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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류의 의문은 2500년 이상 계속되었다. 최신 물리학에서도 '시간'이라는 개념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시간(Time)'이란 무엇일까?
0. 목차
아리스토텔레스의 의문
뉴턴의 절대 시간
시간의 신축을 밝힌 '상대성 이론'
시간이 흐르는 방향
시간의 화살
볼츠만의 '엔트로피'
시간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시공의 최소 단위
그래서 '시간'이란 무엇인가?
1. 아리스토텔레스의 의문
기원전 4세기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기원전 322)'는 시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자연학(Physica)'에서 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간은 운동의 전후에서의 수(number)'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운동이란 사물의 변화를 말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수(변화의 척도)'가 시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시간은 운동이 일어나야 비로소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운동이나 변화가 없다면 시간도 없다.'고 논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학'에서 '날아가는 화살의 패러독스'로 알려진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것은 원래 기원전 5세기의 철학자 '제논(기원전 490경~기원전 430경)'이 말한 것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날아가는 화살은 일순간 일순간 정지해 있다. 정지하고 있는 화살을 아무리 모아도 화살은 날지 못한다." 이러한 논리로 제논은 화살이 날아가고 있다는 운동 자체를 부정했다. 물론 현실에서는 화살이 날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에는 결함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 결함이란 무엇일까? 이 문제는 '시간'이란 무엇이며, '일순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그러고 시간을 무한으로 짧게 자른 것을 '일순간'이라고 해도, 시간을 무한으로 짧게 자른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이 문제는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제이다. 2500년 동안 '시간'이라는 개념의 수수께끼는 인류를 계속 괴롭히고 있다. 인류는 '시간(Time)'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지 알아보자.
2. 뉴턴의 절대 시간
진자시계가 발명된 17세기에, 시간의 개념의 역사에 지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과학자가 나타났다. 바로 '아이작 뉴턴(Issac Newton, 1642~1727)'이다. 1687년, 뉴턴은 그의 저서 '프린키피아'에서 '절대 시간(Absolute Time)'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간의 개념을 주창했다. 뉴턴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따. '절대적인, 참된 수학적인 시간은 그 스스로 그것의 본성으로부터, 외계의 어느 것과도 무관하게 균일하게 흐르는데 이에 대한 별명을 지속이라고도 한다.'
뉴턴이 생각한 '절대 시간'이란 물체가 있든 없든 그것과는 무관하게 오직 전적으로 일정한 템포로 흐르는 것이었다. 예컨대 우주에 있는 모든 시계가 없어진다고 해도,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시계뿐만 아니라 모든 물질이 완전히 없어진다고 해도, 오직 공허한 공간이 되었다고 해도 시간은 계속 흐른다고 생각했다.
한편 뉴턴의 '절대 시간'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그 최선봉에 선 사람은 독일 태생의 철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1646~1716)'였다. '라이프니츠'는 공간이나 시간은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란 복수의 사물의 순서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사물과는 무관하게 흐르는 절대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라이프니츠의 반론은 절대 시간을 기초로 한 '뉴턴 역학'의 성공에 밀려 가려지고 말았다. 이리하여 절대 시간의 개념은 사람들 사이에서 상식이 되었다.
3. 시간의 신축을 밝힌 '상대성 이론'
3-1. '특수 상대성 이론'이 말하는 '시간'과 '속도'의 관계
1905년 특허국의 직원이었던 26세의 아인슈타인은 '뉴턴 역학'을 대신하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설명하는 시간의 모습은 그때까지의 상식에서 벗어난 전혀 기묘한 것이었으며, '시간(Time)'의 개념에 혁명을 일으킨 것이었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운동의 속도가 빨라져 빛의 빠르기에 접근하면 시간의 속도는 느려지고, 빛의 빠르기에 도달하면 시간은 멈춘다. 이처럼 '특수 상대성 이론'은 우주의 모든 것이 같은 시간을 기록한다고 생각하는 뉴턴의 '절대 시간'을 부정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의 계산에 따르면, 시속 200km로 달리는 고속 열차의 시계는 역의 홈에 정지해 있는 시계에 비해 1초당 100조분의 2초 정도 늦어진다. 또 시속 1000km로 날아가는 제트기의 시계는 1초당 1조분의 1초 정도 늦어진다.
