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선산(葛仙山 582.2m)은 충남 금산군과 전북 무주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옛날 선인이 칡뿌리 캐먹으며 속세를 잊고 사는 산이다.
이는 정확한 지명의 유래를 몰라 여러 자료를 뒤적여본 필자 나름의 분석으로, 어원의 근원에는 서진(西晉) 무제(武帝)시절 갈선옹(葛仙翁)이라 불린
갈홍(葛洪, 281년~ 341년)에 닿아 있다.
우리나라의 산 이름엔 대개 중국 고사에서 많이 따온 것을 볼 수 있지 않은가?
풍수상으론 ‘옥녀가 거문고를 타는 형국’이란 ‘옥녀탄금형(玉女彈琴形)’이란다.
베틀봉(△ 537.8)은 베를 짜는 틀을 닮아 부르는 이름이다.
베를 짜기 위해서는 실이 필요한데, 이 실은 베틀봉 아래 누에머리를 뜻하는 잠두(蠶頭)마을에서 가져오는 것.
한국의 풍수엔 이렇듯 그럴싸한 스토리텔링이 엮어져 있다.
용포리 잠두마을은 지난번 산행한 조항산 노고산의 북쪽 금강으로 가라앉는 반도같이 툭 튀어나온 지형이다.
만약 금강이 가로 막지 않았다면 가칭 ‘조항단맥’은 금강을 건너 북쪽으로 계속 북진하여 이 능선과 이어졌을 테지만 산자분수령을 거역할 수 없는 것.
날머리에 있는 또다른 갈선산(△479.9)은 지형도에 올려져있는 이름이지만 금산에서는 성골산(聖骨山)으로 부른다.
성골(聖骨)이라는 이름은 신라가 망하고 귀족 출신인 성골 계급의 유민들이 피신을 와 낚시를 하면서 한을 달래던 곳이라는 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부리수통마을’은 ‘부리면 수통리’를 묶어 부르는 별칭으로 ‘물이 휘감아 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며, ‘팜스테이’를 하는 농촌체험마을이다.
수통리엔 해평 길씨와 청주 한씨들이 모여산다.
금강(錦江)은 한강·낙동강 다음으로 길이가 무려 400m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긴 강이다.
전북 장수의 신무산 북동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진안·무주·금산·영동·옥천·대전 등을 지나 군산만으로 흘러든다.
1980년 대전 신탄진 부근에 대청댐이 건설되었고, 뒤 이어 금강 상류 진안에 용담댐이 건설되었다.
금강이 금산군 부리면 수통리에 이르면 ‘적벽강’으로 이름이 바뀌는데, 이는 붉은색 바위벽인 적벽(赤壁)이 굽이치는 강줄기를 내려다보고 있어서이다.
이곳은 중국 허베이 성에 있는 적벽과 흡사하다며 붙여진 이름이며, 부안에도 유명한 적벽강이 있다.
코스: 가당리 신대마을(가당1교)~능선진입~암릉~517.5m~베틀봉~개활지~갈선산~임도~갈선산(성골산)~적병강 전망데크(주차장)~적벽교~수통리(9km,4시간)
<클릭하면 원본크기>
약 9km를 4시간 30여분.
<고도표>
버스는 '가당1교'와 신대 버스정류소 앞에서 차를 멈춘다. 네비엔 '가당1교' 또는 '무주군 부남면 가당리 63-4'
가당1교.
신대 버스정류소.
정류소에서 바라보는 들머리.
농로를 따르다...
마주보는 능선(←)으로 진입키 위해 곧장 올라도 되겠지만 하얀색 화살표 방향으로 좌틀한다.
일부는 직진으로 갔으나...
우리들은 좌틀하여 계곡으로 들어가다...
우측 능선으로 올라 붙는다.
묵묘를 지나다...
돌아보는 우리가 접근한 길.
잡목 성가신 능선에 새롭게 손을 본 무덤과 오래된 비석이 있어 카메라를 갖다 댔더니 본관은 없고 그냥 '학생김공지묘'다.
뒷면엔 글자가 마모되어 잘 보이지 않으나 次子 孫 등만 희미하다.
가경(嘉慶) 이십육년(二十六年) 경진(庚辰).
