤로 최고지휘관이 약간 흠칫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차갑게 되받아쳤다.
“하지만 그런다고 구할 수도 없을 텐데요. 운명이니까요.”
“…….”
왠지 모를 그녀의 쌀쌀맞음에 칼이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숙였다.
“또 있던가요?”
칼이 다시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그녀의 꿈이 끝날 때였어요. 제 이름을 물으셨죠. 하지만 듣지 못하셨을 겁니다.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스러워서 대답을 너무 늦게 해버렸거든요.”
최고지휘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커튼에 가려지지않은 창문가로 천천히 나오면서 말했다.
“그거 다행이네요. 「불의 정령」은 원래 느지막이 이름을 알려주는 게 맞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겨우 두 번째로 만난 「불의 정령」에게 이름을 물은 수호자는 처음인 듯싶네요. 그렇지 않아요?”
“아마도 맞을 겁니다.”
칼이 미소를 지었고 이제는 커튼 밖으로 나온 최고지휘관을 바라보았다.
귀여운 용모였다. 많아봤자 20살 정도로밖엔 보이지 않는 그녀는 최고지휘관이다. 뽀얗고 하얀 피부는 아직 두 살배기 아이 같았고, 입술은 빨갛게 빛났다. 옷은 너무 화려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모양으로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녀는 눈짓으로 시종들에게 신호를 했고 그들은 질서정연하게 서무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런 후 그녀는 칼을 향해 명령조로 말했다.
“나를 불러봐.”
“…….”
“어서.”
“최고지휘관님, 왜 그….”
“말고.”
“마스터 실비에….”
“다른 거.”
“…….”
“얼른!”
“……실비에….”
“그래, 그거야! 칼, 우리 둘만 있을 때는 이름을 부르라고 했잖아?”
실비에가 그제서야 마음에 든다는 듯 말했다.
“실비에, 왜 그래?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칼, 넌 ‘그녀’가 마음에 든 모양이던데?”
실비에가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
“그건 네가 참견할 일은 아니잖아.”
칼이 악의 없이 말했지만 기분이 나빠진 실비에에게는 비꼬듯이 들렸다. 실비에가 칼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그래~.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 하지만 수호자와 「불의 정령」은 서로의 도우미 정도밖엔 안돼. 알아들어? ‘사랑’같은 감정은 이루어질 수 없어.”
“난 ‘그녀’가 마음에 들었을 뿐이지 좋아한다는 감정은 느낀 적 없어. 그리고이루어질 수도 있잖아?”
“네가 어떻게 나보다 잘 알겠어? 난 이 지긋지긋한 최고지휘관 노릇 벌써 6대째야! 노빌론, 헤스턴, 루이스, 모릭시프, 채릭스 그리고 지금 네가 맡은 칼린이란 계집까지! 엄밀히 말하자면 난 바이스트 때부터 이런 노동을 한 셈이지! 그런데 네가, 나보다 이 세계의 규칙에 대해서 더 잘 알겠냐고!”
“난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 뿐이야.”
갑자기 실비에의 얼굴이 바뀌었다. 칼 또래 소녀의 모습으로. 순식간에.
실비에가 칼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말했다.
“…난…네가 좋아….”
실비에의 얼굴이 곧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칼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실비에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면서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왼 손으로 칼의 손을 살짝 잡았다. 작은 흐느낌이 들려왔고 칼과 실비에가 서 있는 붉은 카펫 위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잠시 후, 실비에가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날, 날 불러 봐.”
“…….”
칼이 대답 없이 조용히 있자, 실비에가 다시 말했다.
“…제발….”
칼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평소와 달리 저음으로 그녀를 불렀다.
“……마스터 실비에.”
실비에는 흐느낌을 멈추고 칼의 손을 놨다. 그리곤 소매로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곤 원래 있던 곳-커튼 뒤의 탁자-으로 돌아가 앉아서 언제 울었냐는 듯 차분하게 말했다.
“보고 마쳤으면 그만 나가보도록 해요.”
“네, 알겠습니다.”
칼 또한 너무나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경례를 하고 자연스럽게 문을 향해 걸어갔다.
때마침 구름이 걷혔는지 칼의 뒷모습을 비추려는 듯 햇빛이 칼의 뒤를 쫓았다.
------------------------------
아하하 앨리스입니다!'ㅁ '
다행히도 영어마을 들어가기 전에 소설을 다 써놨더라구요ㅎㅎㅎㅎ
이번엔 또다시 조금 길게 해봤습니다!:)
이제부턴 약간(?)의 러브러브 스토리가[...]
기대해주세요~ㅎㅎㅎ
|
첫댓글 칼이나 실비에나…… 둘 다 별나군요 [....?]
으힛 그런가보죠........<<<<
러브모드. 제 소설에는 항상 존재합니다. 러브모드;ㅁ;~
아하하 저도 은근히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매랜에는 솔로분들이 많다는 점, [.....] 저도 겁나서 못쓰고 있습니다 ㄱ-
...................저도 솔로입니다!!!!!!!!!!!!!!!!!!!!!ㅜㅜㅜㅜㅜㅜㅜ
저도 솔로지만 당당하게 씁니다!
갑자기 카린님이 다르게 보임 [...]
ㄷㄷㄷㄷㄷㄷ<<<
...어떻게 다르게 보이시는 건가요?쿨럭;
음............... 당당해보인다? 저로서는 그렇게[...]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넴'ㅁ '
잘 쓰셨네요.. 성의가 대단하신듯.
아항 감사합니다~/ㅂ/
정말 재밌네요^^~
와아 감사합니다/ㅂ/
잘 쓰신다.
아아 닉하씨??
아아앗- 빨리 본다는게 늦어 버렸군요..여튼 잘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