3-2. '일반 상대성 이론' 이 말하는 '시간'과 '중력'의 관계
아인슈타인은 1915년에서 1916년에 걸쳐 '일반 상대성 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을 완성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는 중력에 의해서도 시간이 느려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컨대 지구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지구의 중력은 약해진다. 그래서 표구 8848m인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놓인 시계는 해발 0m에 놓인 시계보다 100년에 300분의 1초가량 빨리 가는 것으로 계산된다.
그러면 우리는 시간의 신축을 왜 느끼지 못하는 걸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운동의 속도는 빛의 빠르기에 비해 훨씬 느리고, 중력의 변화도 극히 적기 때문이다.그래서 신축이 너무나도 적기 때문에, 우리의 감각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자시계를 사용하면, 운동 속도나 고도의 차이에 의해 시계가 실제로 느려지거나 빨라짐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표준시의 기준이 되는 원자시계나 GPS 위성의 원자시계 등은 상대성 이론에 의한 오차를 계속 보정하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4. 시간이 흐르는 방향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시간'의 개념에 대혁명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시간에는 '뉴턴 역학'이나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과거'와 '미래'에 관한 것이다. 이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당신은 태양계 밖에서 발견된, 미지의 행성의 공전 운동을 기록한 필름을 누군가에게서 받았다. 그런데 당신은 이 필름의 올바른 재생 방향에 대해 묻지 못했다. 필름을 어느 방향으로 재생하면,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행성의 영상이 비친다. 하지만 이 필름을 역방향으로 재생하면 행성은 왼쪽으로 회전한다. 어느 쪽으로 회전하는 영상에서도 부자연스러움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 상태에서는 행성의 공전이 우회전인지 좌회전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이것은 행성의 공전 운동을 지배하는 뉴턴 역학이 '시간의 방향을 구별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결국 뉴턴 역학은 어느 쪽이 과거이고 어느 쪽이 미래인지 정해주지 않는다. '뉴턴 역학(Newtonian mechanics)'에서 뿐만 아니라, 맥스웰이 확립한 '전자기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20세기 전반에 탄생한 '양자론'에서도 모두 시간의 방향을 구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론 과거와 미래는 결코 뒤바뀌지 않는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물리 법칙이 시간의 방향을 정하고 있는 것일까?
5. 시간의 화살
5-1. 우리는 '비가역 과정'으로 '과거'와 '미래'를 구분한다.
'뉴턴 역학'을 비롯한 물리 법칙들은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일은 간단하다. 예컨대 깨지지 않은 유리컵'과 '깨진 유리컵'을 비교해 보자. '깨지지 않은 유리컵'과 '깨진 유리컵' 중에서 어느 쪽이 과거냐고 묻는다면, 누구라도 깨지지 않은 유리컵'이 과거라고 말할 것이다. 일단 깨진 유리컵은 다시 되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간적으로 역전할 수 없는 과정을 '비가역 과정(irreversible process)'이라고 한다. 우리가 과거와 미래를 구별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비가역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가역 과정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일방통행인 것처럼 느낀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인 '아서 에딩턴(Arthur Eddington, 1882~1944)'은 이와 같은 시간의 일방향성을 그의 책에서 '시간의 화살(Arrow of Time)'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여기에 큰 문제가 있다. 뉴턴 역학, 상대성 이론, 전자기학, 양자론의 물리학 이론에서는 시간에는 정해진 방향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면 '시간의 화살'은 도대체 왜 나타나는 것일까? 이 문제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물리학자들 사이에 심각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5-2.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는 시간의 화살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 커피에 우유를 타서 섞으면 점점 확산되어, 마지막에는 결국 커피 전체로 우유가 확산된다. 이 변화는 결코 역방향으로는 관찰되지 않는다.
