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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4분 전
꽃처럼 피어난 내면의 생명 박태원의 작품세계...소중한 기억을 되새기는 향수이자 레트로 (retro) |
[미술여행=윤경옥 기자]갤러리조이(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65번길 56/중동 CK빌딩 1층)가 조각 작가 박태원을 초대해 박태원 초대전(展) : "피어나다 BLOSSOM"전시를 개최한다.
오는 11월 15일(금)부터 12월 15일(일)까지 열리는 박태원 작가의 초대전 : "피어나다 BLOSSOM"전시에서는 꽃으로 꿈으로 사랑으로 피어난 박태원 작가의 생명 가득한 작품들과 함께, 추상조각의 상징성과 은유성을 차분히 느껴보는 사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박태원 초대전 : "피어나다_ BLOSSOM" 전시알림 포스터
◈ 박태원의 작품세계...소중한 기억을 되새기는 향수이자 레트로 (retro)
박태원의 작품세계...소중한 기억을 되새기는 향수이자 레트로 (retro)
박태원, 그는 ‘신뢰감 있는 세심함’으로 함축되는, 부지런하고 소탈한, 꼼꼼한 성격에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세밀한 작업이 많아 인내와 집중력을 요구하는 조각 작업에 있어서 더욱 빛을 발하는 좋은 인성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사유하고 작업해온 내면의 생명에 대한 감정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시대별로 감상할 수 있다. 대화, 기원, 결실, 사랑, 환희, 자라는 꿈, 풍경으로 제작된 이 작품들은 무한한 잠재력과 꿈,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생명의 꽃들로 조화롭고 자유롭게 구성되었다.
이러한 내면의 형상들은 그의 꿈과 목표, 바람 등 내면의 갈망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녹아든 감정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현대조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FRP에 도장을 한 3D 디지털 조형물의 범람 속에서 바라본 그의 작품은 마치 소중한 기억을 되새기는 향수 같은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결실,110 x 50 x 143cm, Bronze, 2022
추상적인 형태와 개념으로 표현된 그의 조형물은 주로 대리석과 브론즈가 주를 이루며, 석재의 질감을 활용하여 추상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로 제작된 작품-대화-에서는 인간과 사회의 상호작용과 소통을, 꽃의 형태를 추상적으로 단순화하여 브론즈로 제작된 -결실-은 순환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조화롭고 강인하게 표현하였다.
석재 조각이 지닌 감성은 자연 그대로의 익숙하고 편안한 질감과 변치 않는 영속성에서 비롯된다. 그 무게와 물리적 존재감은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조각 작품을 감상할 때 더욱 깊은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의 깊이는 내면의 감성을 외부로 드러내기 위해 기울인 섬세한 손길과 노력에서 비롯되며, 작품이 주는 힘과 아름다움은 이러한 창의적인 발현을 통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풍경,63 x 27 x 64cm, 대리석, 스테인레스 스틸, 2024
박태원에게 자연은 그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동반자이다. 그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을 통해 자연과의 연결을 찾고, 이를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위안과 치유를 경험하며,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 속에서 발견한 영원성과 순간성을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하여 지속적인 아름다움으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고유한 스타일과 기법은 작가의 개성과 사회적 정체성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코드로 작용 한다.
이번 박태원 작가의 "피어나다_ BLOSSOM"전시에서 감상자들은 꽃으로, 꿈으로, 사랑으로 피어난 생명 가득한 박태원의 작품들과 함께, 추상조각의 상징성과 은유성을 차분히 느껴보는 사유의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결실,25 x 15 x 38cm, Bronze,자연석, 2024
<작가노트>"작품은 바로 나의 얼굴"
박태원 작가
“나는 나 자신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합니다. 자연의 나뭇잎은 봄에 새순이 돋고, 여름에 활짝 피며, 겨울에는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생명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생명의 이미지를 조형적으로 구현하고자 합니다.”
나무의 잎사귀와 식물의 꽃잎이 각각 개체로 모여, 그 중 바닥에 닿는 잎의 형태는 마치 내가 서 있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를 원합니다. “결실은 꿈과 희망의 상징이며, 이는 누군가가 그 속에 동화되어 만들어낸 것입니다. 자식이나 모든 인간관계도 그렇게 형성되지 않을까요?”
