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1924년생 쥐띠의 생활목록
정계원
친정집 안방 흙벽에 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 사진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저녁에 따온 별을 열세 살 된 나의
밤길에 뿌려주었고, 부서진
정신을 푸른 달빛으로 촘촘하게 꿰매 주었다
물병자리를 찾아가 받아 온 물로
메마른 나의 영혼을 적셔주었고
한낮에 뻐꾸기 울음소리를 빌려와
고독의 두려움을 알려 주었다
쉬지 않고 걷는 계곡물의 발자국을 얻어와
나의 발을 씻겨 주었다
화려한 독버섯의 험상한 독을 감지하는
감각도 일러주었고
어깨를 맞대고 살아가는 잔디를 가리키며
함께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공갈빵이 허기의 간사함이라고 했고
폭설에 설해목 지는 소리를
가시나무새 울음소리보다 짧은 문장으로, 그
아픔을 일러 주었다
국화의 정수리에 내린 흰서리를 가리키며
저것은 사형수의 마지막 숨소리라고 일러주던
북두칠성 같은 아버지,
등이 굽어진 그와 함께 신경외과에 갔다
나의 쉰 살이 그의 등을 휘어지게 했다고
청진기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ㅡ시집 ‘어느 1924년생 쥐띠의 생활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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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1924년생 쥐띠의 생활목록 / 정계원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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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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