파동에 나타나는 '시간의 화살': 물의 한가운데에 돌을 던지면, 그 파문은 중심에서 바깥쪽을 향해 퍼져나간다. 이와 반대로, 주위에서 온 파문이 못의 한가운데를 향해 모이는 일은 없다. 이처럼 파동이 전해질 때의 시간의 일방향성을 '파동의 시간의 화살'이라고 한다.
우주 팽창의 '시간의 화살': 우주는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계속 팽창하고 있다. 이 일방향성을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라고 한다.
의식의 '시간의 화살': 우리의 의식은 기억이나 기록 안에 있는 사건을 '과거'라고 생각하고, 반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래'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이 시간의 흐름을 '의식의 시간의 화살'이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과거는 우리 주변에 수없이 많다. 예컨대 깨진 유리컵은 되돌아가지 못한다. 또 평탄한 바닥을 굴러가다가 멈춘 공이 다시 반대로 움직이는 일은 없다. 또 평탄한 바닥을 굴러가다가 멈춘 공이 다시 반대로 움직이는 일은 없다.
6. 볼츠만의 '엔트로피'
6-1. 엔트로피가 '시간의 화살'의 원인인가?
'뉴턴 역학' 등의 물리 법칙에서는 '시간의 화살'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물리 법칙이 '시간의 화살'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이 수수께끼에 도전한 사람은 19세기의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1844~1906)'이었다. 볼츠만은 '비가역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은 거기에 막대한 수의 원자나 분자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원자나 분자의 존재가 아직 증명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도 볼츠만은 원자의 존재를 믿고, '비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원인을 알아내려고 한 것이다.
커피와 우유가 섞이는 예를 다시 생각해 보자. 현재는 커피와 우유가 모두 원자나 분자라는 막대한 수의 입자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그러면, '우유가 섞이지 않은 커피'와 '우유가 섞인 커피'는 물리적으로 무엇이 다를까? 둘 사이에는 커피나 우유의 입자의 개수에 차이는 없다. 다른 것은 우유 입자의 '분산의 상태'뿐이다. '우유가 섞이지 않은 커피'에서는 우유가 별도로 모여 있고, '우유가 섞인 커피'에서는 우유 입자가 커피 전체에 흩어져 있다.
볼츠만은 이 '분산의 상태'를 수치로 바꾸어 나타낼 수는 없을지 고민하였다. 그 결과, 볼츠만은 '엔트로피(entropy)'라는 수치로 그것을 나타내자고 제안했다. 볼츠만의 정의에 따르면, 입자가 배치가 고르게 되어 있으면 엔트로피는 낮다고 계산되고, 입자의 배치가 분산되어 있으면 엔트로피는 높다고 계산된다. 커피와 우유가 섞이는 예에서는, '우유가 섞이지 않은 커피'의 엔트로피는 낮고, '우유가 섞인 커피'의 엔트로피는 높다. 볼츠만은 '엔트로피'가 '시간의 화살'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6-2. 커피와 우유로 생각해 보는 엔트로피
'미시(micro)' 시점에서 '커피와 우유가 섞이는 상태'는 '커피 공간에서의 우유 입자의 배치'에 의해 결정된다. 볼츠만은 그 배치의 수의 대소를 나타내는 척도로 '엔트로피(entropy)'라는 개념을 정의하였다. 그 정의에 따르면, 배치의 수를 W라고 하면, 엔트로피 'S'는 'W의 자연로그(logW)'에 비례하는 값으로 계산된다. 수식으로는 S=k·logW라고 쓰며, k는 '볼츠만 상수(Boltzmann constant)'라고 불리는 비례 상수이다.
아래의 그림은 우유 입자의 배치를 단순화해, 커피에 해당하는 6×6=36의 사각형 위에 우유 입자에 해당하는 8개의 타일을 놓았을 때의 배치로 바꿔놓은 것이다. 누런색은 우유 입자이고, 갈색은 커피 입자이다. 섞이기 전 '그림 A'와 섞인 후 '그림 B'를 계산해 보자.
