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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근무 끝나고 컴퓨터를 켜보니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로 지정한 사안의 배경에 대한 뉴스가 새벽 4시쯤에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https://v.daum.net/v/20250318040741289
//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로 거론한 보안 문제 중에는 과거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도급업체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려고 한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7일(현지시간)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의 도급업체 직원(contractor employee)이 수출통제 대상에 해당하는 정보를 소지한 채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려고 했다가 적발돼 해고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보고 대상 기간인 2023년 10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적시됐다. //
// 직원이 한국으로 가져가려고 한 정보는 INL이 소유한 (* 어떠한 노형와 용도의)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 그리고 다른 정보는?)로 특허 정보에 해당한다고 감사관실은 설명했다.
감사관실은 직원의 정부 이메일과 메신저 기록을 조사한 결과 이 직원이 해당 정보가 수출통제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직원과 외국 정부 간 소통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 어떤) 외국 정부와 어떤 소통이 있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
// 한국 정부는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 보고서에 적시된 사례를 여러 보안 규정 위반 중 하나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미국 측이 어떤 보안 규정이 문제가 됐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으며 감사관실 사례가 유일한 보안 문제는 아니라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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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기사에서 주장된 사실관계는 위에서 보신 바와 같습니다.
미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에 의해 고용된 업체직원이 (어딘지 적시되지 않은) '외국 정부'와 사전에 교신해오다가, 연구소가 소유한 (어떤 노형과 용도인지 적시되지 않은) 원자로의 설계 소프트웨어(그리고 적시되지 않은 그 외의 정보들)을 가지고 한국행 비행기를 탑승하려던 중에 적발되어 해고당했다.
그리고 기사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이번 사건이 미 에너지부와 연관된 유일한 보안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신뢰한다면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써볼 수 있을겁니다. 저는 이런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1. 윤석열 대통령 혹은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대외에 공개하지 않은 일련의 핵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는 목적으로 INL 소유의 정보를 빼내려 시도하다 발각당했다.
-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월 11일 국방부 연두 업무보고 현장에서 자체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문제의 발언을 하였음. 사건발생 시기로 기사가 지적하는 '2023년 10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 사이'와 문제의 발언 사이의 기간은 불과 9개월.
- 왜 굳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빼내려했을까. 한국은 이미 원전을 자체설계할 수 있지 않은가. 진정 중요한건 소프트웨어 그 자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딸려오는 각종 수식과 파라미터들일 가능성?
- 혹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압경수로PWR가 아닌 다른 노형의 원자로와 관련된 정보들을 획득하려 한 것인가?
- 다른 노형의 원자로라면 어떤 용도와 특징을 가진 원자로일까. 발전이 아닌 핵물질 농축에 특화된 설계인가?
2. INL에 고용된 업체직원이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다른 국가의 정부에게 INL 소유의 정보를 빼내려 한국을 경유하려다가 발각당했다.
- 왜 굳이 한국을 경유하려 했을까?
-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DOE OIG, Office of Inspector General)은 왜 해당인물이 사전에 교신한 주체를 한국이라 적시하지 않고 '외국 정부'라고만 적시하였을까? / 그렇다면 애초에 왜 한국은 민감국가로 지정되었는가?
- 혹은 대한민국 정부와 다른 국가의 정부가 같이 공모한 것인가? / 그 국가는 미국의 협력국인가 적성국인가?
- INL에게 고용된 인물이 속하였던 도급업체와 한국과의 연관성은?
3. 애초에 왜 한국은 민감국가로 지정되었는가?
- 미국을 상대로 핵 관련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첩보활동을 벌인 주체라서? / 그러하다면 이 정도 대응은 부당. 비례성에 부합하지 않은 조치.
- 동맹의 최중요 정보도 지키지 못할만큼 저열한 보안수준을 드러내서? / 그러하다면 관련 정보의 공유과정을 통제하기 위해 주의대상으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선에서 조치하는 것이 합당.
흠. 과연 어떠할까요. 감이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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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사는 이 소식의 출처를 '17일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라고 밝히며 해당부분의 스크린샷을 첨부하였습니다.
