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야기이다. 세상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전쟁 에피소드이다.
이스라엘과 필리스티아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서 일어난 일이다.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필리스티아인들은 저쪽 산 위에, 이스라엘은 이쪽 산 위에 맞서고 있었다." (1사무17,3)
필리스티아의 골리앗과 이스라엘의 소년 다윗은 싸움을 돋우는 자처럼, 한 판 승부를 벌였다. 그런데 상상하기 어려운 의외의 결과가 일어났다. 다윗은 약자의 승리를 의미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사무엘 상권 17장 4절에 보면, 골리앗은 키가 여섯 암마하고도 한 뼘으로 나온다. 한 암마(큐빗)는 팔꿈치로부터 가운데 손가락까지의 길이를 말하는 것으로, 약 18인치 (18×2.54≒46cm)정도가 된다. 한 뼘(span)은 새끼 손가락에서 엄지 손가락까지의 거리를 말하는 것으로 약 9인치(9×2.54≒23cm)정도이다. 그러니까 골리앗의 키는 약266cm였다.
그의 갑옷의 무게는 청동 오천 세켈, 창날의 무게는 육백 세켈이었다. 1세켈(shekel)은 약 1/2 oz.(ounce.온스)이며, 1온스는 귀금속과 약량을 잴 때에는1/12파운드 (31.1035g)이다. 그러니까 골리앗의 갑옷 무게는 75kg(≒31g×1/2×5,000)이나 된다. 거의 건장한 청장년 한 사람을 업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창날의 무게도 8.5kg(600세켈)이다. 거기에다가 머리에는 청동 투구를 쓰고 있었고, 다리에는 청동으로 만든 정강이 가리개를 차고 있었으며, 골리앗은 자기 앞에 방패병, 즉 방패를 든 전문 경호원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고 있었다.
그는 영화 속 헐크처럼 천하무적처럼 보였고, 이런 모습으로 날마다 이스라엘 군대가 진을 치고 있는 엘라 골짜기로 나와서, 큰소리로 이스라엘 군대를 조롱하고 모욕했다. (1사무17,8-9.16) 그러기를 사십일 동안 매일같이 조석으로 나타나서 위협했다.(17,16)
이스라엘 군대는 온갖 수치와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누구 한사람 감히 나아가서 골리앗을 대항하여 싸우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골리앗의 전력에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채, 두려움에 떨며 골짜기에 숨어 있었다.
이스라엘의 왕인 사울 조차도 골리앗을 보고는 나가 싸우지 못하고, 자신의 재산과 딸을 내걸어,누군가 자신을 대신해 싸울 사람만 찾고 있었다.(17,25)
마침 소년 다윗은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세 형이 참가한 전쟁터에 왔다. 다윗은 거기서 골리앗이 떠벌리는 모욕을 듣고, 큰 수치심을 느꼈다.
"할례도 받지 않은 저 필리스티아 사람이 도대체 누구이기에, 살아계신 하느님의 전열을 모욕한단 말입니까?" (17,26) 다윗은 하느님의 명예를 걸고 싸움판에 뛰어 들었다. 골리앗은 필리스티아 신들의 이름으로 다윗을 저주하였다.(17,44) 그리고 "막대기를 들고 나에게 오다니, 내가 개란 말이냐?"(17,43)하고 스스로 개에 자신을 비유한다.
다윗은 겨우 막대기와 매끄러운 돌멩이 다섯 개를 골라서 메고 있던 양치기 가방 주머니에 넣은 다음, 손에 무릿매 끈을 들고, 그 필리스티아 사람 골리앗에게 다가갔다. (17,40) 그는 만군의 주님으로 골리앗을 향해 나아갔다.
"너는 칼과 표창과 창을 들고 나왔지만, 나는 네가 묘욕한 이스라엘 전열의 하느님이신 만군의 주님 이름으로 나왔다. 오늘 주님께서 너를 내 손에 넘겨 주실 것이다. 나야말로 너를 쳐서 머리를 떨어뜨리고, 오늘 필리스티아인들 진영의 시체를 하늘의 새와 들짐승에게 넘겨주겠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 계시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알게 하겠다. 또한 주님께서는 칼이나 창 따위로 구원하시지 않는다는 사실도, 여기 모인 온 무리가 이제 알게 하겠다. 전쟁은 주님께 달린 것이다. 그분께서 너희를 우리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 (17,45-47)
역시 '전쟁은 주님께 속한 것'임을 다윗을 통해 본다. 다윗은 무릿매질을 하여 돌 하나로 골리앗의 이마에 맞추었고, 단 한방에 거인을 무너뜨렸다. 그는 뇌출혈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다윗은 달려가 그 필리스티아 사람을 밝고 선 채, 그의 칼집에서 칼을 뽑아 그를 죽이고, 목을 베었다.(17,49-51)
다윗은 자기가 양을 칠 때 겪었던 체험을 다시 현재화한 것이다.
"임금님의 종인 저는 이렇게 사자도 죽이고 곰도 죽였습니다. 할례받지 않은 저 필리스티아 사람도 그런 짐승들 가운데 하나처럼 만들어 놓겠습니다. 그는 살아 계신 하느님의 전열을 모욕하였습니다."(17,36)
다윗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세 가지 승리의 비결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로, '전쟁은 주님께 달린 것' (17,47)임을 믿었다. 다윗은 주님께서 구원과 승리를 주실 것을 믿는 믿음이 있었다.
둘째로, 평소 연습을 통한 실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골리앗의 이마(정수리)를 한방에 돌 하나로 맞추어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다윗이 들판에서 아버지의 양 떼들을 맹수로부터 지키기 위해, 평소에 수십 번, 수백 번 무술과 기술을 연습을 통해 훈련(연습)을 한 결과이지, 하루 아침에 혹은 요행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셋째로, 다윗은 숨막히는 탐색전을 통해, 중무장을 한 골리앗의 하나밖에 없는 약점인 투구 밑의 이마를 찾아냈을 뿐 아니라, 골리앗의 눈에 전투 경험이 전혀없는 햇병아리처럼 보였을지라도, 적극적인 도전 정신으로 공격을 했다.
믿음, 연습을 통한 실력, 적극적인 도전 정신이 바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게 한 정신적 기반이요,비결이다.
지금 이 시대에도 하느님을 모욕하고, 약자를 괴롭히는 골리앗들이 많다. 하느님을 굳세게 의지하는 다윗의 믿음으로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타락한 곳을 지키기 위해 평소 기도와 말씀과 성사의 칼을 갈아야 하고, 우리의 힘과 능력의 한계가 있으나, 용감하게 하느님의 영광과 영혼들의 선익을 위해, 목숨을 내걸고 모험적 투쟁과 영적 도전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현대판 골리앗 역시 다윗의 무릿매 돌 다섯 개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이 시대의 징표로 불리던 브라질의 돔 펠더 까마라(1909-1999) 대주교는 이겨낼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좌절한 사람들에게, 늘 골리앗을 이긴 다윗을 상기시키며, 다윗이 준비한 무릿매 돌 다섯 개를 이렇게 이름 붙였다. ① 하느님을 믿는 신앙, ② 진리에 대한 확신, ③ 정의에 대한 확신, ④ 선(善)에 대한 확신, ⑤ 사랑에 대한 확신,
그는 비인간화된 세상을 개혁하고 쇄신하기 위해 현대판 다윗의 무릿매 돌 다섯개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