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0월22일
는개 비를 내리는 날
잠결에 빗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잤다. 빗소리에 잠이 깼는지 잠에서 깨서 빗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가을 아침이다. 이렇게 내리는 비를 는개 비라 하지 않던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가을 아침이다.
어제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 하루 무리한 운동은 하지 말라고 했다. 출근하는 남편을 주차장까지 우산을 받쳐주고 아파트 단지를 잠시 걸었다. 모과나무에 아직은 덜 익은 모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바닥에는 떨어진 모과가 여기저기서 널려있다. 누군가 떨어진 모과를 모아서 나무 주변에 빙 둘러놓았다. 지난봄에, 나뭇가지에 딱 붙어서 모과꽃 한 송이가 피어있었는데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어서 내려왔었다. 오늘 그 자라에 모과가 한 개 나무에 딱 붙어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또 사진을 찍었다. 세월이 그렇게 흘러갔다.
우산은 건성으로 들고 정원수들과 일일이 아침 안부를 물으며 걸었다. 이제는 제법 덩치가 커서 멋쟁이가 된 메타스 콰이어 나무가 담벼락에 그림처럼 서 있다. 하얀 벽을 뒤로한 채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이 잘생긴 영화배우처럼 느껴졌다. 나와 함께 지낸 세월이 26년이 되었으니 오래된 친구다. 테라칸사스 열매가 빨갛게 익어간다. 친구가 알려준 이름인데 해마다 그래도 잊지 않고 기억한다.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 때 몇 개 따서 장식을 해봐야겠다. 샤인 머스캣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예쁜 유리병에 샤인 머스캣을 담고 설탕과 소주를 넣었다. 두 병을 만들어 놓았다. 크리스마스 때랑 내 생일에 마시려고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는개 비에 젖어서 보냈다. 음악을 들으며 쑥 꽃차를 마시면서 괴테의 시를 읽으면서 촉촉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