'섞이기 전'의 우유의 배치: 섞이기 전의 우유는 6개의 흰 타일 전부가 6×6 사각형의 최상단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에 해당한다. 이 상태가 되는 흰 타일의 배치의 경우의 수는 1가지밖에 없다. 따라서 'W(배치의 수)'를 1로 하면 엔트로피 S는 0이 되고, 이때 엔트로피는 최소가 된다. 결국 '섞이기 전'의 우유는 엔트로피가 낮다.
'섞인 후'의 우유의 배치: 섞인 후의 우유는 6개의 흰 타일 전부가 6×6 사각형의 이곳저곳에 퍼져 있는 상태에 해당한다. 흰 타일의 각각의 행과 열에서 중복되지 않을 때를 퍼져 있는 상태를 계산하면, 흰 타일의 배치의 경우의 수는 6×5×4×3×2×1=720가지가 된다. 'W(배치의 수)'를 720으로 하면 엔트로피 S는 약 k×2.9가 되고, '섞이기 전'에 비해 엔트로피가 높아진다.
6-3.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
넓은 테이블 위에 10개의 동전을 모두 앞면으로 놓는다. 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쳐서 동전을 무작위로 뒤집어 보자. 이것을 반복하면 앞면과 뒷면의 수는 서서히 같아진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앞뒤 5개씩의 상황에서 시작해 보자. 이 경우에는 다소의 변동은 있어도, 기본적으로 앞뒤 5개인 점에서 크게 이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10개 모두 앞면에서 앞뒷면 5개씩으로의 변화는 보통으로 일어나는데, 그 반대의 변화는 여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여기에서 '시간의 화살'이 나타난다.
이 실험을 볼츠만의 '엔트로피'로 생각해 보자. 동전 10개 모두가 앞면인 상태는 '질서 있는 상태'로 '엔트로피'가 낮고, 동전 100개가 앞뒷면 50개씩인 상태는 '복잡한 상태'로 '엔트로피'가 높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것처럼 '질서 있는 상태(낮은 엔트로피 상태)'는 시간과 더불어 '복잡한 상태(높은 엔트로피 상태)'가 된다. 즉, 엔트로피는 시간과 더불어 높아지기만 하며, 이것을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이라고 한다.
물론 동전이 10개 정도라면 우연히 모두가 앞면이 되는 일도 생기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동전의 수를 100개, 1000개, 10000개로 늘리면, 우연히 모두가 앞면이 되는 일은 거의 확실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동전의 수가 많을수록 엔트로픽 증대의 법칙'에 어긋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볼츠만은 이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수의 원자가 관계되는 과정은 거의 확실하게 비가역적이 되고, 그 결과로 '시간의 화살'이 나타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6-4.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 =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은 19세기 중엽에 시작된 '열역학'에서 말하는 '열역학 제2법칙'과 본질적으로 같다. '열역학 제2법칙(Second Low of Thermodynamics)'이란 '에너지를 주고받을 때는 반드시 일부가 열로서 없어진다'는 것이다. 볼츠만은 이 법칙을 통계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다시 유도했다고 말할 수 있다.
6-5. 시간과 더불어 질서가 탄생하는 경우
시간과 더불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즉, 질서가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파괴되어 간다. 볼츠만은 이것이 '엔트로피 법칙'이고, '시간의 화살'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연계에서는 마치 '시간의 화살'에 반대되는 것처럼, 시간과 더불어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생명(Life)'이다. 우리가 가진 DNA는 탄소나 산소, 질소 등의 양한 원자가 조합해, 질서 있는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이는 마치 따로따로 흩어져 있는 장남감 블록으로 조립한 성과 같다.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은 얼핏 보아 엔트로피가 감소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생명 현상은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과 모순되는 이야기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10개의 동전으로 생각해 보자. 10개의 동전을 계속 흔들면, 우연히 모두 앞면이 될 확률은 낮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직접 동전을 뒤집으면, 10개 모두가 앞면이 된다. 이처럼 결국 밖에서 에너지를 주입하면 엔트로피는 간단히 줄일 수 있다.
사실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은 밖으로부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닫힌 계(Closed System)'에서만 성립하는 법칙이다. 지구처럼 밖에서 에너지를 받는 환경에서는 좁은 범위에서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우주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질서'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주 전체를 고려하면,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이 성립한다. 그리고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시간의 화살'은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7. 시간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7-1.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빅뱅에 의해 시간이 시작되었다.