가경은 청나라 인종 가경제의 연호로 1796년에서 1820년까지 25년간 쓰였다고 하는데, 26년 경진(庚辰)이면 1820년이니 지금부터 딱 200년 전인 듯.
잡목이 엉킨 지능선에서...
고개에서 넘어오는 능선길과 합류하여...
제법 가파른 오름길 바위지대에서 돌출된 우측으로 다가갔더니...
Wow! 산하가 열리는 전망대다.
아래에 길게 목을 늘인 누에머리(蠶頭)가 보인다. 뒤론 30km가 넘게 달려온 덕유지맥이 그 끝자락을 금강에 풀고, 그 위로 말목산과 마향산이 솟아있다.
위로 직등할 수 있나 짚어 보다가...
우측으로 다소 완만한 바위 어깨를 짚어 넘기로 하고...
조심조심 오르노라니 온 바위에 덕지덕지 붙은 바위손이 눈길을 끌고, 가까이 뻗어내린 능선은 '다람' 님이 타고 올라온 용포리 내˙외요대에 닿아 있다.
구비치며 금강으로 달려오는 덕유지맥.
적상산 끝자락과 더 멀리 무주의 백운산, 깃대봉 라인인 듯.
적상산과 우측으로 덕유산이 그 웅자를 드러낸다.
도드라진 암릉을 오르면...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금강이 수려하다.
아래에 누에머리를 관통하는 잠두교가 놓여져 있고, 더 멀리 보이는 다리는 대전통영고속도로 굴암교. 굴암교 건너 솟은 산은 노고산.
좌측으론 덕유지맥의 끝자락인 마향산과 말목산이 금강에 말의 목을 놓는다.
잠두교와 대정통영고속도로 건너 노고산과 조항산이 희미하다.
노고산과 조항산과 그 우측 뒤로 옥녀봉인 듯하고, 좌측엔 덕유지맥의 마향산과 말목산.
그러고보니 누에머리는 완전 잘렸네.
열린 조망에 넋을 빼았겨 다소 위험한 암릉구간을 굳이 타고올라...
편안한 산길에서...
베틀봉에 올라선다.
두어평 남짓한 베틀봉에서 정상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삼각점을 확인한다.
옆뽈떼기엔 대구 산꾼 김문암 님의 정상목이 걸려있다.
파노라마 대신 동영상을 찍었다.
겹겹의 산주름을 볼 수 있는 건 내가 제법 높이 올랐다는 방증.
이어가는 산길에서...
뒤돌아보니 자꾸만 시야가 열리고, 짚어보니 덕유지맥의 끝자락(멀산-마향산-구리골산)인 듯.
낙엽더미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 첫눈이라 부를 수 있을까?
개활지가 나오는 구간에서...
베틀봉 너머 역시 아까본 조망이 열려있다.
가까이 보이는 능선은 노고산과 조항산 라인.
파노라마를 대신한 동영상.
지나온 베틀봉 너머 마향산.
뚜렷한 능선을 따르니...
갈선산에 닿는다.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듯 다른 산악회에서 매단 표지판에 또박또박 '(葛仙山)'이라고 적었다.
헬기장을 지나고...
무덤 한 기를 지나자마자 독도주의 지점.
작은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우측 사면으로 비스듬히 휘돌아...
낮은 둔덕같은 능선을 좌측 어깨에 짊어지고 내려가다...
기어코 좌측 능선으로 접속한다.
산길은 마치 산판길인 듯...
넓게 뚫려있어...
마치 둘레길처럼 걷기 좋아.
독도주의지점에서 우측으로 슬며시 꺾은지 약 10여분 만에 다시 우측 직각으로 꺾어 능선을 갈아타는 독도주의 지점을 만난다.
처음엔 다소 가파른 내리막이지만...
편안한 길.
잡목구간을 지나자...
맞은 편 도드라진 암봉이 다가온다. 성골산으로도 불리는 또다른 갈선산이다.
아래에 임도가 뚝 떨어져 있었지만 우리는 우측 사면을 비스듬히 돌아...
우측으로 이어져온 임도로 내려설 것이다.
산중 능선을 따라 널따랗게 뚫린 임도의 용도는 무얼까?
편안히 걷는 임도에서...
철탑을 만나면 성골산의 암봉이 다시 건너다 보인다.
