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기 주소를 클릭하면 조선일보 링크되어 화면을 살짝 올리면 상단 오른쪽에 마이크 표시가 있는데 클릭하면 음성으로 읽어줍니다.
읽어주는 칼럼은 별도 재생기가 있습니다.
국내 최대인 300㎿ 규모 태양광 설비가 들어설 예정인 충남 태안 안면도 부지 전경. /신현종 기자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벌어진 태양광 비리는 경악할 정도다. 산업부의 동기 과장들이 공모해 업체 청탁을 들어주고 그 회사의 대표, 연관 업체 임원으로 취직했다. 이들의 유권 해석 덕분에 자본금 10억원의 업체는 3000억원을 끌어들여 공사한 후 연간 1000억원씩 20년간 적어도 2조원을 벌 수 있게 됐다. 그뿐 아니다. 지방국립대 교수가 세운 자본금 1000만원의 새만금 풍력 회사는 사업권을 따낸 뒤 무려 5000만달러(약 720억원)에 지분을 외국 회사로 넘기려다 덜미가 잡혔다. 이번 감사원 조사에서 새만금 방조제 안쪽은 육상풍력으로 분류돼 신재생보조금(REC) 가중치가 1이었는데 2021년 7월 ‘연안 해상풍력’이란 항목이 새로 생기면서 가중치 2.13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업이 실현됐다면 연 수익이 150억원 늘어나는 혜택이라는 것이다. 가중치 부풀리기에 업자와 공무원이 유착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그 보완 정책으로 신재생을 무리하게 육성하려다 보니 태양광·풍력에 보조금, 융자 지원금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국무조정실 합동단속에서도 자기 돈은 넣지 않은 채 정부 지원금과 금융권 대출만으로 설비를 짓고, 거기서 나온 전기를 원자력 전기의 4배 이상 가격으로 한전에 팔아 이익을 챙기는 등의 ‘봉이 김선달식’ 사업이 많이 적발됐다. 표본 조사에서만 2000건이 넘는 위법 사례가 나왔다. 무리한 실적 확장 정책으로 경제성 없는 사업에도 돈이 비처럼 떨어졌고, 공돈 먹겠다고 너도나도 달려들었다. 제도를 설계하거나 인허가 권한 가진 사람들은 뒤로 떡고물을 챙겼다. 한전이 수십조원 적자를 내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방만과 비리일 것이다. 태양광·풍력의 비리는 엄단해야 한다.
그런 한편으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태양광·풍력 산업 자체는 계속 육성해가야 한다는 점이다. 자연 조건이 불리한 한국에서 태양광, 풍력은 단점이 있지만 필요한 에너지인 것도 사실이다. 탄소중립은 원자력과 신재생의 청정 에너지 조합으로 이뤄야 한다. 여러 면에서 적절한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세계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우리 경우엔 일부 품목에선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잠재력도 갖고 있다. 비리는 앞으로도 엄단해야 한다. 그러나 신재생 산업 자체를 위축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