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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란(古水蘭) 김영자 연둣빛 꽃잎 열린다 물처럼 그리운 뿌리 내려 한세상을 세우신 그 여름 이후 가진자 보다는 없는자를 끌어안던 가슴으로 오늘은 젖은 문수산(文殊山)에 앉으셨다 큰 웃음 듣고 싶어 고수란 한 잎 들어 올리면 몸으로 가르치시던 이릴적 조산(造山)물터에 곧은 길이 선다 시린 매듭 풀어 건네주시던 손으로 속 깊이 빛을 들여 놓으시던 날 그 길이 일어서고 있다 ※고수란:아버지의 고향 고수 산소에서 자생하는 자생란에 붙여준 이름 가마솥 김영자 연쥐똥나무 흰 꽃들이 은사리를 날고 있었다 문수사 가는 길 은사리 낮은 산에서 여린 잎이란 잎은 모두 따 넣어 가마솥 가득 물을 채우고 밤내 생불을 땠다 물이 줄지 않았다 피지않은 흰꽃들이 불티와 함께 날고 있었다 아버지의 가슴도 날고 있었다 가마솥이 불을 받아 먹으면서도 붉어지지 않았다고 잎을 졸일 수가 없었다고 살이 울었다 조사(造山) 할머니의 살이 소리를 내지 않고 속울음의 껍질을 벗기며 조용히 울었다 생불을 넣었던 조산할머니와 쥐똥나무 흰 꽃들과 흰 불티와 아버지의 은발은 꽃밭 둘레에서 겨울 쥐똥나무로 서 있다 가마솥은 검은 쥐똥나무 열매를 받아먹으면서 붉어지기 시작했다 문수사 입구에 서있는 두 그루의 동백이 몸을 열고 푸른 동해로 가고 있다 브로콜리 꽃 피다 김영자 행간을 더듬는다 행간을 더듬다보니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제주도에서 키웠다는 브로콜리 한 상자를 들고 온 친구는 꽃 피기 시작하는 것도 부드럽다며 두고두고 먹으란다 브로콜리의 행간에 내장된 아 내장된 꽃 덩어리들이 노랗게 피어나다니 오늘에서야 브로콜리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오늘에서야 어머님의 옷깃에도 노란 꽃브로치가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미욱함이여 꽃브로치 하나 사들고 어머니의 맨살을 만져본다 스쳐 지나다 보면 모르는 것들이 수두룩한데 브로콜리꽃 한 숭어리 그릇에 꽂으며 겹친 얼굴을 들여다 본다 어머니와 나 그리고 외할머니의 꽃 얼굴, 눈빛이다 그 자줏빛 줄무늬 스웨터 김영자 크림색 대바늘에 감긴 잿빛 털실은 우듬지를 감고 있었나요 백년동안 잠들어 있었나요 아무도 부르지 않았어요 한 오십년쯤 되었을까요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햇살을 꼬아 주무늬 짜고 있었어요 오랫동안 갖고싶었던 그 털옷 무늬는 흰 눈 소복히 내리는 겨울밤 장독위에서 따뜻한 꿈이 되었을까요 가슴앞섶으로 들려 주시던 유월의 난리 호박밥 이야기 속으로 숨었을까요 호박밥 달라던 동생 목소리와 함께 댓살 엮어 만든 밥바구니 속에서 맴돌았을까요 밤이면 부풀어 오른 당신 몸에 죽창 찌르며 아버지 찾아 내라던 청년들의 그림자까지 감싸 안았나요 문틈으로 바라본 문틈으로 바라본 북두칠성으로 문을 열고 싶어요 보랏빛 좋아 하시던 어머니 당신은 왜 자줏빛 무늬를 짜셨나요 ============================================================ 김영자: 큰딸로, 남편인 소재영(전방그룹임원 역임)과 결혼. 흔. 리빛. 진욱 1남2녀를 두다. 광주교육대학교5회.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고봉초등학교장. 진영초등학교장 재직. ===한국문인 협회 한국녹색 시인협회, 공간 시낭독 회 상임시인. 한국인물전기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인상 수상. 시집 [전어 비늘 속의 잠] 외 다수. ================================================================================ |
첫댓글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우리들 교대 재학시절부터 안유덕과 더불어
글쓰기에 큰 관심 보였던 소녀가 이제 중견작가로 탄생했다.
왕대밭의 왕대,그녀가 자라면서 시인 어머니의 글쓰기 재질을 잘 이어받았다고 여겨진다.
'시인은 시로 말한다'던가-
'브로콜리 한 숭어리에서도 어머니 외할머니 얼굴과 눈빛'을 찾아내는 감성.
시인의 눈,시인의 마음이 아니면 안되는 일 -
김영자 시인의 고운 심상을 정제된 언어로 풀어 쓴 언어의 꽃들,
오래토록 우리모두의 가슴으로 피어나리-
첨언:고창은 문인의 고장,
전원범 시인 또한 고창 태생이니 자랑스런 교대5회,
두 시인을 탄생시킨 참 아름다운 땅이 아닐 수 없다.<동산>
이 곳에 글을 올린지 하루도 못 지났는데 빨리도 보셨네 그려.
본인(김영자)은 올린것도 아직 모를건데 참 동작 한번 빨라 좋았어 !!!
중복과 대서의 폭염속에서 앞가슴 가운데 골로 배꼽까지 더운 땀이 주루루 흘러내리는속에서도
주옥같은 글들을 올리느라 땀띠깨나 쏘아댔었는데.... 그래도 동산의 댓글에 고생한 보람으로
마음이 흐뭇하네.
고맙고 감사하네...(두암거사)
친구 동산, 두암거사의 따스한 마음에 오직 감사 할 뿐
그리고 또 감사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