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3] 제갈공명

[1번선발]

여러분 '제갈공명' 아시죠?

개그콘서트 '감수왕'에 나오는 제갈공명 말고,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 말입니다.

저는 삼국지를 한 서른번 쯤 읽었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삼국지는 이문열이 평역한 10권 짜리 민음사 삼국지입니다.

작가 이문열 자체를 인물로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문장 중 일부는 좋아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삼국지거든요.

그 삼국지 10권, 그러니까 제갈공명이 죽은 다음에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통상으로 제갈량이 대위전(對魏戰)에 동원한 병력은 촉의 전력에 가까웠다. 사마의처럼 위의 병력 일부만 가지고 나온 경우에는 군사적인 모험도 가능하고 기공(奇攻)도 써볼 수 있다. 그러나 자기가 이끈 병력의 승패가 나라의 흥망과 직결된 제강량의 입장에서는 모든 작전에서 신중하고 세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서 위연의 제안(샛길을 통해 위나라를 기습하자는 제안)을 무시한 공명의 정당성이 발견된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전력이 약할수록 변수나 묘수를 노리기 보다는 정석대로 싸워야 된다는 얘깁니다.

약소국 촉나라 제갈량이 강대국 위나라 사마의와 싸웠는데

촉나라 위연이라는 장수가 병력 일부를 빼서 기습하자고 했고, 제갈공명이 그 의견을 묵살했거든요.

왜냐하면, 그 기습이 잘못될 경우 전력의 대부분을 그냥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니까 묘수가 필요한거냐

아니면 그러니까 더더욱 정석대로 해야 되는거냐.

여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할 수 있지만, 저 책을 읽을 때 저는 작가의 의견에 공감했습니다.

야구 얘기로 돌아와 봅시다.

내일 비 예보가 있지요.

기상청의 예측 따라 비가 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안 올수도 있습니다.

견갑골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에 빠졌던 류현진이 선발입니다.

잘 나가던 류현진이라면 7-8이닝쯤 기대해도 좋지만

지금은 6이닝을 던질지 투구수가 늘어나 5회 언저리에 내려갈 지 아직 장담할 수 없습니다.

류현진 등판 경기는 이글스로서는 필승카드인데요

그 경기를 제대로 잡으려면 안승민을 아껴놔야 됩니다.

말하자면, 오늘 일찍 내려간 바티스타가 내일 연투 가능하다고 보고

사직에서 연투한 안승민은 오늘 쉬게 했다가 내일 류현진과 붙여 확실한 게임을 가져가야 된다는 얘깁니다.

만일 우리 투수진이 튼튼하고 넘쳐 흘렀다면,

그러니까 권오준-권혁-안지만-정현욱-오승환이 줄줄이 건재하던 삼성불펜 전성기 같은 시절이라면

내일 비 예보를 믿고 오승환을 연투시키는 게 '묘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비가 와서 경기가 취소된다고 그게 기가막힌 선택이 되는 건 아닙니다.

혹시 다음날 비가 안 와도, 권오준 권혁 안지만 중에 남겨둔 두어명으로 경기를 치룰 수 있어야 진짜 묘수죠.

가진 카드가 많을 때는 적은 확률에 배팅해도 됩니다.

그 카드가 '뻥카'여도, 혹은 상대에게 눌려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진 카드도 없는데 적은 확률에 '올인'하면 그 사람은 결국 돈을 잃습니다.

어떻게든 연패를 끊기 위해 안승민 카드를 냈다는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결국 승패를 가르는 원인 중 하나가 됐고요.

내일 비가 오면 그건 그야말로 '운'인데, 운에 많이 기대서는 장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내일 비가 안 오면 우리는 류현진 말고 누구를 믿어야 될까요?

앞으로 이런 선택이 자꾸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P.S_거듭된 투수운용 비판글을 올려 저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진 것도 슬픈데, 날 선 비판글을 보셔야 하는 많은 회원님들의 심경을 헤아리지 못하는 점도 죄송합니다.

저도 내일부터는 이런 글을 쓰지 않게 되길 바라며 오늘 얘기는 이만 마칠까 합니다.

사실, 3루수의 수비위치가 한발만 뒤였으면....한상훈이 그 타구를 잡기만 했으면 안승민 카드가 '성공'하기는 했겠죠.

다만. 그래서 결과가 좋아도 과정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말입니다.

[열공독수리]

오늘 경기는 친구들과 술 약속 때문에 못 봤는데.. 그래도 초반 경기는 잠깐 보고 나갔는데(무승부까지) 졌더라구요. 그런데 오늘도 지는 경기에 투수 운용에 무리가 있었나 보네요. 글 내용을 보니 오늘도 안승민 선수가 또 등판한 모양인데..ㅠ 아주아주 가끔 비판적인 운영자님 글 보면 그날 경기가 확실히 무리는 무리였구나 싶은게 느껴져요. 내일은 비 오길 기도할 수 밖에 없겠네요. 정석대로 운영을 못했으면.. 하늘에라도 바래야죠.ㅠ

[파랑새pj]

션혠을 그 자리에 올리지 말아야 정상이죠 수요일 경기에도 좌타자 손아섭에게 1타점 맞았는데 또 좌타자 한명 상대하라고 올립니다..

[Mckin]

네,,맞아요,,한대화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이 문제라기보단 그 교체에 있어서 어떤 원칙도 찾기 어렵다는게 문제입니다,,,,,

[Mckin]

지난주 금욜 두산전도 결과만 성공이었죠~~ㅎ 참!!전 삼국지 부분에선 위연의 제안이 참 매력있게 느껴지더라구요~~^^

[제발한화야]

모든건 결과론적 이지만.... 힘빠지는건 어쩔 수 없네요........

[No.14 여리]

이기든 지든 그래두 우리팀인데~ 응원해야죠~
근데 자꾸 저러면 힘빠져요~ 일에 지장까지 생길 정도이니 ㅠㅠ

[prevet!]

오늘 패인은 션핸의 볼넷이 가장컸다고 보여집니다. 결과론적이지만..바티스타 공 오늘 좋았는데 좌타자라고 션핸 내보낸 이유를 모르겠네요. 좌우놀이좀 그만했음 해요

[sollatido]

좌우놀이는 정말 3년 내내 보는 것 같아요..ㅜㅜ
감독 욕하는 건 정말 싫은데.. 트레이드랑 좌우놀이는 쉴드 불가능;;;

[문화동이글스]

그냥 오타가 있네요. 감수왕이 아니라 '감수성'이라는 코너고, 제갈공명이 아니라 '대갈공명'입니다. 김대희의 '대'를 따서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