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5세기에 활동했던 편작(扁鵲)은 당대의 명의였고, 지금도 동양의학의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2500년 전에 의사가 고칠 수 없는 여섯 가지의 불치(不治)를 이야기했는데, 그 내용이 아직도 그대로 존재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성질일까. 여섯 가지 치료할 수 없는 증상을 알아보자
驕恣不論於理 一不治也. 輕身重財 二不治也. 衣食不能適 三不治也. 陰陽並 藏氣不定 四不治也. 形羸不能服藥 五不治也. 信巫不信醫 六不治也.
첫 번째 불치는 환자가 교만하고 방자하여 이치를 논할 수 없다.
두 번째 불치는 몸을 가벼이 여기고 재물을 아까워한다.
세 번째 불치는 입고 먹는 것을 적절하게 하지 못한다.
네 번째 불치는 음양의 균형이 깨져서 오장의 기가 불안정하다.
다섯 번째 불치는 몸이 극도로 허약해져서 약을 먹을 수가 없다.
여섯 번째 불치는 무당의 말만 믿고 의사를 믿지 못한다.
이 가운데 음식을 가리지 못하는 것이나 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현대의학의 발달로 일부 해결되었다. 마시는 보양식으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비타민과 영양제를 수액으로 주사한다. 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수천 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교만하고 방자하여 치료할 수 없는 것은 지금도 한결같다.
환자는 한의원으로 전화해서 자신의 증상을 전부 설명한다. 직원이 받아 적는 데만 10분 이상 걸린다. 직원은 그 내용을 원장에게 보고한다. 그 내용은, 100% 완치시킨다는 다짐과 함께 치료 방법을 상세하게 자기에게 이야기해 주면 한번 방문해 보겠다는 게 대부분이다. 왜 이리 무례한 걸까. 떡하니 진료실에 와서 손을 내밀며 내 증상을 맞춰보라, 그러면 한약을 짓겠다고 한다.
치기 어린 시절에는 환자를 진맥하여 증상을 하나하나 다 찾아냈다. 그런 후에 한의원에서 고칠 수 없으니 큰 병원 가보라 하고 보냈다. 그러나 그것도 헛일이다. 지금은 웃으면서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병은 자신이 걸린 것이라는 사실은 잊고, 다른 사람이 전부 해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만함은 불치의 최고 경지다. 자신의 몸을 가볍게 여기고 재물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치료하기 어렵다.
장생하려면 불치 여섯 가지를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