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고유의 말 품종 - 세종대왕의 야심작, 오명마
조선시대 초기 생산된 오명마는 토종말과 몽고·중앙아시아 말의 교배에 의해 탄생한 말로 세종대왕의 야심작이라 할 정도로 걸작에 가까운 말 품종입니다. 오명마는 온몸이 검지만 네발과 이마에는 흰털이 자라는 말인데요. 오명마 등 20여종(말의 털색으로 구분)의 준마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데 성공한 조선은 당대 동아시아 최고의 말 생산국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 오명마
당시 말은 농업·운송·국방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의 개량사업을 전담하는 곳인 사복시는 말의개량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 크고 강한 군마를 탄생시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던 것인데요.
하지만 말 개량에 성공 한 것이 화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말에 대한 욕심이 컸던 명나라에서 매년 1000마리의 말을 상납할 것을 명령한 것인데요. 매년 1000마리의 말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국내의 말은 점점 씨가 마르게 되었고 더 이상 크고 좋은 말을 보유할 수 없게 된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고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종의 야심작 오명마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다 이 때문이라고 하네요.
★. 한국 고유의 말 품종 - 천연기념물, 제주마
성질이 온순하고 머리가 영리해 사람을 잘 따른다는 제주마는 1986년 천연기념물 347호로 지정되어 현재 2000여 마리가 정도가 있습니다. 제주마는 키(앞발굽에서 등선마루가지의 높이) 113cm, 몸길이는 122cm 정도로 작은 편에 속하지만 체력이 강하고, 털 빛깔은 다갈색, 적갈색, 유백색 등 이며 얼굴은 넓고 몸 각 부위의 균형이 잘 잡혀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 세계의 희귀말 제주마
통일신라 시절의 제주마는 과하마, 토마, 삼척마로 불리며 키가 90cm에 불과했지만 고려 때 탐라총관부를 설치하며 몽고말과 교배되기 시작하면서 그 크기가 커졌는데요. 태조 이성계의 8준마 중 전쟁터를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의 힘과 체격을 가진 웅상백이 바로 제주산 제주마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선후기가 되면서 제주마의 크기는 다시 작아지기 시작하는데요. 오명마와 같은 이유로 매년 좋은 말 300여필을 세공마로 보내게 되었고 작고 볼품없는 말이 남아 번식을 하다 보니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군마로서의 경쟁력도 잃게 되었다고 합니다.
★. 한국 고유의 말 품종 - 새로운 한국인의 말, 한라마
한라마는 토종 제주마와 경주마인 서러브렛의 교배종으로 1990년 후반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는데요. 이전까지는 제주산마로 분류되었지만 2010년부터 한라마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서러브렛의 좋은 체격과 스피드, 제주마의 강인함과 지구력을 이어 받은 한라마는 승마·경마·식용으로 육성되고 있는데요. 발굽이 강해 편자가 따로 필요 없고 경마나 승마용 말에 비해 훨씬 튼튼한 발목, 그리고 지구력까지 좋아 지구력대회용 말로서도 가치가 높은 상당한 가능성과 경제성을 가진 것이 한라마의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울트라100km 지구력대회에 출전한 한라마들이 코스를 달리고 있다. 자마클럽제공 / 제주도 승마체험장의 한라마들
하지만 한라마는 정밀한 교배와 도태 과정을 거치지 않아 키가 130cm도 안 되는 작은 말이 있는가하면 150cm를 넘는 대형 말들도 있고, 외모도 서러브렛과 흡사한 경우가 있는가하면 조랑말을 닮은 경우도 있어 특징과 체구가 고정돼 있지 않다는 문제점을가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점을 개선하여 체계적인 한라마를 육성하는 말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승마지구력대회국내 등 우리나라 말 산업의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대표적 경주용 말인 서러브렛과 승용마의 대명사격인 웜블러드를 제외하면 나머지 말 품종은 각 나라의 고유품종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토종 말 품종을 가장 많이 가진 경마 선진국 영국의 경우는 무려 28개의 품종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천연기념물 제주마가 있긴하지만 외국의 말 등록기관이나 국제혈통서위원회가 인정하는 한국마사회 말 등록원에 등록된 고유 품종은 아직 없다고 하는데요. 한국형 승용마 모델 창출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요즘, 체고·모색·성격 등 한라마의 유전형질의 고정화 작업을 통해 한라마를 우리나라 고유 품종으로 자리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