나의 작품은 내 삶을 표현하는 것이며, 곧 나의 삶 그 자체입니다. 나는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습니다. 내 작품은 나와 동일하며, 어디서든 사랑받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작품은 바로 나의 얼굴입니다. -조각가 박태원
결실,54 x 20 x 62cm, Bronze, 2013
◈박태원...관계 지형을 모색하는 내면 원형
김성호 미술평론가
박태원의 작품 세계는 매스와 볼륨에 형상을 얹거나 침투시키고, 일련의 내러티브를 담아내는 조각적 장르가 기저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자연/인간의 내면 원형으로부터 발원하는 형상으로 추상과 유기적 구상 사이를 물결처럼 횡단한다. 더불어 작가가 그 속에 담아내는 내러티브역시 인간/자연, 자아/타자 사이를 흐르는 물처럼 오간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작품 제명에서 드러나듯이 ‘내면의 형상’, ‘결실’, ‘사랑’, ‘대화’로 이어지는 인간의 관계 지형에 대한 모색에 다름 아니다. 즉 개별적인 인간 주체가 대면하는 모든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조형적 성찰인 것이다. 자아라는 개별 인간 주체가 대면하는 피아(彼我), 타아(他我), 사물, 대상, 자연과 같은 모든 타자(他者)들은 작가 박태원의 작품 속으로 들어온다. 그것 모두는 박태원이 인간의 내면 형상으로부터 탐구하는 마술적 세계의 힘 때문에 가능해진다.
기원,45 x 18 x 76cm, 대리석, 2024
추상/구상의 조각체에 투사하는 일원적 미술 세계
그가 구현하는 마술적 세계란 무엇인가? 그것이 전자적 테크놀로지도 아닌 화강석, 대리석, 브론즈와 같은 전통적 조각 매체 안에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형식적인 면에서 그의 조각은, 약동하는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해 근육 등 양감을 과장하거나 파괴하는 방식으로 로댕이 시도했던 해체적 조각 언어의 뿌리가 뻗어 나간 초현실주의적 구상과 해체적 추상 조각의 언저리에 맞닿아 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의 구상/추상 조각은 해체적 조합으로 야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내용적인 면에서 그의 조각에는 서구 모던의 ‘낯선 전치’(轉置, dépaysement)라는 분리/혼성과는 다른 질적 차원이 그리고 서구 컨템포러리의 ‘해체’(déconstruction)라는 파괴/혼성과는 다른 세계들이 가득하다. 그것은 분명코 이원계를 해체하는 동시대 서구적 세계관과는 다른 세계이다. 그런 까닭은 그의 조각이 해체 이전의 원형 탐구라는 동양의 일원적 세계로부터 발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그의 조각에는 인간이 자연, 사물과 더불어 모호한 정체의 덩어리로 뒤섞이면서 조화와 상응을 지향하는 일원적 세계가 곳곳에 배어 있다.
보라!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이 생명력을 지닌 모성의 자궁 형상으로 변환되고 있는 지점을, 꽃잎이 중력에 저항하기 위해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인간 형상으로 치환되고 있는 지점을 말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기대고 의지하면서 풀잎처럼 자라나고 있는 형상은 또 어떠한가? 여기에는 인간과 자연이, 인간과 사물이, 식물성과 동물성이 그리고 삶과 죽음이 한데 뒤섞여 있다. 어떠한가? 그의 작품은 애초의 세계가 원래 하나였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의 조각이 담고 있는 일치가 아니면서도 모순도 아닌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의 일원적 세계는 바로 조화와 상응으로 살아가는 세계이다. 그의 조각이 탐구하는 추상/구상 혹은 형상/비형상은 이처럼 인간 주체가 대면하고 있는 모든 타자들과의 조화와 상응 속에서 만나고 헤어짐을 거듭하는 일원적 마술 세계라는 소우주를 만들어 낸다.
