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감시자들과의 대면(對面)
[1]
능라의의 여인은 일행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를 발견한 화자연이 반색을 했
다.
"어머! 언니가 어쩐 일로 이 곳엘 다 오셨어요?"
"호호, 어쩐 일은? 마침 무창을 지날 일이 있었어. 자연이 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야."
여인은 눈으로 북리뇌우를 가리켰다.
"저 미공자가 특별히 모셔 왔다는 교두신가?"
전자에 밀실에서 있었던 일은 그녀가 말하지 않는 한 아무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녀
의 깜찍한 태도에 화자연은 그저 스스럼없이 응대할 따름이었다.
"소문도 참 빠르네요. 그 일을 어떻게 아셨어요?"
"백부께 들었지. 내게도 저 분 신임 교두와 인사를 나눌 영광을 주지 않겠어?"
"그야 어렵지 않죠."
화자연은 미소를 보인 후 시선을 북리뇌우에게로 돌렸다.
"잠깐 저 좀 보세요. 소개시켜 드릴 분이 계세요."
"누구를 말이오?"
북리뇌우는 그제서야 여인을 돌아다보았다.
"이 분은 신주구대명가 중 연경 북천만도장(北天萬刀莊)의 영애이신 선우영령(鮮宇霙
瑛) 소저세요."
"음, 그렇소?"
북리뇌우는 고개만을 가볍게 끄덕여 보였을 뿐 관심 밖이라는 듯 이내 연무장으로 눈
길을 돌려 버렸다.
'어휴! 이 작자가 또 속을 썩이는군.'
화자연은 내심 한탄(?)을 금치 못하며 곤혹스러운 눈으로 선우영령을 바라보았다.
'이 사태를 대체 어찌 넘겨야 하지?'
내막이야 어떻든 북리뇌우는 현재 이 곳 수궁보에 고용된 교두인지라 그가 귀빈 앞에
서 결례를 하면 그녀의 체면은 당연히 구겨지게 되는 것이다.
선우영령이 그 눈치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원래부터 비밀이 많은 그녀는 북리뇌우
의 태도로 인한 불쾌감도 엷은 미소로 감추어 버린 채 내색을 하지 않았다.
북리뇌우가 문득 두 여인에게로 돌아서며 말했다.
"오늘 훈련은 이것으로 마치겠소. 소악과 회강에 낚시를 가기로 되어 있으니 그대도
생각이 있으면 오도록 하시오."
그것은 선우영령의 존재는 싹 무시하고 화자연을 향해 한 말이었다. 그나마 말을 마치
자 그는 소악을 대동하고 성큼성큼 걸어 연무장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선우영령이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저 분은 왜 내게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미처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었어."
화자연이 곁에서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다.
"그의 행동거지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요."
대충 둘러대기는 했으나 그것은 사실이기도 했다.
"괜찮아. 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선우영령은 화사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런 인물을 상대하는 데는 특별한 방도가 필요하지. 어때, 자연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글쎄요."
고개를 갸웃하는 화자연에게로 그녀는 바짝 다가섰다.
"내 자연에게 긴히 전할 얘기가 있어."
"무슨?"
"이 자리에선 곤란하고, 우리 자리를 옮길까?"
"그러죠."
두 여인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연무장을 나섰다.
석양이 천지를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회강은 유유히 굽이치며 흐르되, 바람결에 자잘한 파랑을 일으키는 물결조차 지금은
핏빛이었다.
그처럼 사위가 붉은빛으로 채색되어서일까? 눈에 보이는 경물들이 주는 느낌도 불타오
르는 듯 뜨겁기만 하다.
멀리로 회강의 일몰(日沒)이 내려다보이는 풀밭이다.
그 곳에서 북리뇌우와 소악은 한가로운 모습으로 마주앉아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얼
핏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은어회와 한 병의 화주(火酒)가 놓여 있었다.
북리뇌우는 옆에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낚싯대를 놓아두고 있었다. 또 그 옆으로는
큼직한 대바구니가 있었는데, 그 속에는 갓 잡아올린 듯한 은어들이 가득했다.
그는 담담한 기색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소악이 입을 열었다.
"화소저는 오지 않을 모양이지요?"
"그럴까?"
