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曹操)가 간절히 현사(賢士)를 찾는다고 하자, 태산(泰山)의 노승(老僧)이 그에게 비단 주머니를 하나 주면서 말했다.
“누구든 당신을 지목하여 욕을 하는 사람이 있거든, 이 비단 주머니를 열어본 뒤 그를 찾아가십시오.”
조조가 허창(許昌)에 도착하자, 동생 조인(曹仁)이 매일 병사를 거느리고 나가서 도적질을 하며 백성들을 괴롭혔다. 사흘이 지나자 대문마다 방문(榜文)이 나붙었는데, 그 내용은 이러했다.
조조가 허창에 이르렀으니,
백성들은 재앙을 만났구나.
(曹操到許昌, 百姓遭了殃.)
그 아래에는 「허창(許昌) 순욱(荀彧)」이라는 이름이 남겨져 있었다. 조조는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그는 처음에 곧바로 순욱을 붙잡아오려 했으나, 갑자기 노승의 말이 생각나서 비단 주머니를 열어 보니, 안에는 한 행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허창에 살고 있는 순욱은,
재주가 장자방을 능가하네.
(許昌荀彧, 才過子房.)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조인에게 그를 청해 오라고 명했다. 원래 순욱은 조조가 재주 있는 사람이라는 소문을 듣고 의탁하려는 뜻을 가지고 있었으나, 먼저 넌지시 방문(榜文)을 한 장 써 붙여 그를 시험해 본 것이었다.
순욱은 조인이 자신을 데리러 온 것을 알고 일부러 문을 열지 않았다. 조인이 돌아가 보고하자, 조조는 반드시 친히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동짓달 내린 큰 눈을 무릅쓰고 취규가(聚奎街)에 있는 순욱의 저택으로 찾아갔으나, 대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수염에 얼음이 얼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다음 날 또 갔으나, 집사가 주인은 허전(許田)으로 사냥을 갔다고 했다. 세 번째는 순욱이 조상의 묘에서 벌초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예를 갖추어 찾아갔다.
묘지에 도착하자, 스물 몇 살쯤 되어 보이는 한 청년이 한창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열심히 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조조가 그 옆으로 가서 섰지만, 순욱은 고개도 한번 들지 않았다. 갑자기 한 차례 바람이 불더니, 순욱의 손에 있던 책이 바람에 날려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조조가 급히 몸을 굽혀 주워 올린 뒤, 공손하게 바치며 말했다.
“순공, 조조가 문안 여쭙니다.”
순욱이 말했다.
“저는 보통 백성인데, 선생께서 어찌 문안을 여쭙니까?”
조조가 다시 말했다.
“순공은 자방(子房)의 재주와 자아(子牙)의 지모를 갖추고 있으니, 제가 함께 대사를 도모하려고 모시러 왔습니다.”
“당신은 제가 당신을 욕하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까?”
조조가 웃음을 띄며 말했다.
“욕하는 데에 일리가 있다면 많이 욕할수록 좋지요.”
순욱은 사양을 하며 발이 아파서 걸을 수가 없다고 하자, 조조는 곧장 앞으로 가서 순욱을 부축해 말에 오르게 했다.
이때부터 순욱은 조조의 모사(謀士)가 되어 수많은 책략들을 내 놓았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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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욱의 욕을 잘 소화했기에 조조의 성공이 있었습니다.
양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良藥苦口 利於病],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는 이롭습니다[忠言逆耳 利於行].
설탕이 때로 독약이 되듯 칭찬만 하는 사람은 상대를 파멸로 이끕니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고언을 아끼지 말아야 겠습니다.
쓴 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을 갈고 닦는 겸허함을 배워가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