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 단상
손 원
어떤 일이든 책임자가 있고 보조역할을 하는 조수가 있다. 운영자가 둘 이상이면 책임자와 가장 밀접한 자가 조수가 된다. 역할은 조수지만 명칭은 다를 수도 있다. 항공기의 부기장, 대학의 조교수, 훈련병의 조교, 포병의 부사수...., 우리에게는 트럭, 중장비 운전을 보조하는 조수가 익숙할뿐더러 운전자의 옆자리가 조수석이다. 대체로 기계 장비에는 운전자와 조수가 있다. 운전자 한 명일 경우라도 조수석은 있게 마련이다. 필요시 조수를 두어 능률과 안전을 도모한다.
운전할 때 조수석에 누군가 앉아 있으면 든든하다. 운전 배울 때는 교습소 강사가 조수석에 자리했다. 운전석에 앉는 것이 불안할 때 조수석의 강사는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교습 기간이 끝나고 조수석이 비면서 혼자 운전을 해야 했다. 긴장이 되어 진땀이 절로 났다. 강사가 아니더라도조수석에 누군가 타고 있으면 든든하다. 장롱 면허증을 가진 아내가 타고 있어도 그렇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운전자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가 있다. 아내나 가족이라면 심적인 안정감을 갖고 보다 안전 운행을 한다. 운전에 능숙하고 길을 잘 아는 사람이 앉으면 많은 도움을 받는다. 나에게는 조수석에 앉는 모든 이가 운전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며칠 전 처형 내외를 태우고 시내 도로를 가던 중 조수석에 앉은 형님이 "카메라!"라고 해서 급정거했다. 어린이 보호구역 횡단보도였다. 잠깐 방심한 사이 신호를 놓칠 뻔했다. 횡단보도 정지선을 3m나 지나서 멈춰 섰다. 어린이 보호구역 범칙금을 가까스로 면했다.
조수석에 앉은 아내는 조는 일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서울서 고향올 때 세 시간 이상 운전을 한다고 했다. 명절 때는 차가 밀려 다섯 시간 정도 걸리기도 한다. 조수석에 앉은 그의 아내는 내내 잠을 잔다고 했다. 고속도로를 장시간 운전하는 남편이다. 조수석 착석자는 운전에 도움을 줘야 한다. 수시로 말을 걸어 졸음을 방지해야 함은 물론, 라디오를 틀고 사탕 등 먹거리를 건네 무료함을 달래 주는 것도 조수석의 역할이다.
자가용 승용차에 여럿이 동승할 때는 앉는 좌석에도 신경 써 운전자를 배려해야 한다. 조수석은 그의 아내, 남남끼리라면 서열이 가장 위인 사람 또는 운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무난하다. 별생각 없이 서열이 하위인 사람이 조수석에 앉으면 운전자의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운전자를 마치 고용인 또는 아랫사람으로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택시 이용 시는 편한 대로 앉아도 된다. 이때도 윗사람과 같이 탑승한 경우, 또는 모시는 입장이라면 본인이 조수석에 앉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지에서 직장생활 할 때다. 당시 동료 차에 동승하여 다녔다. 운전이 다소 서툰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주말 부부일 때는 승용차로 두 시간 거리를 후배 차에 동승했다. 조수석 동승자로서 휴게소에서는 커피로, 주유소를 들리면 가끔 연료비 계산을 하기도 했다. 역내 출퇴근 때는 카풀을 했다. 서로가 운전을 하기에 편했고, 운전에 능숙한 동료가 조수석에 앉아 있기에 든든하기도 했다. 가끔 친구 차에 만석으로 동승하기도 한다. 먼 길을 가기라도 하면 무난한 좌석 배치가 되도록 앞장서 유도하기도 한다. 먼저 운전자를 배려하여 조수석에 누구를 앉게 할 것인가이다. 운전자가 지명하면 좋겠지만 그럴 경우는 잘 없다. 그럴 때는 운전자가 편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자면 좋다. 또래 나이라면 남자 운전자일 경우 여성을 권하기도 한다.
마이카 시대에 꼰대 같기도 하지만 기본을 지키는 것이 서로에 대한 기분 좋은 배려다. 자신을 태운 운전자는 운행 시 안전을 책임진다. 수백 명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장이나 선장의 위치는 아니지만 나를 지켜주는 승용차 운전자에게도 충분한 배려심을 갖는 것이 마땅하다. 영화 타이태닉에서 배가 차가운 바닷속으로 침몰하고 있을 때, 선장이 외로이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턱없이 부족한 구명보트에 탈 사람의 순위를 정하고, 모두가 그의 명령에 따르는 일사분란한 모습이었다. 선장의 카리스마와 희생정신이 돋보였다. 어디든지 책임자가 있고, 그를 돕는 보조다가 있다. 책임자와 보조자가 손발이 잘 맞을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2023.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