북리뇌우는 애매한 대꾸와 함께 기소를 입가에 매달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서편 하늘
을 응시했다.
"오늘은 석양이 유난히 붉군. 피라도 토할 듯이."
값싼 화주 한 병에 그는 한껏 감상적인 기분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소악도 그를 따
라 느긋한 여유를 회복했다.
"석양은 언제 보아도 사람의 마음에 묘한 감동을 선사해 주지요. 술과 좋은 안주가 있
을 때는 더욱더요."
"시끄럽다, 네 녀석이 무슨 정취를 안다고?"
짐짓 쏘아붙이는 그에게 소악을 혀를 쏙 내밀었다.
"저라고 왜 정취를 모르겠습니까? 달리 배운 바는 없으나 이리저리 떠돌며 주워 들은
풍월은 제법 있는뎁쇼."
"녀석, 그것도 자랑이라고 하느냐?"
"헤헤, 그래도 석양에 취하고, 술에 취해 감동 운운할 정도면 아주 무식쟁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쯧! 안되었다만 내가 보기엔 무식하다."
"아이쿠, 어찌 그리 섭한 말씀을......."
소악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천진하게 웃었다. 그는 아직 십삼 세의 소년에 불과했고
, 많은 가능성을 안고 있었기에.
따각, 따각......!
말발굽 소리와 함께 석양빛을 가르며 한 대의 호화로운 마차가 나타났다. 마부석에는
화자연이 앉아 있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녀가 직접 말을 몰고 등장한 것이다.
마차가 모습을 보인 순간 북리뇌우와 소악은 서로 의미 있는 시선을 교환했고, 그러는
사이에 마차는 두 사람이 앉아 있는 풀밭으로 다가와 우뚝 멈추었다.
화자연이 마부석에서 뛰어내리며 미소지었다.
"오늘은 소녀가 술 한 잔 대접하겠어요. 설마 이런 운치도 거절하지는 않으시겠죠?"
그 고혹적인 웃음에 북리뇌우도 서슴없이 답했다.
"거절이라니? 기다리고 있었소."
"마차 안에 주안이 준비되어 있어요. 어서 드시지요."
화자연은 자못 그윽한 시선을 던지며 그를 안내했다. 눈치 빠른 소악은 얼른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소인은 초대를 해 주시지 않는 것 같으니 가서 물고기와 씨름이나 해야겠습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그 곳에서 피해 주기 위해 낚싯대를 둘러메고 휘적휘적 강가로 걸어
갔다. 북리뇌우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화자연의 권유에 따라 마차 안으로 들어섰다.
마차 안은 겉에서 보기보다 훨씬 더 호사스러웠다. 이것저것 부착된 장식물도 화려하
기 그지없었으며 바닥에도 냉, 온방이 모두 가능하다는 값비싼 종유옥석을 깔아 놓았
다.
그 곳에는 화자연이 말했듯 온갖 진귀한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차린 주안상이 손님
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단하군."
북리뇌우는 혼잣말처럼 읊조리며 좌석에 가 앉았다. 화자연도 그와 마주 보이는 자리
에 앉더니 술잔을 건넸다.
"자, 소녀의 술 한 잔 받으세요."
"고맙소."
북리뇌우는 기꺼운 표정으로 화자연이 따라 준 술을 들이켰다. 그것을 시작으로 두 남
녀는 서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연인이라도 되는 양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화자연의 얼굴은 자연스럽게 도화빛으로 물들었는데, 유리알처럼 희고 매
끄러운 옥용에 떠오른 홍조가 사뭇 도발적인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북리뇌우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분명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주어졌던 적이 있었으며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화자연은 무척 대담했다. 아니, 그 때보다 그녀의 태도는 더욱 도전적이었다.
"덥군요. 주기(酒氣) 때문인가 봐요."
그녀는 손을 들어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앞섶을
풀어헤치는 것이었다.
뽀얀 젖무덤이 반쯤 드러났으나 화자연은 개의치 않았다. 그녀가 몸을 앞으로 약간 숙
이자 처녀 특유의 청신한 체향이 북리뇌우의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가슴을 자랑하고 싶소?"
그가 묻자 화자연은 입술 끝을 말아올리며 생긋 웃었다.