내면의 형상 혹은 내면 원형
박태원 조각에 내재한 마술적 조형의 한 축이 ‘일원적 세계’로부터 발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또 한 축은 ‘내면 원형에 대한 탐구’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하겠다. ‘본디의 꼴’, ‘본형(本形)’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원형(原形 archetype)은 외적 형상의 본원적 양태와 더불어 사고 관념의 근원적 유형을 동시에 지칭한다. 원형이나 고고학(archaeology)에서 동일하게 발견되는 접두어 ‘arch’가 ‘주요한(chief)’ 혹은 ‘제1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듯이, 원형은 가장 근원적인 세계이다. 아울러 물질적 원형뿐만 아니라 정신적 원형의 세계를 함유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박태원 조각에 나타난 ‘원형’은 조각의 형식과 내용을 모두 포함하는 본유적 작품 세계를 지칭한다. 알집처럼 둥글둥글한 덩어리와 같은 형상이나 나뭇잎이나 꽃잎처럼 그것이 눌러지고 펼쳐지는 납작한 조각체와 같은 외적 형식은 그에게 있어 세잔(Paul Cézanne)의 구, 원추, 원기둥과 같은 형식적 원형의 또 다른 변주체이다. 아울러 그의 조각에서, 인간, 대상, 자연, 타자들이 만남과 헤어짐을 오가는 가운데 피어나는 관계 지형의 내러티브는 내용적 원형이라 할 것이다. 그것은 삶/죽음, 생성/소멸의 이원적 대립을 한 덩어리의 조형 언어로 조응시키면서 세상의 모든 존재를 애초에 대립하지 않는 하나의 존재라는 그물 안에 포획한다.
그런 면에서 필자의 작명인 ‘내면 원형’은 그 중에서 형식의 내부 안에 잠입하는 주제 의식에 방점을 찍는 용어로서 박태원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에 유효한 키워드이다. 말라비틀어진 나뭇잎이 인간 주체가 자리한 주거의 공간으로 훌륭히 기능하거나 혹은 인간 자체로 변주하는 그의 〈내면 형상〉 시리즈는 ‘내면 원형’이라는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 작품들이다.
한 인간 형상이 다른 인간 형상과 등을 기대거나 포개어 맞닿아 있는 〈사랑〉 또는 〈염원〉 연작 역시 그러하다. 인간 주체가 대면하는 모든 타자와의 만남이 엉켜지고 포개지면서 응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그의 작품에는 본질적으로는 타자 역시 주체에 다름 아니었음을 드러낸다. 외면은 주체와 타자로 변별되지만, 내면은 마치 여성 속 남성성이라는 ‘아니무스(animus)’와 남성 속 여성성이라는 ‘아니마(anima)’가 한 덩어리로 있는 주체적 원형이었음을 그의 작품은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내면 원형’은 박태원이라는 한 조각가(인간 주체)가 세계(모든 타자)를 대면하고 읽어 내는 방식이자 본질적인 조형 언어라 할 것이다.
에이시메트리(asymmetry)의 변주적 관계 지형
박태원은 자연의 유기적 형상을 ‘내면 원형’이라는 본질적인 조형 언어를 통해 조각체에 담아내면서, 대리석을 마치 종잇장처럼 얇게 다듬어 내는 놀라운 손의 감각과 기술을 선보인다. 때로는 〈내면 형상〉 시리즈에서 질퍽한 점토의 이지러짐과 생성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뽑아 올린 브론즈 작품이나 반대로 〈결실〉 시리즈에서 세련된 미감의 대리석과 브론즈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조형 언어는 몇몇 주제 의식의 범주 안에서 일관성의 선상으로부터 이끌어 낸 변주라 할 것이다. 특히 작품 속에서 그가 타자들을 만나게 하는 비대칭적 방식은 이러한 변주의 조형 언어가 된다.
