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의 전주군산 하프마라톤을 뛰면서, 열심히 연습해야지 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리 많은 연습을 하지 못했다.
더우기, 이번 경향하프마라톤은 이쁜토끼와 동반출전을 하기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으니 그리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5월 11일 휴무 토요일, 금연캠페인 물품을 정리하고 준비못한 껌과 하드보어지, 금연구호가 쓰여진 플랭카드 찾는 일을 했다.
4만5천원에 2,650여개의 껌을 생행남의 도움을 받아 업자와의 통화로 전달받고, 금연연대 정식 금연구호를 새긴 플랭카드를 찾았다.
이쁜토끼가 출발 준비가 되는 시간이 오후 9시라고 하니, 서울 도착하고 그러면 힘들듯 해서 오후에 잠시 잠을 잔다.
원래는 당일 새벽에 대전에서 출발하려고 했었는데, 여러가지 금연캠페인 물품이 있어 늦어지면 큰일이기에 서울행을 택한것이다.
이런 저런 준비끝에 대전에서 출발한 시간이 10시를 넘었다. 올라가는 길이 막히지 않았지만 과속은 하지 않았다.
이쁜토끼는 서울 신림동에 여동생이 있고, 나는 이번 대회에 꼬드겨서 출전시킨 대학 동기가 신천에 여관을 잡았다고 해서 그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새벽 1시30분경에 도착한 신천은 환락의 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차도에는 택시를 잡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있고, 골목마다 술에 취해 몸을 못 가누는 여성들이 어디론가 업혀가고, 여기저기 구토의 흔적들...쓰레기, 담배꽁초,고성방가...이런것이 밤거리를 구성하고 있다.
내가 도착할때까지 잠들지 못한 친구눔과 후배눔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빨리 샤워하고 잠을 자려고 했지만 왠지 잠이 오질 않는다. 아차...낮잠을 자서 그렇구나...ㅠㅠ
비몽사몽으로 어렵사리 3시간 가량을 자고 6시에 일어났다. 24시 배달집에 된장찌게와 숨두부찌게를 시키고, 공기밥 반공기로 허기를 채우고 먼저 여관을 나섰다. 트렁크에 실려있는 짐들이 많아서 탄천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직접 보조경기장 근처에 차를 주차시켰다.
벌써 많은 분들이 나와 계셨고 수월하게 짐을 옮길수 있었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많아 지기 시작하여 마음이 조급해지니 회원님들과 일일히 인사도 못드리고 준비한 금연물품으로 캠프를 차렸다.
본격적으로 담배공사 홍보물위에 금연스티커를 부착해 드리고 완주를 말씀드리니 우려했던 거부반응은 없으시다. 많은 분들이 자기도 붙여달라며 다가 오셨고,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준비해간 스티커를 붙였다. 준비해간 껌도 많은 수량이 소모되었다.
끈차님의 선창으로 금연구호도 외치고 파이팅도 외치고, 단체 기념 촬영도 마쳤다.
시간이 8시30분이 되서야 이쁜토끼와 지혜가 왔다. 지혜가 늦잠을 자서 지금 왔다면서 많이 미안해 했다. 오히려 늦잠 잘 시간을 개인적 친분으로 빼앗은것 같아서 되려 미안했다.
대표님과 지혜를 뒤에 두고 출발선쪽으로 갔다. 화장실을 갔다 올까 했는데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서 뛰다 주유소를 이용하는게 좋을듯 싶었다.
연습을 거의 못한 이쁜토끼를 데리고 하프코스를 도전하게 되어서 설레임과 우려가 교차를 하였다. 어차피 빨리 뛰지 않고 15Km 지점까지만 달릴수가 있으면 뛰다 걷다를 반복해도 2시간 40여분이면 도착할것 같았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앞쪽에서 달려야 할듯 싶어 앞쪽으로 들어가니, 바로 뒤에 한별님이 환하게 웃으시며 맞아 주신다.
드디어 출발의 포성이 울리고, 마치벤드의 경쾌한 팡파레가 울린다. 물밀듯 밀려가는 인파속에서 한별님을 떠나보내고 토끼의 페이스에 맞춰 달려본다.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해서 반보정도 앞서서 달린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커플을 추월해 가지만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하프코스를 같이 뛰면서 데이트 할수 있는 커플이 얼마나 될까..?? 비록 ' 하프뛸래??' 한번 물어보고 신청을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약간 무모한 도전이였던것 같다.
