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옆 만물수리상은 찢어진 고막처럼 유리가 깨어져 있다 손님이 들지 않는 낡은 소파에 앉아 귀 먼 주인은 언제나 고장난 라디오처럼 잠들어 있었다 한 날 그 앞을 지나다 나는 건너편 건물의 날에 목을 베인 해가 유리창에 걸려 찢어진 채 주인의 얼굴에 비치는 것을 보았다 늙은 얼굴 위에서 바늘에 자주 찔리던 저녁 해, 그는 이마의 주름을 한 올 한 올 풀어내 찢어진 햇살을 소리 없이 기워내고 있었다 손님이 들지 않아 유리를 갈 수 없었던, ㅡ햇살을 깁기 위해 잠들고 잠들기 위해 귀가 먼 만물수리상 주인의 노동이여! 버스 정류장 옆에서 저녁이 상처를 여미고 흉터처럼 노을을 남기고 사라져갈 때 주인도 팽팽해진 얼굴을 하고 골목의 허리에 몸을 감았다 골목 어딘가 다 써버린 주름을 다시 채워줄 그의 집 주름살을 도매하는 집들이 노을 속에서 귀 멀고 있었다
첫댓글 행행이 맛깔스럽네여.잠들때 만이 행복을 깁고, 행복하기 위해 귀 먼 만물수리상 주인. 마지막 두 행은 좀 어려워여, 제비꽃님. 언제나 시를 보는 안목이 좀 생길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