그래서 좀 뒤져보니 해당 보고서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기사가 제시한 내용 자체는 스크린샷과 똑같이 적시되어있는데...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https://www.energy.gov/ig/articles/semiannual-report-congress-period-ending-march-31-2024
실제로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에 의해 작성된 이 반기 보고서(DOE OIG Semiannual Report to Congress for Period Ending March 31, 2024)는 올해가 아니라 작년 2024년 3월 31일에 작성되고 공개되었습니다.
위에서 링크한 기사에 따르면 작년에 작성된 문제의 반기 보고서가 1년뒤인 올해 3월 17일에야 미 의회에 제출되었다는데... 이상합니다.
심지어 작년 2024년에는 9월에 작성된 반기 보고서가 더 있습니다(DOE OIG Semiannual Report to Congress for Period Ending Sept. 30, 2024). 9월에 작성된 반기 보고서는 기사에서 제시된 스크린샷과 아예 양식조차 다릅니다. 해당내용도 없구요.
https://www.energy.gov/ig/articles/semiannual-report-congress-period-ending-sept-30-2024
또한 올해 반기 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도 않았습니다.
https://www.energy.gov/ig/listings/calendar-year-2025
그래서 미국의 관련법령을 뒤져보니 기사가 제시한 출처는 말도 안되는 소리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5 USC Chapter 4. INSPECTORS GENERAL
Title 5. GOVERNMENT ORGANIZATION AND EMPLOYEES
PART I. THE AGENCIES GENERALLY
Section. 405
Subsection (c). Furnishing Semiannual Reports to Head of Establishment and Congress
https://www.law.cornell.edu/uscode/text/5/405
(c) Furnishing Semiannual Reports to Head of Establishment and Congress.—Semiannual reports of each Inspector General shall be furnished to the head of the establishment involved not later than April 30 and October 31 of each year and shall be transmitted by the head of the establishment to the appropriate committees or subcommittees of the Congress within 30 days after receipt of the report, together with a report by the head of the establishment containing—
(c) 행정각부의 장 및 의회에 대한 반기 보고서의 제공
행정각부의 감사관실에 의해 작성된 반기 보고서는 해당 행정각부의 장에게 매년 4월 30일과 10월 31일 이내에 제출되어야할 것이며, 행정각부의 장에게 수령된 지 30일내로 행정각부의 장에 의해 적합한 의회 위원회 혹은 의회 소위원회에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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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러면 상황이 대체 어떻게 되는걸까요. 정리해보자면 이러합니다.
맨 위에서 링크한 기사는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의 반기 보고서와 익명의 정부 관계자들을 출처로 내세우며, 미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에 의해 고용된 업체직원이 연구소가 소유한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한국행 비행기를 탑승하려던 중에 적발되어 해고당하였으며 이번 사건이 미 에너지부와 연관된 유일한 보안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사가 제시한 주된 출처인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 반기 보고서를 검토해보니, 이 보고서는 기사의 주장대로 올해 3월 17일이 아니라 작년 5월 31일 이전에 미 의회의 관련 위원회에 제출되었어야만 하는 문건입니다. 익명의 정부 관계자라는 출처는 말 그대로 익명이니 두말할 필요없이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구요.
그러므로 저는 위 기사가 의도적으로 구성된 가짜뉴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신뢰하는 편과 신뢰하지 않는 편을 골라야 한다면 저는 신뢰하지 않는 쪽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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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만약 이 기사를 가짜뉴스로 가정한다면 과연 누가 이러한 가짜뉴스를 구성하였을까요.
일단 기자본인이라고 하기엔 수법이 너무 정교합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윤석열 행정부의 인사나 미국측 인사 둘 중의 한쪽이 기자에게 기사의 얼개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양측 모두에게 이번 민감국가 지정의 진정한 배경을 감춰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요.
마치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별을 못보게 되듯이 굉장히 그럴싸한 뒷이야기가 퍼지면 진짜 뒷이야기는 그 존재조차 잊혀질 겁니다.
물론 이 문단은 어디까지나 저 자신의 소설일 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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