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발투수를 잡아라'. 프로야구 8개 구단 스카우트들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2010년 외국인 선수 영입의 키워드는 '선발투수'다. 각 구단은 팀 마운드의 선발진을 책임질 투수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시즌 팀당 두 명씩 총 16명의 외국인 선수 중 타자는 2~3명에 머물고 나머지는 모두 투수로 채워질 전망이다.
◆로페즈·구톰슨 효과=외국인 선발투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데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의 영향이 크다. KIA는 올 시즌 로페즈와 구톰슨 등 두 명의 외인 선발투수를 앞세워 12년 만의 우승을 일궈냈다. 로페즈는 정규시즌에서 14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른 데 이어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2승을 따내며 팀 우승에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구톰슨도 정규시즌 13승으로 로페즈와 함께 8개 구단 최고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SK 또한 외인 투수 글로버와 카도쿠라가 든든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었다. 올 시즌 팀 내 용병 투수들이 부진했던 김경문 두산 감독은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뒤 “내년에는 수준 있는 외국인 선발투수 두 명을 영입해 우승에 재도전하겠다”고 공언했다.
두산과 한화·LG·KIA 등은 지난달 도미니카공화국과 멕시코 등지로 투수코치와 스카우트들을 파견해 선발투수 물색에 열을 올렸다. 국내 구단 간 경쟁이 뜨거워진 탓에 선수들의 몸값이 크게 치솟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신규 영입 선수의 경우 몸값 상한선이 30만 달러이지만 어떤 투수는 100만 달러 이상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검증된 선발투수와는 재계약=가장 발 빠르게 외국인 선수 영입을 완료한 구단은 올 시즌 최하위에 그친 한화다. 지난 10일 메이저리그 출신 우완투수 카페얀·데폴라와 각각 총액 30만, 27만 달러에 계약을 마쳤다. KIA는 로페즈와 재계약에 성공하고, 구톰슨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SK는 글로버와 카도쿠라, 삼성은 나이트와 크루세타를 내년에도 잔류시킨다는 방침을 정하고 재계약 마감 시한인 이달 31일까지 합의를 서두르고 있다.
구단이 재계약 의사를 밝힌 타자는 LG 페타니지와 롯데 가르시아, 히어로즈 클락 등 세 명뿐이다. 이들 팀도 나머지 한 명은 투수를 새로 뽑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