꿈틀거리는 생명의 덩어리들이 어우러져 있는 〈내면 형상〉 시리즈나 두 주체가 엇비슷한 모양새로 포개지고 상응하는 〈사랑〉 또는 〈염원〉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비대칭적 변주는 쉽게 찾아진다. 하물며 프랙털 이미지처럼 각 꽃잎들이 서로를 대칭적으로 만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결실〉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에이시메트리(asymmetry)라는 비대칭의 언어가 근간이 된 채 시메트리(symmetry)라는 대칭의 언어를 조율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꽃잎의 접혀지거나 처진 부분의 차이도 선명하지만, 아랫부분의 꽃잎은 심지어 인간의 다리 형상을 닮아있는 지지대를 지닌 채 직립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우리는 박태원의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조각이 마술적 관계 지형을 펼쳐내는 까닭을 내면 원형의 일관된 주제 의식으로부터 발원하고 비대칭의 조형 형식으로 유목하는 ‘현재진행형의 변주적 조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정의할 수 있겠다. -김성호(미술평론가)
◈ 자연귀의(自然歸依)를 통한 인간성 회복_박태원의 조각품들
박정수 미술평론가
예술가와 자연, 예술작품과 자연의 관계는 인간이 환경을 극복하기위한 노력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주제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자연을 해석하고 담론을 형성하여 왔다. 철학이나 미학, 문학이나 음악 할 것 없이 생각과 창의성이 존재하는 곳에는 항상 대두되는 문제가 자연이다. 인간이 자연을 모방하면서 인위적 자연이 만들어지고 여기에서 예술의 기능이 형성된다는 사실은 고대에서부터 연구되어온 품목이다.
자연의 형상을 모태로 하는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입장에 따라 각기 독특한 모양을 지니지만 ‘예술작품에 어떠한 자연을 구성하는가?’하는 것과 “작품으로 구성된 자연의 이미지는 무엇을 위한 예술인가‘하는 문제는 언제나 대동소이하다. 특히, 자연에 대한 단순한 모사나 있는 모양을 복제하는 것이 아닌 창의성이 포함되는 경우라면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작품으로 구성된 자연은 실재가 아닌 개념이나 인성 혹은 정신성이 가미되어 ’무엇‘이 아닌 ’어떻게‘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무엇‘을 재현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모방하는가의 문제다.
모방과 관련된 미학용어 중에 미메시스(Mimesis)가 있다. 미메시스란 재현(representation)이나 모방(imitation)과 관련된 용어로 따라쟁이 혹은 흉내 내기에 가까운 개념이다. 어떤 사물을 모방한다는 것에 있어서 100%모방이란 존재할 수 없다. 100%란 이미 사물 그 자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미메시스라는 개념에는 부정적 가치 혹은 비슷하지만 다른 거짓존재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나는 작품을 하면서 자연의 본질과 닮아가는 것을 찾는다. 보통으로 보이는 사물의 재현이나 마음에서 일어나는 조형감각보다는 자연의 일부에서 모티브를 읽어낸다. 예를 들어 가을 어느날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를 보고 삶의 본 모양을 찾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 조각이란 자연의 비밀을 찾는 일이며, 자연의 모습 자체를 풀어보려는 과정이다.” - 2013년 박태원의 작업노트 중에서
박태원이 자신의 작업노트에서 밝혔듯이 그가 말하는 모방(자연의 본질을 닮아가는)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미메시스의 부정과 대립의 견해가 아니라 조화와 자연귀의(自然歸依)와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작품 자체가 자연에서 출발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자연 이미지는 그의 작품에 표현되는 공통된 주제와 소재다. 자연의 일부에서 발견되는 이미지들은 작품을 형성하는 기본 모태가 된다. 이러한 개념은 <내면의 형상>시리즈에서 특별히 도드라진다. <내면의 형상>시리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작품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는 이상 대체적으로 그것의 모체가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작품들의 형상이 일그러지고 쪼글거리게 만들어져 있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긴 모양을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한다.
겨울 어느 날, 무심히 담벼락 밑에서 온전히 메마른 낙엽 하나를 발견한다. 동네어귀나 아파트 단지에 흔하게 심어진 플러터너스 낙엽이다. 수분이 완전히 증발하여 쪼그라질대로 쪼그라진 낙엽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편안하기 그지없다. 햇볕 좋은 담장 아래서 묵묵히 세상을 유영한다. 여기에서 박태원은 자연의 섭리를 발견한다. 볕 든 마당 한구석에서 발견한 온전한 모양새를 가진 낙엽에서 생명의 무한함을 본다.