그런데로 페이스유지를 잘하며 생각보다 잘 달려주고 있다. 뛰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평상시 연습하던 속도보다도 느렸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았다. 가끔 근육이 좀더 빨리 뛰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오늘은 이쁜토끼의 친절한 페이스 메이커가 되는 날이라며 달랬다.
작년 11월에 10킬로에 입문을 하고서 그동안 별 다른 연습도 없었던 그녀였지만, 씩씩하게 달려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너무나도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다.
10km 통과 시간이 1시간09분53초 .... 지금까지는 상당히 잘 달려주고 있다. 이정도 페이스로 끝까지 완주를 한다면 2시간30분 전에는 도착할 듯 싶었다. 벌써부터 걷는 사람들이 보이지만 우리는 느린 속도라도 유지하면 앞으로 다가 갔다. 달리는 동안에 길가의 시민이 담배를 피고 있으면 ' 금연하시고 건강하세요'를 외쳤다.
자원봉사 학생들이 금연나라 화이팅을 외쳐주면, '금연 금연 금연' 을 외치며 화답하였다. 남들과 다르게 우리들은 금연캠페인용 어깨띠를 하고 있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았다. 급기야 마라톤 대회를 취재하는 sbs 방송국 차량에서 우리 커플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우리는 손을 흔들며 '금연, 금연'을 외쳤다.
14킬로 지점에서는 앞서 지났갔던 방송국 차량이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리포터도 뛰면서 인터뷰를 했고, 금연나라 시민연대에서 이번 경향마라톤의 후원이 담배인삼공사라는 사실을 알고 금연캠페인을 하였다고 알렸고, 항의 표시로 배번을 보여주면서 '담배인삼공사' 대신에 '금연실천은 가족사랑'을 붙이는 운동을 했다고 말을 하였다.
달리기 하면서 인터뷰 하보긴 처음이였다...금연운동 하다보니 별 일도 많이 생긴다....^^*
16km까지는 그런데로 속력을 유지하던 이쁜토끼가 오른발에 통증을 호소하며 걷게 되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한번 걷게 되면 다시 뛸 힘이 않생기는데 어쩔수 없었다. 남은 5킬로가 그 토록 멀리 느껴지기는 처음이였다. 내가 이러니 토끼 심정은 어떠할까. 내가 체력만 된다면 업고 뛰고 싶지만 그럴 능력은 않되고 옆에서 나란히 걸으면서 격려를 해주었다.
18km지점에 도착하니 벌써 교통 통제가 풀리는듯 했다. 경찰차량에서 뛰며 걷는 주자들을 인도로 인도했고...급기야 완전한 통제가 풀려서 더이상 도로에서 달릴수 없었다. 힘을 내서 조금씩 뛰어보려 하지만 힘이 많이 드는 모양이다. 잠실 운동장쪽으로 돌아서는데 벌써 많은 대회 참가자들이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운동장 지하로를 계단을 걸을때 무릅이 않굽혀진다니 너무 걱정이 되었다.
빨리 포기를 하고 엠블런스에 태웠어야 하는게 아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로 결코 엠브런스에는 타고 싶지 않다고 우기며 어떻게든 완주를 하겠다고 한다.
이제 잠실주경기장 입구가 눈앞에 보인다. 정말이지 이쁜토끼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올까 힘을 발휘해서 뛰기 시작했다. 트랙으로 들어 오기 훨씬 전부터 뛰기 시작하였으니 족히 600m는 되는 거리였다. 집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은 박수를 쳐주며 마지막 화이팅을 외쳐준다. 이를 악물고 달리는 그녀 모습을 바라보니 너무 애처럽다. 그래도 나의 부축을 거부하고 느린 속도라지만 달리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꼴인 50m 정도 남았을때 이쁜토끼의 여동생이 ' 언니 화이팅'을 외치며 응원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같이 골인 하였다.
공식 기록 2시간58분53초 .... 드디어 완주를 하였다. 너무 너무 기뻐서 꼭 안아 주었다. 이렇게 그녀가 아름다워 보인적이 없던것 같다. 이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런 나의 여인이 혼자 힘으로 성공을 한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무슨일이 벌어진다 하여도 헤쳐나갈 힘을 얻은것 같았다.
쓰다보니 길어졌지만 퇴근시간이 지나서 어제 일을 돌이켜보며 흐뭇한 감격에 빠져있다. 방금 통화를 했는데 많이 좋아 졌다고 한다.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걷는데는 지장없으며 이번 주 일요일날 대전 마라톤에서 10킬로 뛰면 않되냐고 아양을 떤다. 오늘은 9시50분에 끝난다고 한다. 늦더라도 만나서 맛있는 것을 사줘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