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일경제>는 서울메트로9호선의 대주주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인프라)를 쳐다보는 국내 시선이 이중적이라고 보도했다. 최소수입보장(MRG) 등을 통해 '돈 놓고 돈 먹기'식 투자로 손쉽게 돈을 챙겼다는 시선이 존재한 반면 "IMF위기 이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였다는 평가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틀렸다. 국내 시선이 이중적이라 말하긴 곤란하다. 후자와 같은 시선은 극소수 보수관료와 보수언론만의 것일 뿐이다. 비중이 전혀 다른 양자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어 비중 낮은 것을 부각시키는 이와 같은 보도 태도는 보수언론이 자주 애용하는 꼼수 중 하나다.
정부가 온갖 특혜를 준다고 하니까 맥쿼리인프라가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이지, 애국심의 발로에서 뛰어들었다는 증거는 없다.
맥쿼리인프라가 공개한 2011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증권투자회사법과 사회간접자본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에 따라 2002년 12월 설립되었다. <매일경제> 주장처럼 IMF 위기 직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국내 SOC 투자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민자사업에 대한 정부의 각종 유인책을 보고 치밀한 계산 하에 뛰어든 것이다.
민자사업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에 대한 정부의 특혜는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법인세 혜택이 가장 큰 것 중 하나다. 최근 맥쿼리인프라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들의 2011년 당기순이익은 1056억 원이었다. 그러나 법인세비용은 한 푼도 없었다.
법인세법 제51조2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투자회사 등은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한 경우 그 금액은 법인소득에서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가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맥쿼리인프라는 2002년 설립 당시에는 증권투자회사법에 따른 증권투자회사로 분류되었으나, 2009년 4월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투자회사로 변경등록되었다. 2002년의 증권투자회사법이 여러 가지 개정과정을 거쳐 2009년에는 명칭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도 황당해 보이는 법인세법 제51조2는 1999년 12월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졌다. 김대중 정부는 왜 이 조항을 만들었을까? 당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인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구절이 나온다. 외환위기 직후의 여러 사정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 대상이 넓어지고 애매한 규정들이 늘어나면서 엄청난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를 한 푼도 안내는 법인들이 급속히 늘어났다. 1999년에는 유동화전문회사와 증권투자회사 만이 적용대상이었으나 2000년에는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가, 2003년에는 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와 선박투자회사가 들어갔다.
2004년 초에는 이들과 유사한 회사로서 몇 가지 요건만 갖추면 수혜대상이 되는 조항도 신설되었다. 또 2005년에는 '임대주택법'에 따른 특수목적법인이 수혜대상에 들어가고, 2008년에는 문화산업전문회사와 해외자본개발투자회사가 이 조항에 들어갔다.
애초에 이 조항이 생긴 것은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는데, 점차 이 조항은 정부의 민자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투기자본에 특혜를 주는 방향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 결과는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바 그대로다.
2. 메트로9호선 민자사업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요금을 500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서울시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메트로9호선 측이 요금인상을 요구한 진짜 명분은 무엇일까? 메트로9호선 측은 수입이 예상운임 수입의 50%를 밑돌아 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서울시는 협약에 따라 2009년 142억 원, 2010년 323억 원을 보전해 주었기 때문에 요금 때문에 재정상황이 악화됐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여기에서 협약이란 2005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직에 있을 때 서울시와 메트로9호선 사이에 맺은 '9호선 1단계구간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을 말한다. 이 협약서에는 향후 30년간 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에 운영권을 부여하고, 만약 수요 예측에 못 미칠 경우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를 통해 15년간 그 결손분의 70~90%를 보전해 준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서울시가 이 협약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메트로9호선 측이 500원 인상론을 펴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메트로9호선 측은 협약 51조 3항을 근거로 요금결정의 자율권을 주장하고 있다. 협약 51조 3항은 "사업시행자는 부록 11의 범위 내에서 운임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부록 11에 담겨있는 협약 내용들을 보면 2003년 기준운임을 985원75전으로 보고 그 이후 해마다 3.41%의 실질운임상승률을 보장하고 또 해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보장하여 매년 7~8% 내외의 운임상승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매년 7~8% 내외의 운임상승을 보장하면 10년 정도 지나면 운임이 두 배가 된다. 2005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직에 있을 때 서울시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러나 협약은 그렇다 치더라도 서울시가 운영손실 보전을 해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메트로9호선 측이 손실이 많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의 차입금 조달행태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회사의 대주주 현황을 보면 현대 로템이 25%, 맥쿼리한국인프라가 24.5%, 신한은행이 14.9%, 현대건설이 7.6%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또 9호선 건설과정을 보면 이들이 5458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중 자기자산이 1671억 원, 차입에 의한 투자가 3787억 원이었다.