"어쩌면요. 공자께서는 어차피 한 달간 소녀를 소유하겠노라고 공언하신 분이 아닌가
요?"
"그건 그렇군."
북리뇌우는 무심히 답하고는 자신의 빈 잔에 술을 따랐다. 그 모습에 화자연의 눈에는
반짝하고 이채가 스쳤다.
곧이어 그녀도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전 지금 공자를 유혹하고 있는 거예요."
"후후, 솔직해서 좋군. 이유는?"
"그걸 몰라서 물으세요?"
화자연은 다소 거친 동작으로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나빠요, 당신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요?"
북리뇌우가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하자 그녀는 정색을 지으며 빠른 어조로 말했다.
"소녀도 여자예요. 밖에 나가면 구애를 해 오는 사내들도 부지기수죠. 그런데 공자는
제게 조금도 관심이 없잖아요?"
"그 뜻이었소?"
북리뇌우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화자연은 화가 난 표정으로 자리를 옮겨 그의 곁에
붙어 앉았다.
"이젠 저도 멍청하게 공자의 처분만 바라고 있을 수는 없어요. 천하의 어떤 여인이라
도 공자 같은 분은 놓치고 싶지 않을 거예요. 소녀도 마찬가지구요."
말과 함께 그녀는 북리뇌우의 품에 와락 몸을 던졌다. 졸지에 여체를 받아 안게 된 그
는 혀를 끌끌 찼다.
"무모하구려. 당신은 필경 이 일을 후회하게 될 게요."
화자연은 반짝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겨우 그 말밖에는 할 말이 없나요?"
북리뇌우는 비로소 그녀와 시선을 마주 했으며, 그 순간 그녀의 눈 속에서 타오르는
기이한 열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으음!"
그는 한소리 신음을 발하더니 확인하듯 물었다.
"정말로 원하오?"
"그래요, 미치도록."
말하는 화자연의 입에서 더운 김이 훅 끼쳐 와 북리뇌우의 얼굴로 덮어 씌워졌다. 이
렇게 되자 그도 피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손을 뻗어 화자연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눈이 살며시 감기는 것을
보며 조심스레 입술을 포갰다.
주기 탓이었을까? 두 사람의 입맞춤은 뜨거웠고, 그 행위는 그대로 욕망의 발화점이
되었다.
북리뇌우의 손이 위치를 옮겨 화자연의 앞섶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는 탄력이 넘치는
젖가슴의 감촉과 더불어 그녀가 몹시 떨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불붙게 된 정염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북리뇌우는 집요하게 그녀의 몸 깊
은 곳을 더듬어 갔다.
"아아!"
화자연의 입에서 신음인지 탄성인지 모를 기성이 새어 나왔다. 그 소리를 들으며 그는
그녀의 옷을 차례로 벗겼다.
그녀가 알몸이 되는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북리뇌우는 한껏 달아오
른 여체 위에 겹쳐 누웠다.
매끄럽고도 뭉클한 느낌이 일신을 통해 전해져 오자 그는 일시지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듯한 충격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녀의 교구가 흥분과 불안으로 인해 덫에 걸린 암사슴
처럼 파르르 경련하는 것을 감지하며 그는 한동안 그 신선한 감동을 즐겼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본격적인 행위를 사양하는 바는 아니었다. 두 사람의 몸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섭게 엉켜 들었다.
"공자......!"
숨막히는 애무가 그들 사이에 전개되었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잊고 감당할 수
없는 격정에 휘말려 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으음!"
북리뇌우는 마치 긴 열병에서 깨어나 듯 한소리 신음성과 함께 축 늘어지고 말았다.
이를 느낀 화자연은 즉시 그를 옆으로 밀며 싸늘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놀라운 인내력이군. 누구라도 절심단혼향(絶心斷魂香)에는 반 각 이상 견디지 못하는
데 무려 한 시진이나 버티다니."
그녀는 언제 열기에 휩싸였느냐 싶게 차디차게 식은 눈빛으로 혼자 누워 있는 북리뇌
우를 바라보았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으음~불금에 좋은밤 되세요
즐~~~~감!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합니다!~
즐독합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즐감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합니다
감사 합니다 !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