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이태원동 서쪽 지역인 '해방촌길'에 요즘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1㎞ 남짓한 해방촌길에는 외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의 특성상 다채로운 외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많다. 아직은 덜 알려진 덕에 한적함은 덤. 무엇보다 지갑이 가벼워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집들이 많아 매력적인 해방촌길 맛집 탐험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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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손아름
■외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점 즐비
해방촌길에서 특히 유명한 '내장 파괴 버거'는 높이 약 25㎝, 열량이 2000칼로리에 달하는 이색 햄버거로 수제버거 전문점 자코비스 버거(02-3785-0433)에서 맛볼 수 있다. 이 집 햄버거 맛의 비결은 손가락 한 마디 반 정도 되는 두께의 두툼한 패티에 있다. 호주산 쇠고기의 목심과 차돌양지 부위로 만든 패티는 육즙이 풍부해 감칠맛이 살아 있고 부드럽게 씹힌다. 직접 굽는 햄버거 빵과 유기농 채소도 식감을 살리는 데 한몫한다. 햄버거 메뉴는 스무 가지, 소스를 아낌없이 넣은 스파게티와 핫도그 등 메뉴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인디고(02-749-0508)는 해방촌 외국인 주민들에게 동네 백반집 같은 곳이다. 샌드위치, 수제버거, 야끼소바 등 다양한 메뉴의 맛은 본토 음식과 흡사해 고향이 그리운 외국인들의 향수를 달래준다. 6년째 운영 중인 이 집 역시 맛으로 소문이 나 외국인은 물론 한국 사람도 많이 찾는다. 메뉴는 5000~1만원 선. The hungry dog(070-7635-7516)의 분위기도 이국적이다. 한국어가 한 글자도 없는 메뉴판이나 음식 맛이 그렇다. 달걀·콩·빵·베이컨 등 기본 재료를 중심으로 가볍게 즐기는 브렉퍼스트 메뉴가 대표적이다. 외국인들에게 해장술로 통하는 매콤한 칵테일 '블러디 메리'를 맛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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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도톰한 패티 맛이 일품인 ‘자코비스 버거’. 2 ‘카사블랑카’의 모로칸 치킨 샌드위치. 3 음식 재료를 유리창에 걸어둔 ‘이태원 노아’.
■12가지 파스타 면 골라 먹는다
중동의 향취가 물씬 나는 카사블랑카(02-797-8367)는 모로코에서 온 카림과 와히드씨가 운영하는 샌드위치 집이다. 모로코는 북아프리카에 있지만 사람들의 생김새나 생활·종교·음악·음식 등은 중동 문화에 가깝다. 그래서 이 집의 모든 음식에는 중동 지역에서 많이 쓰는 향신료 향이 푹 배어 있다. 샌드위치는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보드라운 바게트 안에 감자튀김볼·채소·매콤한 소스를 기본으로 심황가루를 뭍혀 튀긴 치킨볼,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새우 등 손님이 주문한 토핑을 넣는다. 가격은 4000~5000원. 렌틸콩으로 만든 담백한 수프(2000원), 매콤한 당근 샐러드(2000원)와 곁들여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이범철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태원 노아(02-796-0804)는 맛도 맛이지만 인테리어가 흥미롭다. 테이블 옆 선반에도, 유리창에도 이 집에서 쓰는 음식 재료가 있다. 벽에 붙어 있는 종이나 전등을 감싼 갓에는 이 셰프의 레시피가 적혀 있다. 식당 중앙에는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한 12가지 파스타 건면을 꺼내 두고 손님이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모든 음식 재료와 조리법을 공개한 이 집의 인기 메뉴는 한우 육수와 체리토마토소스가 어우러진 한우와 토마토 파스타(1만8500원)다. 디저트로 반숙 초콜릿 케이크&바닐라 아이스크림(9000원)도 권할 만하다.
■별의별 빵·술이 다 있네!
지난달 문을 연 카페 Hackney(02-794-2668)에는 요즘 미국에서 유행한다는 '브레드 푸딩', 발효빵으로 만든 '핫 샌드위치', 메이플시럽에 재운 '아몬드 크루아상' 등 다양한 요깃거리가 있다. 브레드 푸딩은 크루아상, 단팥빵 등 5가지 빵을 대충 잘라 바닐라 커스터드 크림에 재워 오븐에서 구운 요리다. 빵 위에 올린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흩뿌린 블루베리소스, 상큼한 과일이 어우러져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입 안을 가득 메운다. 오가닉 티나 커피, 샴페인, 맥주 등 마실 것도 다양하다.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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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 가능한 ‘해크니’와 인기 메뉴들. 3·4 14소주·소히토·과일 막걸리 등 독특한 주류를 맛볼 수 있는‘14’.
14(02-797-4508)에는 반전의 매력이 있다. 외관이나 실내는 영락없는 카페인데 동네에서 '포장마차'로 통하는 술집이다. 술맛도 범상찮다. 소주에 레몬·토닉워터·칵테일 재료인 블루큐라소를 넣어 맑은 에메랄드빛이 나는 '14소주', 칵테일인 모히토에 럼 대신 소주를 넣은 '소히토', 그리고 생딸기와 블루베리를 갈아 넣은 막걸리가 투명한 저그(jug·물병)나 1L짜리 병에 담겨 나온다. 14소주나 소히토는 소주 맛이 살짝 감돌아 마시기에 부담 없다. 남녀, 국적 불문하고 인기가 좋다는 생딸기 막걸리는 입술에 먼저 닿는 폭신한 거품 사이로 상큼한 딸기맛 막걸리가 목으로 넘어온다. 크림소스 홍합찜, 고추장찌개 등 어울릴 만한 안주도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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