새봄이면 숨 트기 시작하는 얇고 여린 파란 잎사귀의 이미지가 중첩된다. 바람과 비를 머금어 자라고, 신록의 왕성함을 자랑하는 자연의 무한 순환의 영속성을 이해한다. 자연에 귀의하며 살고자 했던 성현의 모습이 투영된다. 여기에 인위적 모양을 가미한다. 어색한 듯 보이나 자연스러운 상황의 연출이다. 사람의 몸을 담고, 손이나 사랑을 덮는다. 그의 작품에서 보는 의도된 어색함이 여기에 있다. 익숙한 잘 만듦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다른 세상과의 교우를 꿈꾼다. 세상과의 갈등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삶의 가치를 발견해 낸다. 촉촉하고 왕성한 생명의 이미지는 시간에 따라 낙엽이 되고, 마르고... 새로운 조화로움의 시작이다.
박태원 作
<내면의 형상>시리즈 작품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완전히 말라 오그라진 낙엽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낸다. 어느 것 하나 닮아있는 것 없는 낙엽의 모양새에 짙푸른 생명력을 주입한다. 처음부터 어색한 모양새는 언제나 당당하다. 생명의 순환이라는 흔적과 가치를 머금고 있다. 거기에는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박태원의 이상이 있다. 그래서 그가 만든 작품의 메마르고 건조한 낙엽은 연로하신 우리네 아버지의 거친 손이다. 삶의 여정이며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희망이며 이상이다.
예술가에 있어 자연은 예술가로서 드러내어 표현하고자하는 내면이나 지난 시간에 대한 유입된 사물로서 나타난다. 자연은 자연 그자체로서는 예술의 개념과는 멀어져 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거기에 사람의 흔적과 쓰임새가 겹겹이 쌓임에 따라 예술로의 진입을 시도한다. 이것은 박태원 작가가 스스로 추구하는 자연귀의와 관련된 서사적 표현방식으로 해소된다.
그가 자연에서 발생된 작은 이미지를 근본으로 하여 체험적인 요소와 감각적인 요소가 분리되는 시기가 2000년대 초반이다. 이시기 이전까지는 자연에 대한 귀의보다는 인체를 통한 생명성이 강조되었다. 인체의 일부분을 거대화 하여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논증을 시도하였다. 인체를 조율하면서 사람의 심리적 상태와 관계를 대형화된 입술이나 두 사람의 오묘한 형태적 요소를 강조한다. 1990년대의 작품에는 인체에 대한 변형적 접근으로 <사랑>,<축제>,<결실>등의 시리즈가 구성된다. 이때는 생명 인식에서 인간의 감정을 중시하는 이때는 전통적 동양정신중의 하나인 인간과 자연과의 합일이라는 자연사상이 강화되는 때였다.
동양정신을 통한 예술작품은 서양의 것보다 자연에 대한 접근도와 표현방식의 다양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서양에서는 자연환경이나 기후의 변화, 과학으로 이해될 수 없었던 인간의 인식 범위 밖의 여건들은 종교적 입장에서 신성의 영역으로 치부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동양에서는 자연환경에 대한 인간적 극복과 조화로운 삶을 애초부터 꿈을 꿨다면 서양에서는 인식이 사람의 이성으로 전이되는 16세기 이후에서야 자연을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와같은 동양의 자연사상은 박태원의 작품에 있어서는 자연의 위대성에 적응하려는 사람의 서정적 서술이 전면에 등장한다. 두 사람의 형상을 추상화하여 구성되는 <대화>시리즈와 <사랑>,<염원>시리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2000년이 넘어서면서도 시리즈의 구성은 연속되지만 작품에 대한 개념은 궤적의 변화를 갖는다. 인체에서 자연물로의 이완임과 동시에 자연물의 형상에 인공적 의미를 포함시키면서 자연과 예술가의 감정을 분리시키는 이원구조를 형성한다. 얼핏 추상조각으로 이해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사물을 심상의 기호나 사람의 이미지를 투영한다. 자연에 대한 이미지 묘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시점이다.
