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폐업 17년만에 역대 최고치…법정관리 잇달아
“고금리 장기화, 내년 건설기업 자금조달 어려움 계속”
서울 한 재건축 현장. 연합
건설경기 침체로 중견건설사들이 위기에 처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미분양 사업장과 관련된 손실도 커지고 있다.
중견건설사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건설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당분간 실적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 중견건설사인 태영건설과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이 하락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6월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기업어음 시용등급을 A2에서 A2-로 내렸다.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재무적 불확실성이다. 태영건설은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업장에 PF신용보강을 제공한 결과 태영건설의 연결기준 PF보증 규모는 올해 3월말 2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전체 PF보증의 50%에 근접하는 미착공 PF보증 현장 중에서 상대적으로 분양여건이 저조한 지방의 비중이 크고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보증규모의 감축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태영건설의 재무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떨어졌다. 민간 건축 사업의 분양실적 부진으로 인해 사업변동성이 증가하고 있고, 미분양사업장 관련 손실로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세계건설은 민간공사 매출 비중이 60~70% 수준으로 증가했고 지방 주택사업장과 오피스텔 등의 9월 말 진행사업장(지식산업센터 제외) 기준 분양률이 53%에 그쳤다. 기존 대구 주요 현장의 미분양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작년과 올해 분양을 시작한 사업장에서도 부진한 분양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4분기부터 공사원가 상승과 미분양 사업장 관련 손실으로 영업적자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연간 120억원, 올해 상반기 418억원의 영업적자에 이어 3분기에는 영업적자 규모가 48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3분기 누적 영업적자 규모는 903억원에 이른다.
분양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못하면서 무너지는 중견건설사들도 나오고 있다.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중견건설사들은 에이치엔아이엔씨·대우조선해양건설·대창기업·신일건설·삼호건설 등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경우 최근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을 인가 받았으며 인수자는 스카이아이앤디다.
중견 건설사들의 폐업도 17년만에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문공업사 폐업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489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인 287건 대비 70.38%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당분간 중견건설사들의 실적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내년도 부동산PF 문제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분양시장 회복도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고 금리인하 시기가 불확실한데 내년에도 건설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 부동산 PF 연체율이 증가하고 부실 가능성이 일부 증가할 수밖에 없어 금융권에서의 건설기업의 자금조달은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