20세기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역시 우주를 영원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 시작을 생각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이 생각을 철회했다.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1889~1953)'이 우주는 시간과 더불어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주가 시간과 함께 팽창하고 있다면, 과거의 우주는 더욱 작았을 것이고, 138억 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 전체는 미시의 한 점이 된다. 이 점이 '빅뱅(big bang)'이라고 불리는 우주의 시작이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그 둘이 일체가 되어 이 우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빅뱅을 우주의 시작으로 간주한다면, 그것은 동시에 시간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것이 현재의 '표준적인 우주론'의 입장이다.
7-2. 양자 중력 이론'이 만들어져야 시간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빅뱅은 단순한 통과점에 불과하고, 실은 빅뱅 이전에도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는 가설이 있다. 이 가설이 사실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이라는 기존의 물리학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양자 중력 이론'이란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을 융합한 '양자 중력 이론'이 필요하다.
'양자 중력 이론'이란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을 융합한 이론이다. 그 유력한 후보로 일컬어지는 것 중에는 '초끈 이론'이 있다. 그리고 그와 별도의 관점에서 연구되고 있는 '루프 양자 중력 이론'도 있다.
8. 시공의 최소 단위
볼츠만 등의 일부 물리학자들을 제외한 19세기까지의 물리학자들 대부분은, 물질은 어디까지나 원하는 데로 작게 잘라 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현재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그러면 시간이나 공간은 어떨까? 아리스토텔레스, 뉴턴,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 모두 원하는 대로 잘게 분할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오늘날의 표준적인 물리학은 시간과 공간을 모두 '연속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8-1. 소영역론
그런데 시간과 공간에도 최소 단위가 있다고 주장한 물리학자가 있다. 소립자 물리학의 업적으로 1949년에 일본인 최초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유카와 히데키(ゆかわひでき,1907~1981)'이다. 1968년, '유카와 히데키'는 시간과 공간에 그 이상 분할할 수 없는 최소의 영역이 있다는 '소영역론'을 발표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소영역의 하나에 에너지가 머문 상태가 소립자로 관찰되고, 소립자는 점이 아니라 크기를 가진 것이 된다. 하지만 당시에 이 이론은 큰 반향이 없었고, 서서히 잊혀지고 말았다.
그가 생각한 '소영역'은 현재의 물리학자들이 논의하고 있는 '양자 중력 이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론물리학의 최전선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고방식을 먼저 취했다고 할 수 있다.
8-2. 시공에 최소 단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루프 양자 중력 이론'
그런데 근년에 다시 시간과 공간에 최소 단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론이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연구되고 있다. 캐나다 '페리미터 이론 물리학 연구소(Perimeter Institute for Theoretical Physics)'의 '리 스몰린(Lee Smolin)' 박사 등이 연구를 추진하는 '루프 양자 중력 이론(loop quantum gravity theory)'이다. 이 이론에서는, 시간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필름 카메라의 필름을 감는 것처럼 흐른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이론은 미완성 단계이며, 아직도 가설 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이론이 완성되면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을 융합한 '궁극의 이론'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된다.
'루프 양자 중력 이론'에서는 공간에 그 이상 분할할 수 없는 최소 단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공간의 최소 단위는 '플랑크 길이(10-35m)'를 세제곱한 '플랑크 부피'를 가진다. 또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의 어떤 모델에서는, 시간도 최소 단위를 가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 길이는 '플랑크 시간(10-43초 정도)'로 상정된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의 최소 단위는 너무나도 작아서, 우리에게는 시간이나 공간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느껴진다.
9. 그래서 '시간'이란 무엇인가?
생물학은 '생명(Life)'이라는 개념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물리학은 '시간(Time)'이라는 개념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 결국, 물리학자들은 '시간(Time)'이 뭔지 아직 모른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시간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은 물리학자들을 순식간에 바보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질문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가지는 특징을 주의 깊게 밝힘으로써, 시간의 윤곽이 조금씩 보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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