2000년 이후의 작품은 자연회귀로서 사회와 사회성이 강조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그 자체로 두는 90년대 작품과는 달리 예술가와 사회, 사회와 작품과의 광범위한 접근을 시도한다. 자연의 이미지를 형상화 하면서 인간소외와 대화의 단절, 인성의 자격과 같은 현 시대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들이다. 드러낸 그 상태 그대로를 이해하면서 조형에 대한 감각적 접근이 힘을 발하는 시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표현된 이미지들이 자연의 형상으로 이해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박태원의 작품은 얼핏보면 추상의 이미지로 이해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연 그 자체와 자연미를 강조한 일련 조각 형태들은 보통의 자연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답습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환경에 처한 예술가를 드러내기 보다는 자연환경에서 발견된 이미지에 예술가를 숨기는 방식이다. 예술 활동과 관련하여 동양과 서양을 비교해 보면 재료나 문화적 개념이 유입되는 것은 비슷하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개념에 있어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 차이중의 하나는 말한바와 같이 자연사물을 모방할 때 서양은 부정적 견해가 앞서지만 동양은 긍정과 적응의 견해를 보인다.
박태원의 조각은 언제나 동양성을 내재하고 있다. 대상에 대한 의미를 은유적으로 나타내기도 하지만 자연사물이 지닌 본질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대다수다. 최근 작품 경향을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됨을 알 수 있다. 형에 있어서는 독특한 임지로 나타나지만 기실 알고 보면 이 또한 자연의 일부에서 채용된 형태임이 쉽게 확인된다. 표현방법의 독자성에 집중하면서도 자연의 형상을 넘어서지 않는 입체공간의 유희적 공간이 형성된다.
2010년이 넘어서면서 그에게 있어서 인간적인 면과 예술가적 면에서 자신의 영역이 확장되는 단계를 밟아간다. 자신의 사회적 영역을 자각하고 예술과 예술가의 활동에 있어서 다양성이 강화된다. 요컨대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에 대한 사회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조각가로서 자신과 자신의 주변 환경을 극복하려는 일련의 사회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성을 벗어나 조각세계의 확장과 젊은 예술인들의 활동 기반 구축에 힘을 보태는 일 또한 포함된다. 작품 활동의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면서 주변인과 함께 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작품에 여실히 나타난다.
박태원 作
<결실>과 <내면의 형상>시리즈를 보면 이전보다 확장된 자연성 회복이 주요 주제로 자리한다. 2000년대 이전의 작품은 조화와 화합이라는 대 주제를 위하여 상반된 이미지를 겹치거나 작품의 상단을 상승과 확장의 의미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작에 이르면 단일의 이미지로 이를 극복하면서 갈등과 화해와 화합의 장이 펼쳐진다. 단순하고 어색해 보이는 모양에 숙련된 절제미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어색한 형세는 살면서 생기는 갈등에 대한 조화로운 삶을 위한 첫 대면이 된다. 서로에 대한 이해 또한 갈등에 대한 해소로부터 시작된다. 또한 작품 활동을 생의 소명으로 선택하고 있는 이상 조각가로서의 잠재력은 실현 가능한 현실이 기반 되어야 한다. 시간과 역사에 흔적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지금 현재 그가 진행하고 있는 작품 활동과 사회성 회복에 대한 합일로서 자기실현의 시기임에 분명하다. 그는 언제나 주변과 환경, 자연에 대한 조화의 가치를 먼저 생각한다.
산업화된 문명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가고, 자연환경에 대한 무각감은 개인의 무한한 잠재력이 약화되는 현실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자연의 이미지(특히 낙엽이나 꽃잎 등)에서 도출된 작품의 현상들은 사회와 환경에 대한 자기 확인의 노력이며 실현의 과정이다. 인터넷이나 산업사회에서 외소해지는 개인의 인성을 회복하고 자연과 함께하면서 인간성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표현의 희망이며 현대인의 자기성찰을 위한 기호가 된다. -박정수(미술평론가)
박태원 조각가는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1990)했다.
