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지수 발표 : 중장기 주식시장에 중요한 변화 가능성
오늘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지수를 발표하였습니다. 정부의 밸류업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주가지수 개발을 시작하였고, 드디어 오늘 밸류업지수의 청사진이 발표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새로운 주가지수가 발표되었다는 정도의 이슈로 볼 사안이 아닙니다. 향후 중장기 한국 증시 내부의 자금 흐름 방향이 일정 부분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소외된 저평가 가치주의 영역을 다시 볼 때입니다.
■ 밸류업 지수의 기본 종목 선정 기준 5단계 : 가치주
한국거래소 보도자료 내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종목 선정 방식은 아래의 5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시장 대표성 : 유니버스는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 시총 400위 이내 종목
둘째, 수익성 : 2년 연속 적자기업 및 2년 손익 합산 시 적자기업 제외
셋째, 주주환원 :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실시
넷째, 시장 평가 : 최근 2년 평균 PBR 기준 산업군 및 전체 순위 비율 (저평가) 50% 이내
다섯째, 자본 효율성 : 최근 2년 평균 ROE 기준 상위 100종목
그 외 시가총액이 작더라도 밸류업 조기 공시 및 표창 기업에 지수 편입 자격을 부여할 계획이라 합니다.
이 5가지 종목 선정 필터에 몇 가지 세부 사항들을 추가하여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100종목을 선정하게 됩니다. 이중 필자의 눈에 들어온 기준은 둘째, 셋째, 넷째 수익성과 밸류에이션 관련한 기준입니다.
종종 필자는 종목 선정 시 2년 연속 적자기업은 상장폐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피하시라고 증시 토크를 통해 언급 드렸었는데 우연히도 두 번째 기준에 들어왔습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기준을 보면 배당가치와 순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들을 밸류업 지수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코리아 밸류업 지수 종목 선정 기준. 자료 참조 : 한국거래소 ]
■ 향후 밸류업 지수 추종 ETF 및 펀드들의 증가세가 변수
지수가 만들어진 것만으로는 시장에 큰 의미를 던지기는 어렵습니다. 당장 한국거래소의 지수(index) 웹페이지만 보더라도 지수의 수는 주가지수+파생상품지수+전략형지수+상품지수 합산 총 359개에 이릅니다. 주가지수만 143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지수 중에서 ETF나 펀드의 기초지수로 활용되는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생기고,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해당 지수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유동성이 강하게 이어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단적으로 코스피200, KRX100, 코스닥150 지수는 시장에 중요한 주가지수로서 투자자들에게 인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지수에서 종목이 편입될 때는 해당 종목에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요. 이처럼 주가지수가 생기고 그 지수가 시장에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게 되면 이 과정에서 시장의 체질은 해당 지수에 맞게 바뀌어 가게 됩니다.
다만, 문제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나 펀드들이 어느 정도 규모일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입니다. 오늘 발표된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 보도자료에 따르면 9월 30일 이후 ETF 상장 심사 및 증권신고서 제출을 거쳐 11월 초에 첫 ETF가 상장될 예정으로 나와 있고, 대략 10여 개 자산운용사가 참여할 것으로 한국거래소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밸류업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지수 선물을 11월 초에 상장할 예정이라 하니, 시간이 흘러갈수록 밸류업 지수의 영향력이 시나브로 증가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 단기간에 변화가 아닌 중장기적인 변화를 예의주시
밸류업 지수가 발표되었다고 해서 단기간에 주식시장 체질이 변하고 가치주와 중소형주들이 뜨겁게 달구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금융상품들의 규모와 수가 미미하다면 밸류업 지수는 수백 개의 주가지수 중 하나로 그칠 수도 있습니다.
대신 우리가 보아야 할 점은 오랜 기간 가치주와 중소형주의 무관심한 분위기가 일단락되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겠습니다. 가치투자에 대해서는 “가치죽자”라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였고 중소형주는 금투세 이슈, 대주주 양도세 이슈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투자자 증가로 유동성 가뭄이 발생하면서 비합리적인 저평가 영역까지 주가가 밀려 내려간 종목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소외되었던 영역에 한 줄기 빛이 든 것이지요. 물론 그 빛줄기가 용두사미로 그친다면 지금처럼 가치주와 중소형주는 못난이 취급을 계속 받겠습니다만 적어도 최악의 수준까지 내려온 최근 분위기에서는 탈출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한국 주식시장 내 변화로 이번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