리기다소나무가 도열한 임도급 산길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임도는 끝이 나면서 좌측 능선(안부)으로 슬며시 올라 붙는다.
고개에서 구수회의. '모아' 님은 여기서 수통리로 바로 탈출을 하겠다며 내려갔고, 두 사람은 나를 따라 성골산으로 올라 왔다.
성골산으로 오르는 길은 능선으로 직등이 아니고 우측 사면으로 비스듬히 돌아 오르는 길.
떨어진 이정표가 바닥에 뒹굴더니...
또다시 떨어진 이정표가 보인다. 예전에 산길 정비를 했었나보다.
바위를 에돌아...
건너편 우리가 지나온 갈선산을 돌아본다.
갈선산(성골산) 고스락에 올랐다. 무덤 한 기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어...
비석을 확인하니 '해평길씨지묘'다.
삼각점을 확인하고...
안내판을 가까이 들여다 본다.
한 편에 갈선산 정상목이 걸려있고...
삼각점 옆엔 성골산 정상목이 눞혀져 있다.
이제 하산길에 접어들어...
우측 급한 경사 아래로 금강이 구불구불 휘돌아보여 잠시 목을 빼본다.
완만한 경사의 편안한 하산길에서 간간이 만나는 무덤은 어김없이 해평길씨.
얼추 하산이 완료되자 맞은 편 금강 건너 절벽 높이 도드라진 암봉이 시선을 끈다.
'한바위'로 불리는 바위가 하늘을 찌를듯 솟았다. '한바위'는 '한덤'과 같은 말로 '큰 바위'라는 뜻.
산길을 내려서면 금강변 막다른 아스팔트 길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바로 그곳으로 내려온 지점이 있다.
그리곤 버스가 있는 수통리로 향하며...
주차장과 데크전망대가 설치된 곳에서 적벽강을 올려다 보며...
곧장 금강변을 걷는다.
또다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 곳에서 적벽강을 바라본다.
유유(悠悠)하고, 유려(流麗)한 물결 위 깎아지른 절벽에 어느 누가 쏟았는가, 붉은 선혈을...
돌아본 모습에 적벽강과 한바위가 우뚝하다.
적벽교 건너 우리 버스가 보이지만...
우리 버스가 적벽교를 건너지 못한 이유가 90도로 꺾어 적벽교 편도1차선으로 진입하기에 무리였던 것.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가 적벽강에서 배를 띄워 노닐며, '계수나무 노여, 목란 삿대여! 물에 비친 달을 치며 흐르는 빛 거슬러 오르네. 아득하구나
나의 회포여, 하늘 저편 임을 기다리네'.하였다는데...
수통가든 통나무 무더기 좌측 뒤로 오르면 한바위와 양각산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소동파의 시에 객(客)이 받아 읊기를....
‘그대와 나는 강변에서 나무하고 고기 잡으며, 물고기와 새우, 고라니와 사슴 벗하며, 일엽편주를 타고 조롱박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하고 있으니,
이는 천지간의 하루살이, 바다 속 한알 좁쌀같은 존재지요.
버스가 있는 뚝방길에서...
적벽교 너머 성골산을 올려다 보며 소동파가 적벽강에서 읊었던 싯귀를 따라 읇조린다.
'그대는 저 강과 달을 아시지오?
강물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으나 일찌기 돌아온 바 없고, 달은 차고 비움이 저와 같지만, 결국 본체는 소멸(消滅) 증장(增長) 하는 것 아니겠소?
모든 것은 변한다는 현상에서 보면, 천지 역시 한 순간도 변하지 않음이 없으며. 변하지 않음에서 보면, 만물과 내가 무한하여 다함이 없는 것인데,
하필 무엇을 부러워 하겠소?’
첫댓글 역작. 대하.. 우와 대단하십니다. 누군가 산행기는 노가다라더니..
산행도 그렇고, 이 짓도 그렇고, 어디 일이라하면 아무도 하지 않을 테죠. 다 제 재미로 하는 것이니...
'천성산' 님은 산에 오르다가 카메라가 고장나자 산을 내려왔다고 하대요. 기록하는 재미가 없을 테니까 그랬겠죠.
산행기를 쓰면서 늦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한데, 옛날에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지금처럼 살지 않았을 낀데.후훗.
설 잘 쇠시기 바라고,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