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시대는 끝났다-1
저자 대니얼 서스킨스 Daniel Susskind는 옥스퍼드 대학교 베일리얼 칼리지 경제학과 선임 연구원으로 뉴욕타임스는 ‘대선 후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라고 평가를 받은 책이다.
1890년대의 말똥 대위기는 뉴욕의 말 트랩이 8마리의 말이 교대로 트랩을 끌며 전용궤도를 달리고, 영국은 이층 버스 규모의 버스가 12마리의 말이 교대로 끌었다. 이 말들이 한 해에 싸는 똥들이 엄청났을 것이다. 1912년이 되자 뉴욕은 말보다 내연기관의 차가 많아졌다. 5년 후 말 트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똥 대위기는 막을 내린다. 기술 진보가 말에게 일을 없앤 것처럼 인간에게 일어난다는 주장이 있다. ‘레온티예프’에 따르면 인간은 말처럼 컴퓨터와 로봇에 밀려난다. 일은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씩 줄어들 뿐이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45년 안에 모든 ‘업무에서’ 기계가 인간을 앞설 확률이 50%로 봤다. 사라지지 않는 일자리는 성능이 뛰어난 기계도 못 하는 업무를 포함할 것이란다.
기계가 미치는 악영향을 걱정하는 불안은 20세기 내내 이어졌다. 자동화의 위협을 떠드는 책과 논문 보고서는 여럿이다. 멍청한 사람들은 자동화가 일자리를 모조리 없애리라 생각했지만, 똑똑한 사람들은 생산성이 올라가면 소득이 늘고 노동 수요가 늘 것으로 이해했다. 사람은 부유해질수록 더 많이 소비하고 일자리 수요도 창출한다. 실제로 경제는 노동자에게 돌아갈 일자리를 마련한다. 500년 전에 농장이 경제를 구성했지만, 300년 전에는 공장이 중심이었고, 오늘날은 사무실이 중심을 차지한다. 1900년 농업이 노동자 100명 중 41명을 고용했으나 오늘날은 2명이다. 39명은 제조업으로 갔다. 제조업도 줄어들어 9명만 고용한다. 나머지는 서비스업으로 갔다. 산업혁명부터 오늘까지 기계 때문에 자신이 실직하리라 염려했던 노동자는 틀렸다. 인간은 대체하는 새로운 힘과 보완하는 유익한 힘의 싸움에서 후자가 이겼다.
전체 고용률에서, 많은 나라가 저임금을 받는 간병인과 청소부, 보조 교사와 간호조무사, 관리인과 정원사, 웨이터와 미용사가 늘어났다. 중간 임금을 받는 비서와 행정 사무원, 생산직 노동자와 판매원은 줄었다. 노동시장은 갈수록 두 층으로 나뉘고 있다. 기술 진보는 숙련에 편향하지도 비숙련에 편향하지도 않는다. 기술 진보는 업무에 편향했다. 기계가 처리 못 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만 기술 변화에서 이익을 얻었다. 어느 일자리도 미래에 자동화될 수 있는 업무로 구성되지 않는다. 모든 일자리는 여러 업무로 구성되고 이 중 어떤 업무가 다른 업무보다 자동화되기가 쉬울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특정 악업의 구성 업무가 으레 바뀐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1980년대 인공지능의 침체기를 거쳐 1997년에 IBM이 개발한 딥블루 시스템이 실용주의 혁명을 부른다. 이후 실용주의 정신에 따라 여러 기계가 발명되어 영상을 분류하는 기계를 인간 시각 방식이 아닌 수백만 장의 사진으로 유사성을 찾는 방식으로 학습한 이미지넷 프로젝트가 구축되어 2016년에는 인간을 앞질렀다. 9세기 수학자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의 이름에서 따온 ‘알고리즘’은 여러 명령어 집합을 뜻할 뿐이다. 현재 인공지능은 150년 전의 지적 혁명을 닮았다. 이 혁명은 우리가 또 다른 기계의 지적 능력을 어떻게 생각할지를 결정한다. 그 기계가 인간이다. 신앙심 깊은 학자와 AI 순수주의 자는 비슷하다. 종교인은 신이 만든 인간이라는 기계에, AI 연구자는 인간이 만든 기계에 흥미를 느낀다. 다윈은 가장 “복잡한 장기와 본능이 완벽해진 까닭은 인간의 이성과 비슷하면서도 뛰어난 어떤 수단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유리한 조그마한 변이들이 수없이 싸였기 때문이다.” 말했다.
범용 인공지능에 사로잡혀 우리가 놓쳐 버린 것들은 ‘아르킬로코스’가 말한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안다.” 인간을 이 두 부류로 분류를 한다. 여우처럼 얕게 많이 아는 사람과 고슴도치처럼 몇 가지를 깊이 아는 사람이다. 인간은 여우같이 우쭐대는 일에서 기계에 무릎 꿇지만, 다른 여러 일에는 기계를 앞선다. 협소 인공지능이 아닌 다양한 ’범용 인공지능’을 만들고 싫어한다. 인간을 닮은 기계로 노동자를 밀어내지 않더라도 우리는 기계에 위협받을 수 있다. 기계가 인간의 일을 야금야금 차지하기에 충분하다. 일의 미래를 생각하여 경계해야 할 대상은 여우가 아니라 고슴도치이다.
