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게임 '후아유'의 기획자 형태는 2년 넘게 준비해온 게임의 오픈을 앞두고 테스트 참가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노심초사하던 중, 게시판에서 후아유를 비방하는 ID '별이'의 글을 읽고 분개한다. 형태는 그녀가 같은 건물의 수족관 다이버라는 것을 알고 베타테스터 인터뷰를 빙자하여 찾아갔다가 엉뚱하고 당돌한 그녀에게 반한다.
인어쇼를 히트시키기 위해 연습에 열중인 수족관 다이버 인주. 한때는 국가대표 수영선수였지만 부상을 당한 후 63수족관 다이버로 일하는 그녀는 후아유 인터뷰를 위해 찾아왔다는 형태에게 옛 남자친구의 눈빛을 느낀다.
형태는 자신의 아바타 '멜로'로 자기를 숨기고 인주의 게임 파트너가 되어 그녀에게 접근하는데, 온라인과 현실 양쪽에서 그녀를 알아가는 아슬아슬한 게임을 즐기면서 점점 그녀에게 빠진다.
그러나 인주는 자기를 너무나 잘 알아주는 파트너 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반면 현실속의 형태를 게임으로 떼돈 벌려는 이기적인 속물 취급한다.
그러던 중 전혀 알지 못했던 인주의 아픔을 발견하면서 사랑을 느끼는 형태, 멜로가 형태라는 것을 모르고 게임속의 멜로에게 빠져있는 인주의 환상을 깨려 하지만, 그럴수록 인주는 마음을 닫아버린다.
게임 속에서는 둘도 없는 커플이지만 현실에서는 싸우고 엇갈리기만 하는 두 사람. 형태는 자신의 아바타에게 질투를 느끼며 결국 자신이 멜로임을 고백하려 하지만 멜로를 만나고 싶어하는 그녀 앞에서 자기의 아바타보다도 무력한데...
* 문자 채팅에서 아바타로
97년 접속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꺼다. 당시 접속의 흥행 덕분에 유니텔은 꽤 많은 인기를 끌었다는 얘기도 있다. 5년이 지난 2002년은 아바타와 가상의 도시 (서울이겠지)의 사람들이 게임속에서 살고 있다.
컴퓨터가 영화 속에 등장하면 정말 어설퍼서 못봐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현실적인 묘사가 매우 많아 컴쟁이로써 기뻤다 ^^
영화 내용에 등장하는 아바타들의 다양한 대화는 보는 사람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 멜로
난 멜로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사랑얘기 자체가 나에겐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아서일까 ? "번지점프를 하다"에선 과거의 연인 때문에 현재의 아내를 버리는 이병헌의 모습에서 영화 자체가 짜증이 났다.
이 영화는 잔잔한 사랑 얘기를 담고있다. "화양연화"에서 처럼 너무 밋밋한 사랑얘기가 아닌 만남 -> 친해짐 -> 갈등 -> 갈등해결의 모습을 담고 있다.
멜로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웬지 따뜻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벤쳐
영화 속에서 벤쳐기업인들의 실상(?)이 나오더군. 출퇴근이란 개념없이 일에 파묻힌 사람들..
그 모습을 보니 1999년과 2000년 20대 초반에 IT 의 보고라는 테헤란로, 테헤란밸리에서 일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는 출퇴근 시간도 없이 일했지만 지금은 9시 출근, 6시 퇴근을 칼같이 지키고 밤세는걸 미래를 생각해 몸 사리는 입사 6년차의 노련한(?) 직장인이 되었지만 말야.
지금이야 벤쳐라고 하기엔 너무 공룡같이 커진 회사지만 초기에는 월급이 안 나올 위기도 겪고 그랬었다. 그래서 일까 ? 영화 속 사람들의 푸념이 가슴에 와 닿더군.
주인공은 대기업에 있다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 대기업을 박차고 나오는 사람으로 묘사되었는데 나라면 대기업에 있다가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벤쳐로 갈 수 있을까 ? 벤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나로썬 궁금하다.
* 무대 - 63빌딩, 대학로
무대는 63 빌딩이다. 영화 속 수족관은 좋게 그려졌는데 어릴적 나의 기억으로는 사람으로 바글바글 거리는 수족관이다. 영화에서는 사람 거의 없던데.. 완전 구라다 -.-;;
63 수족관의 경쟁상대인 코엑스 아쿠아리움도 사람 버글거리는건 마찬가지다.
대학로도 영화 속에서 보니 참 예쁘더군
영화 속 거리가 알고 있는 곳이니 웬지 친근했었다.
저곳이 정말 대학로인가하는 생각도 들고, 하긴 맨 정신으로 대학로에 있었던 적은 거의 없었지...
마지막 국세청 건물에서 난 그곳이 포스코인줄 알고
- 포스코도 국세청 건물같이 유리창(?)과 근처에 대형 전광판이 있다.
대학로에서 삼성동까지 얼마나 먼데 도대체 몇시간을 걸은거야하는 생각도 들던데
대학로에서 종로(종각?,을지로?)까지면 30-40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일 듯
* 음악
노래는 대부분 예전 곡을 편곡한 것이다. 내 귀를 계속 흔들던 "사랑하고
싶어"는 바로 80년대 아이돌(?) 그룹인 소방차의 노래였다.
그외 여러 곡이 괜찮아 OST 구매 결정 !
* 유머
초반에 지루했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영화는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유머도 많이 섞어 두었다.
* 어쩔 수 없는 컴쟁이
어쩔 수 없는 컴쟁이로써 컴퓨터에 대한 얘기를 좀 해야겠다.
일단 키보드 입력 장면이 적게 나왔는데 적게 나오길 잘했다. 남자 배우
가 아무렇게 키보드 치는 장면에서 리얼리즘(?)이 묻어 나오지 않았다.
막 타이핑하는 모습을 보니 저 남자 컴맹이거나 키보드 치기 귀찮나보다
는 생각이 들더군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난 불꺼놓고 컴퓨터 안한다. 불끄고 컴퓨터하면
눈이 얼마나 아픈데 -.-;;
영화도 그렇고 기자도 그렇고 왜 불꺼놓고 컴퓨터를 하는가 TT
* 총평
멜로이긴 하지만 크게 지루하지도 않고 컴퓨터 채팅으로 사랑을 일구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컴쟁이와수족관에서 일하는 전 수영선수의 이야기에서 벤쳐와 수족관이란 배경도 이색적이었다. 어떻게보면 남녀 주인공 모두 연애인 같지 않고 어찌보면 평범한 사람들 같은 느낌을 받아 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 추천대상
연인끼리 혹은 작업중인 이성과 함께...
뭐.. 남자끼리 봐도 괜찮겠지만 주위 커플들 땜시 영화보고나면 열 더 받을 듯
혼자 보면서 외로움을 극대화하면서 자기 학대하는 것도 좋을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