▲2024 갤러리조이 기획 초대전, ▲2019 GL갤러리 기획 초대전,▲2019 다브갤러리 기획초대전, ▲2015 미술세계 작가상 수상기념 초대전, ▲2014 갤러리 수 기획초대전, ▲2012 벽촌갤러리 초대전, ▲2011 미술세계기획초대전 그림손겔러리, ▲2011 수가화랑 초대개인전, ▲2007 피카소화랑 기획초대전, ▲2003 열린화랑 기획초대전, ▲2000 X-갤러리 기획초대전, ▲1999 송하갤러리 기획초대전, ▲1990 부산 사인화랑 기획 신진작가 초대 개인전, ▲2012- 2022 서울 국제조각페스타 (서울 예술의전당)등 개인전을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작가는 단체전을 비롯 초대전을 300여회 참여했다. 대표적인 전시로는 △한국조각가협회전, △전국조각가협회전, △금정미술협회전, △木,金,土,火, 야외 조각전, △한국현대야외조각초대전(춘천MBC), △예술의 숲 야외 조각전 (울산문화회관/울산), △제주의 입체적시각전(제주국제예술센터), △한, 중 수교 16주년 기념초대전(북경 슝샹미술관), △아트인 오리 개관기념초대전(아트인 오리), △아시안게임 기념 야외조각전(용두산공원), △부산 국제 조각전(부산 문화회관), △한, 일 현대 미술전 초대(일본 후꾸오까),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초대(해운대),△부산․광주청년작가전(광주), △한국미술의 흐름과 전망초대전, △아시아현대조각전(일본후꾸오까), △부산 KBS개국 66주년기념초대전(KBS전시실), 미술세계표지작가전 등이다.
박태원 작가의 작품들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부산시립미술관, ▲부산광역시청, ▲부산금정경찰서, ▲경북 달성군청, ▲크라운해태 연수원, ▲부산의료원, ▲유엔 조각공원, ▲장사도 해상공원 조각광장, ▲양산 워터파크 조각공원. ▲해운대 엘시티, ▲부산국제금융단지에 설치되어 있다.
<수상경력 공모당선>
2023 한국현대야외조각전(춘천MBC) 최우수작가상 수상
2014 미술세계선정 조각부분 올해의 작가상 수상
2005 전국조각가협회 특별상수상
2003 전국공모 부산항일학생기념탑 공모당선
2000 전국공모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상징조형물공모당선
박태원 조각가는 현재 (사)한국조각가협회 부이사장과 BMN(부산시립미술관 후원회 감사), (사)부산미술협회 고문, (사)전국조각가협회 자문위원, 현대작가회 회원이다.
<주요 경 력>
2020~2023, 사) 부산미술협회 이사장,
2020~2023, 사) 부산비엔날레 이사,
2022, 5. ~2024, 4. 부산시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
2013~2015, 사) 한국조각가협회 부산지회장,
2015 사) 창원 아시아미술제 총 전시감독,
2013 사)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 전시감독,
2012, 부산중앙공원 조각광장 조성 운영위원 및 전문위원
2011 사)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 기획위원,
2011, 부산조각 화랑페스티발 운영위원장
2008~2009, 사)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
2007~2008, 사) 전국조각가협회 이사장,
2011 온고을 미술대전운영위원
2014 남해 노도문학의 섬 상징조형물 심사위원장
2014 한글미술대전 심사위원
2015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
2017 한글미술대전 운영위원장(울산광역시)
2017 부산, 함부르크 국제교류전 전시감독
2018 성산미술대전 심사위원
2002~2014 신라대학교 외래교수
2008~2019 부산대학교 외래교수
●박태원 초대전 : 피어나다_ BLOSSOM 전시안내
전시명: 피어나다_ BLOSSOM
전시기간: 2024년 11월 15일(금)부터 12월 15일(일)까지
참여작가: 박태원 조각가
전시장소: 갤러리조이(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65번길 56/중동 CK빌딩 1층)
전시작품: 조각
Opening Event : 2024.11.15(Fri) pm5시
전시문의: 갤러리조이( 051-746-5030)/ e= galleryjo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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