2014년 ’퓨 리서치 센터‘의 설문조사 결과 많은 전문가가 실용주의 혁명이 일으킨 모든 발전에 아랑곳없이 “공감, 창조성, 판단, 비판적 사고와 같이 오로지 인간만 지니는 특성들”이 있고 이런 특성이 있는 일자리는 절대 자동화되지 않으리라고 믿었다. 육체노동을 하거나 주위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보자. 무인 트랙터와 무인 착유기, 소몰이 드론, 가축에 부착하는 건강 추적 장치, 병충해 감지 카메라, 비료 농약 자동살포기 등이 90% 정도 사용되고 있다. 가장 흥분되는 것은, 무인 자동차와 무인 트럭이다. 무인 자동차는 인간의 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수많은 시뮬레이션의 모든 센서 데이터를 이용 스스로 주행 방법을 익힐 줄 안다. 이 중 화물 운송은 중요하다. 군집 주행을 하면서 무사히 유럽을 가로질렀단다. 로봇 배달은 14킬로 높이로 날아 ’공중 물류 창고’을 특허 신청을 했단다. 자동차 제조 산업은 업무 잠식의 예다. 수제 부품을 표준 부품으로 교체하고 조립라인을 도입했다. 건설 산업도 기계가 잠식한다. 사람이 300~600장 쌓는 벽돌을 기계는 3,000장을 쌓는다. 영국 건설사 ’벨푸어 비티‘는 2050년까지 건설 현장의 무인화를 목표로 한단다.
이제 인간이 신중히 판단하지 않아도 알아서 목표를 골라 적을 말살하는 무기가 있다. ’킬러 로봇‘이다. 합성 미디어로 포토샵을 써서 새로운 수준으로 수정하는 개념이다. 노골적인 포르노나 유명 인사가 하지도 않은 선동적인 연설이나 영상을 만든다. 정치권은 가짜 뉴스로 오염되는 마당이니 이런 소프트웨어를 악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골칫거리다. 중국 보험사는 대출 신청자가 정직한지를 영상으로 판단한다. 소독과 상환 계획을 답할 때 찍은 영상을 평가해 진실을 말하는지 판단한다. 기계가 장소와 속도로 받아지는 이유는 비용이 두 번째다. 고로 어떤 이는 청소. 미용, 서빙 같은 일의 자동화 위험을 낮게 본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조세 재정 연구원‘이 최저 임금 인상이 자동화 위험을 높일지 모른다고 걱정을 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왜 우리는 노동력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내지 못할까? 일의 미래는 두 힘, 대체하는 해로운 힘과 보완하는 유익한 힘에 달렸다. 많은 이야기가 영웅과 악당이 주도권을 놓고 싸운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 영웅과 악당의 역을 동시에 맡아, 한편으로 노동자를 밀어내면서도 한편으로 다른 경제 분야에서 노동자의 수요를 높인다. 지난날 자동화를 걱정했던 불안이 예상을 벗어난 이유도 이 상호작용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보완하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과소평가하거나 이 힘을 완전히 무시한 바람에, 이 싸움의 승자를 엉뚱하게 예측했다. 일거리는 있다, 다만 손에 닿지 않을 뿐이다. 고임금 고숙련 일자리를 손에 넣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저임금 일자리나 저숙련 일자리로 물러서는 길밖에 없다. 미국의 저학력 노동자들은 확실히 이런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오더’의 말을 빌리면 이들은 노동시장의 “꼭대기와 점점 더 멀어지는 쪽으로” 이동했다. 꼭대기를 노리던 많은 고학력자도 일자리를 놓치고 자질보다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과학, 기술, 공학, 수학 학위가 있는 미국인 1/3이 그런 자격이 없는 직종에서 일한다. 대졸자들이 갈수록 인지 능력과 숙련 기술이 덜 필요한 직무를 맡고 있다. 저임금이나 저 숙련 일자리로 가느니 차라리 실업자를 선택하는 이유가 많다. 이것이 마찰적 실업이 일어날 이유다. 한국은 청년층의 70%가 대졸자다. 그러나 실업자의 절반이 대졸이다. 기술이 진보하면 성에 차지 않는 지루하고 따분한 일은 기계가 맡고 사람은 의미 있는 일을 맡아 더 흥미로워지라 하지만 이 생각은 착각이다. 로봇의 어원은 체코어 ‘robota’으로 힘들고 고된 일이란 뜻이다. 이 생각은 우리가 자동화를 말할 때의 생각에 남아있다.
2021.09.10.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1.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역
와이즈벨이 발간
첫댓글 대처력, 보완력만 있으면 된다?
과연 그럴까...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석명절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