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입주하는 주상복합, 아파트, 오피스텔의 빈집이 속출하면서 분양자와 주택건설업체가 `해약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20여만가구가 입주되는 데다 과다 공급 및 투자 후유증이 수도권 외곽에서 점차 서울로 확산돼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대량해약→주택건설업체 부도 망령이 되살아 나면서 건설사와 분양자 사이의 해약 공방이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해약 검토 급증=지난 2001년 이후 고양 광주 용인 남양주 안산 화성 인천 등지의 아파트나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준공이 러시를 이루면서 장기 미입주 물량이 최고 30% 선에 달한다. 특히 입지환경 등이 불리하자 500만원 계약금에 중도금 무이자대출을 조건으로공급된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 미입주나 해약요구 사태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입주가 진행된 남양주 A아파트 관계자는 "전ㆍ월세가 나가지 않아 분양받은 사람의 절반 정도가 17%의 연체료를 물고 있으며, 아예 해약을 요구하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또 일산 서울 외곽지의 주상복합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에서는1000만~2000만원대의 계약금을 포기한 해약요구가 늘어나는 형편이다.
◆건설사 비상=17%의 연체료를 물거나 해약대상 물량이 속출하자 건설사마다 비상이 걸렸다. 중도금 대출이 입주자와 은행 간에 이뤄졌으나 건설업체가 보증을 섰기 때문에 해약이 발생하면 꼼짝없이 중도금을 물어줄 수밖에 없기 때문. 게다가 분양대금의 20%를 상회하는 잔금이 회수되지 않아 현금흐름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건설 관계자는 "준공을 앞둔 단지를 중심으로 입주 여부를 파악 중이지만 임대시장이 가라앉고 분양권마저 프리미엄이 급락해 어려운 상황이어서 부실 계약자를 가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주 예정자들 관망세=건설사가 해약에 관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나 분양자들은 수수방관 상태다. 아예 무대응으로 나서거나 계약조건 위배를 들어 계약금 환급조치 등을 검토 중인 사례 등이 있다. 신설동 C오피스텔을 2가구 분양받은 최모(53) 씨는 "계약 당시 전ㆍ월세 보증을 전제로 분양이 이뤄졌다"며 계약금을 돌려받는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약 조건 없이 계약이 이뤄지고 중도금 대출까지 은행에서 이뤄졌다면 건설사는 소송을 통해 해약대상 가구에 대해 분양대금 회수에 나설 수 있지만 소송 시간이 많이 걸려 사실상 소송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