문제는 차입금 3787억 원을 자기회사의 대주주인 맥쿼리, 현대로템 등으로부터 최고 15%의 높은 이자를 주고 차입을 한 것이다. 요즘 시중 대출금리에 견주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대주주로부터 최고 15%의 이자를 주기로 하고 차입을 해서 회사를 운영하려니 적자가 눈덩이처럼 누적된 것이다.
결국 이 회사는 대주주들에게 폭리를 안겨 대규모 손실이 나자 그 손실을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시청 기자회견실에서 열린 서울시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요구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윤준병 서울 도시교통 본부장이 발표 하고 있다. ⓒ뉴시스
3. 메트로9호선 문제, 해결책은 없는가?
메트로9호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서 두 가지 대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나는 서울시가 6000억 원 남짓을 들여서 운영권을 인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협약을 변경해서 시민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먼저 서울시가 운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메트로9호선의 총사업비는 3조4600억 원이었는데, 이중 국가가 1조1641억 원을 투자했고 서울시가 1조7501억 원을 투자했다. 반면 민간투자자들은 고작 5458억 원을 투자하는데 그쳤다.
결국 3조4600억 원의 투자비 중 6분의 1에 불과한 5458억 원을 민간투자자에게 투자하게 해서 이 사단이 난 것이다. 요금폭등시도와 같은 이런 황당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6000억 원 남짓을 들여서 운영권을 인수하는 것이 적절하다.
메트로9호선이 이를 거부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소송으로 가더라도 서울시가 불리할 것 같지는 않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을 보면 특별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민간투자자가 서울시에 인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반대의 경우도, 즉 서울시가 인수를 시도하는 것도 법리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물론 서로 가격이 안 맞으면 역시 소송으로 가겠지만 손실이 많이 난다면서 메트로9호선이 서울시와 시민들을 압박한 바 있기 때문에, 서울시의 인수 시도를 거부하며 손실덩어리를 계속 안고 가겠다고 우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대안은 양자가 대타협 과정을 거쳐 협약을 변경하는 것이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민간투자자에 대한 최소수입보장 비율을 낮추는 '협약변경'이 이루어지고 있고, 또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메트로9호선이 서울시의 협약변경 요청을 거부할 명분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대구시와 흥국증권이다. 이들은 최근 4차순환로 운영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기존 9.28% 고정방식에서 6%대로 낮추기로 했다. 또 운영비도 1133억 원 고정방식이었으나 기존협약상의 불변운영비를 70%대로 낮추기로 했다.
인천시도 지난해 3월 만월산터널 측과 협약 변경을 거쳐 MRG 적용 예상통행수입 보전율을 종전 90%에서 73.9%로 낮추었고, 12월에는 송도·만수 하수처리시설의 MRG 방식을 매년 소비자물가 5% 인상을 전제로 하던 방식에서 당해연도 소비자 물가인상률로 변경하는 변경협약을 체결했다.
다만 메트로9호선의 경우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어 협약변경만으로 여러 문제들을 말끔하게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서울시가 다소간 재정을 부담하더라도 인수를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특히 정부의 경우 자신들이 민자사업을 주도해서 서울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도 있기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가 비용을 반반씩 부담해서 인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4. 투자자·국가소송(ISD)에 대한 대응
서울시가 메트로9호선에 대한 강제인수나 협약변경을 시도할 경우, 메트로9호선에 투자한 일부 외국인투자자들이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충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자유무역협정(FTA)이 과도하게 확산되기 전에, 또 ISD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이 더 늘어나기 전에 차라리 ISD를 한번 겪어서 국민들이 그 위험성을 체감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국민들 사이에 FTA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메트로9호선에 대한 강제인수나 협약변경이 애초에 ISD 대상이 되지 않거나, 메트로9호선에 투자한 일부 외국인투자자들이 ISD를 시도할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 서울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
또 메트로9호선이 국내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를 가정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서울시로서는 불리할 게 없다. 소송에 이기면 서울시 의지대로 나가면 되는 것이고, 소송에 지더라도 소송과정에서 망국적인 민자사업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손해라 보기 어렵다. 국민들이 더 강력하게 정부를 압박해서 민자사업 규모를 줄여가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이번 기회에 개략적으로 알고 있었던 민자사업에 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관심있는 국민들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이 큰 진전이다. 서울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공공성 강화정책, 재공공화정책'을 소신대로 추진하면 된다. 각종 소송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국민들은 소송의 결과가 아니라 어떤 정책이 '대다수 서민들을 희생해서 극소수 부유층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정책'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정책인지 그것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