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19 "평생 같이 살 코로나, 안무섭다"… 4단계 비웃으며 휴가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여름 휴가철을 맞은 지방 숙박업소에서 공실을 찾아보기 힘들다. 수도권에 최고 수준의 방역지침인 거리두기 4단계가 실시되자 비수도권인 지방으로 휴가를 가는 인파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직장인 A씨는 "렌터카 예약이 여느 휴가철과 다름없이 치열한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휴가지 예약이 텅텅 비고 무엇보다 저렴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 여름은 코로나가 없는 것처럼 렌터카·숙소 예약 가격이 비싸고 무엇보다 예약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는 이달 말 친구들과 충남으로 여행을 갈 계획이다. B씨는 "8명이서 여행을 갈 계획인데 서울은 인원 제한 때문에 모일 수 없다"며 "충남은 8명이기 때문에 모일 수 있어 여행지로 정했다"고 밝혔다. B씨는 특히 "해외로 여행을 가지 못가는 상황이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국내 여행지 추천이 쏟아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그동안 참고 버티다 보니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 보다 피로감 해소가 우선이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미 직장 동료들과 강원도로 휴가를 왔다는 C씨는 "각종 변이 바이러스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봐서 코로나 종식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전제하고, "감기나 독감처럼 이제 평생 같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바이러스라면 걸려서 죽는 것도 아니고, 걸릴 때 걸리더라도 지금까지 억눌렸던 피로감이라도 먼저 풀고 싶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제주도와 강원도 등 대표적인 피서 지역의 숙박업소 예약율 등은 지난해 이맘 때와도는 비교가 안될 정도이다.
제주도에서 5년째 펜션을 운영 중인 D씨는 "지난번 코로나 대유행까지는 예약취소 전화가 줄을 지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예약취소 전화가 거의 오지 않고 있고, 지금 펜션 예약이 80-90%가 마감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해외를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제주도가 여행지 중 최선책이라는 생각으로 오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에서 렌터카 회사를 운영하는 E씨는 "코로나19가 렌터카 예약에 미친 영향이 현재 거의 없다"며 "이전 휴가철과 다를 바 없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글램핑장을 운영하는 F씨는 "일부 예약 취소가 있긴 있지만 예약이 취소되면 그 자리에 금방 새로운 예약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혹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확산세가 번질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지만, 오시는 분들 대다수는 방역지침을 잘 지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쇄도하고 있는 지방 휴가행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너무 지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길어진 코로나에 사람들의 피로감이 워낙 심해지니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휴가를 떠나는 것"이라며 "확산세가 더 번지기 전에 얼른 휴가를 다녀오자는 생각이 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곽 교수는 "일종의 '코로나 블루'로 볼 수도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휴가를 다녀오면 무기력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의료계는 지방으로 확산세가 번지는 '풍선효과'를 걱정하며 서둘러 지방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이미 지방 대도시와 여행지를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고 지금 막지 않으면 확산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해외 사례를 보면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돌파 감염이 대단히 많아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젊은 사람들은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주변으로 전파를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지방 대도시와 여행지만이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α(알파)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리두기 3단계 첫날… 강릉 확진자 31명 발생
7월 17일 강원 강릉시의 코로나19 확진자가 31명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강릉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확진자 수는 31명으로 집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 첫날부터 31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지역사회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해수욕장 개장 후 첫 주말을 맞아 수많은 피서 인파가 강릉을 찾아오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수도권에서 시작된 확산세의 풍선효과가 현실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강릉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릉시는 거리두기 3단계 카드를 빼들었지만 확진자 수 증가세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7월 12일 6명, 7월 13일 8명, 7월 14일 4명, 7월 15일 10명, 7월 16일 21명으로 점차 증가하다 7월 17일 31명까지 껑충 뛰었다.
확진자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20대였고 10대까지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김한근 강릉시장은 "직원들이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직원 1명은 장기 질병휴가를 떠났고, 다들 우울증 증세 진단만 안 받았을 뿐이지 심한 스트레스 받고 있다"면서 "이 상황을 방치하다간 현재 단계에서 빨리 조치를 안 취하면 확진자 풍선효과로 하루 10명 이상 발생하면 동선 따라가지 못하면 지역사회 전체에 깜깜이가 확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릉시가 연간 3천만명이 찾는 관광지다 보니까 그래서 외부 역학조사요원도 너무 힘들고 통보받는 수도권 다녀갔던 동선도 물어보기 너무 힘들고, 떠나고 나면 답을 안 한다. 그냥 전화 안 받는다. 그런 상황 때문에 고민이 늦어져서 지역사회에 충격은 알지만 방역과 경제를 두개를 다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의 입장도 양해바란다"고 했다.
짧은 장마 끝… '불청객' 적조·고수온 닥칠까 전전긍긍
구약성서 출애굽기 7장에는 "강물이 모두 피로 변해 고기가 죽고, 물은 냄새가 나서 마실 수 없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구절을 최초의 적조 기록으로 간주한다. 우리나라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도 적조 발생기록을 전한다. 매년 7월 중순부터 전국 해상 가두리양식 어민들은 전전긍긍한다. 언제 어디에 유해성 적조가 덮칠지 몰라서다. 유해성 적조는 그동안 장마가 끝나고 일조량이 많아져 바닷물 온도가 높아질 때 발생하는 패턴을 보였다. 손문호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박사는 "기상, 바다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도 7월 말 이후 적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7월 18일 밝혔다.
올해는 장마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여기다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것이란 예보가 나와 양식 어민들 걱정이 크다. 검붉은 적조 띠가 양식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다. 황토 살포 등의 대책이 있긴 하지만, 아직 효과적인 적조 대응책이 없다. 유해성 적조생물이 생산하는 점액질이 아가미에 들러붙어 어종을 불문하고 양식 어류를 질식사하게 만든다. 가두리양식 어민들이 가장 무서운 자연재해로 적조를 꼽는 이유다. 전국 해상가두리 양식장 면적은 지난해 기준 98만㎡ 정도다. 경상남도가 절반 정도인 48%(47만9천㎡) 차지한다.
통영시, 거제시, 남해군, 고성군 등 경남 남해안 연안 시·군이 전국 최대 해상가두리 양식장 밀집지다. 유해성 적조는 거의 매년 경남 양식 어민들을 덮쳤다. 경남에서 적조 피해가 가장 컸던 해는 1995년이다. 당시 이례적으로 초가을 무렵 9월 3일 적조가 발생해 10월 22일까지 49일간 양식어류 1천297만 마리가 죽었다. 피해액이 300억원을 넘었다. 2013년에는 적조 때문에 2천506만 마리가 죽어 216억원 피해를 봤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대표적인 유해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밀도가 100(개체/㎖)을 넘을 때 적조주의보를 발령한다.
2013년에는 코클로디니움 최고밀도가 3만4천800개체에 달할 정도로 적조가 강력했다. 1995년 이후 적조가 없었던 해는 2009∼2011년, 2206∼2017년 단 5년에 불과하다. 2020년에는 적조가 발생했지만, 적조생물 밀도가 비교적 낮아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올해는 적조와 함께 고수온 피해 우려도 크다. 고수온 역시 피해가 적조에 못잖은 여름철 불청객이다. 우리나라 바닷물 온도는 24도 아래가 정상이다. 그러나 여름철에 접어들면 폭염이 바다를 달궈 해수 온도가 상승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닷물 수온이 25∼27도면 고수온 관심 단계를, 28도에 도달하면 고수온 주의보를, 28도가 3일 이상 지속하면 고수온 경보를 발령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7월 12일 오후 3시부터 우리나라 전 연안 해역에 고수온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올해 고수온 관심 단계 발령은 지난해보다 약 3주 빠르다. 경남에서는 2017년 양식어류 342만 마리(47억원), 2018년 686만 마리(91억원), 2019년 32만 마리(7억4천만원)가 고수온 영향으로 죽었다. 조피볼락 등 고수온이 민감한 어류를 중심으로 뜨거운 바닷물 온도에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했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 회장은 "적조, 고수온은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지난해 다행스럽게도 적조, 고수온 피해가 없었다"며 "올해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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